내 마음에 대해 생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마인드 에세이 콘테스트
여러분들은 마음의 표현을 얼마나 하고 사시나요?
우리 주변에서 마음이라는 키워드를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쉽게,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은 이렇다’라고 분명하게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투머로우>는 ‘새해 여러분이 어떻게 하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봤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마음 에세이 콘테스트를 열었습니다.
손으로 글을 쓰다 보면 지난날이 돌아봐지고, 앞으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더욱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장場이 되길 바라면서요. 전 세계에서 응모해주신 지원자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지원자들이 자신의 마음에 대해 쓰면서, 스스로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심사 역시 마지막까지 박빙 승부를 펼쳤습니다. 2017년 1월호에서는 ‘마음쓰기’에 지원해주신 많은 분들 중에 장원 최은경, 차상 김남건, 차하 박천성, 김요셉, 최지나, 장려상 김현정 씨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

‘시체’ ‘기계’ 나의 별명이다. 삐쩍 마른 몸 때문도, 일을 기계처럼 잘하기 때문도 아니다. 감성적이지 못하고 이성적인 것만 추구하는 나의 성격 때문이다. 친구들은 보통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과 얘기할 때 시간을 정해놓고 대화를 나눈다.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도로에서 큰 교통사고가 나면 누군가 다치진 않았을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모여든다. 그러나 나는 그 현장과 사건이 나에게 특별한 이득이 없다고 판단이 되면 그냥 지나친다. 주변 사람들은 항상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나를 점점 부담스러워 했고, 피하기도 했다. 나 또한 실용적이지 못한 그 사람들은 피했다.
스무 살이 되어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내가 진학한 대학이 집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 살 많은 언니를 룸메이트로 만났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언니는 내게 말을 걸었다.
“너 양말 몇 켤레 있어?”
“이 볼펜 예쁘지?”
이상한 주제로 말을 거는 언니가 특이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언니는 항상 나와 대화하려 했다. 10분, 30분, 1시간.... 나는 실속 없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아까웠다. 생각 없어 보이는 언니를 자연스레 무시하게 되었다. 하루는 집중해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데 언니가 말을 걸었다.
“은경아, 뭐 해?”
또 말을 걸어오는 언니에게 화를 냈다.
“언니, 눈이 장식용이에요? 공부하는 거 안 보여요? 언니도 제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공부 좀 해요!”
언니는 당황했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앞으로 나에게 말을 걸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고 속이 후련했다. 나는 다시 시험공부에 집중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약을 먹고 버티려 했지만 통증이 더욱 심해져 응급실에 가게 됐고 검사를 받는 도중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새벽 4시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언니가 내 손을 붙잡고 잠들어 있었다. 하루 종일 나를 위해 보호자 역할을 한 것이다.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기도 시험기간이면서 공부는 안 하고 왜 여기 왔지? 나였다면 안 왔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생각해 본 적 없는 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이기적으로 실속만 따지는 사람이었고, 언니는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만났다. 이후 언니를 향한 내 관점이 바뀌었다. 분명 특이한 질문, 장시간의 수다 등 언니는 그대로인데 언니의 마음을 느낀 이후 나에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껴봤다. 그 언니의 마음이 내 마음에 느껴졌을 때 정말 잊히지 않는 행복을 맛봤다. 아직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부담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룸메이트 언니와 마음으로 만났던 시간을 기억하면, 그 부담스러움이 문제되지 않고 오히려 다가가고 싶어진다.
나는 이 행복의 맛을 본 이후 학교, 아르바이트, 기숙사 어디를 가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한다. 지금은 ‘시체’ ‘기계’ 대신 조잘조잘 얘기 나누기 좋아하는 ‘쪼잘이’라는 새로운 별명으로 행복하게 지낸다.
 

최은경(부경대학교 3)
이번 에세이를 작성하면서 룸메이트 언니뿐만 아니라 저와 함께 대학생활을 했던 감성적인 성격을 가진 여러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에세이 내용에 나오는 ‘감성적이지 못하고 이성적인 것만 추구하는 성격’을 지금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과 상관없이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깊이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제 마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글로 표현해보니 막연한 ‘행복’이 ‘더 큰 행복’으로 마음에 정리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뜻깊은 기회를 주신 투머로우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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