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대 1로 승리한 구글의 인공지능(AI)알파고가 최근 인터넷 바둑에서 중국의 커제 9단과 박정환 9단 등 세계 주요 챔피언을 잇달아 꺾어 훨씬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알파고의 새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시험하기 위해 최근 '마스터'(Master)와 '마기스테르'(Magister·마스터란 뜻의 라틴어)라는 ID로 온라인 바둑 경기를 했었다"고 밝혔다.

허사비스 CEO는 "마스터와 마기스테르와 '비공식 대국'을 했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며 "바둑 단체와 협의해 올해 내 (알파고와 인간 기사 사이의) 공식 대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알파고에 무릎을 꿇은 상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들로 각각 한·중·일 랭킹 1위인 박정환·커제·이야마 유타 9단이다. 이들 모두 알파고를 상대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특히 박정환 9단은 다섯 판을 도전했으나 한 판도 따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세계 최강인 커제 역시 세 판을 도전했으나 전패의 치욕을 당했다.

마스터와 마기스테르는 각각 20국과 30국을 모두 승리해 모두 50연승을 기록했다. 대국 당시 마스터와 마기스테르는 신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바둑계에서는 이들의 압도적 실력과 빠른 판단 등을 근거로 알파고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세계 바둑계는 이번에 드러난 알파고와 인간의 압도적인 기력 차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나아가 AI 출현 이후 새로운 바둑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커제 9단은 지난해 12월 31일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실전을 통해 진화시킨 바둑을 인공지능은 아주 짧은 시간에 모든 정보를 수집 분석한 뒤 이기는 방법을 터득해버렸다”며 “지금부터 우리 기사들은 인공지능과 연계해야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고, 새로운 세상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둑계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바둑기사들을 상대로 초반부터 가볍게 우위를 점했고 대국이 끝날 때까지 거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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