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News Corps~ How Are You Doing, There?2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외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2학년이 되어 군에 입대한 뒤에는 단지 한두 달 정도 눈으로만 스치고 지나가는 여행이 아닌, 현지인들과 함께 숨 쉬고 배우고 문화를 나누며 생활하는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친구를 만나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딱 내가 찾던 프로그램이다’ 싶어 워크숍에 참가하며 해외봉사를 떠날 채비를 했다.
난생처음 타보는 비행기를 타고 2016년 2월 8일 밤 11시경 동료 단원들과 리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과 정반대인 계절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우리가 떠나온 한국은 한겨울이었지만 페루는 한여름이었다. 마침 비가 후둑후둑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날이 비가 그렇게나 많이 온 날이었단다. 계절뿐 아니라 시간도 한국과 정반대인 탓에 처음으로 시차라는 것을 경험했다. 분명 낮인데도 새벽처럼 졸렸다.스페인어도 어려웠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바뀌는 인사말에 동사도 주어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영어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가장 먼저 배운 단어가 ‘빗자루’와 ‘걸레’였다.^^
처음 한 달 간은 먹는 것도 힘들었다. 늘 분주한 스케줄, 어려운 언어, 낯선 나라에서의 생활은 끼니마다 배고픔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나였지만,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했다. 정말 배가 고파 맛있게 두 그릇이나 먹었지만 화장실에서 토하고 흘려보낸 날도 셀 수 없을 정도다.
페루 전통음식인 ‘세비체’는 싱싱한 생선살이 들어간 것이 한국의 회와 비슷했지만, 레몬과 우유 등을 넣은 소스는 맛이 너무 강해 먹기가 힘들었다. 생선과 레몬, 우유와 고구마의 조합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너무나 힘이 되고 다시 찾게 된다. 지부장님 사모님께서는 틈날 때면 한국 음식을 해 주시지만, 지금은 오히려 한국 음식을 먹으면 종종 배가 아플 정도다.

지난 8개월 동안 여러 지방에도 다녀왔다. 나는 건축공학을 전공했는데, 쿠스코Cusco에 갔을 때 보니 한국인이 운영하는 건축사무소가 있었다. 일정이 바빠 직접 사무소를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가기 전 꼭 그 사무소에 들러 어떻게 하면 페루에서 일할 수 있는지 등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싶어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건축에 대해 큰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페루에 와서 보니 리마에는 지붕 없이 벽만 세워놓고, 바닥은 흙바닥에 필요한 가구들만 놓고 사는 집이 허다했다. 길을 걷다보면 증축을 위해 남겨놓은 것인지 마무리를 못한 것인지 모를, 기둥 위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철근들이 자주 눈에 띈다.
마감도 미처 되지 않은 채 단열재도 없이 벽돌만 한 겹 쌓아 만든 벽을 보노라면, 건축이야말로 페루에 꼭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싶다. 지부장님은 온돌이나 전기장판 등 난방시스템을 페루에 보급해서 사람들이 그 맛을 알게 되면 각광받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하신다.
실제로 페루에서 지내보니 눈까지 내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에 버금갈 만큼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후도 다양해서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주택)나 단열보수 사업을 하면 잘될 것 같다. 또 강에 바로 쓰레기를 버리는 탓에 강에 검은 물이 흐르는 걸 보면 한국의 청계천처럼 복원사업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멋진 집도 많고 리마 시내에 가 보면 유럽의 어느 도시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건축학도의 눈에 비친 페루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나라였다.
또 타라포토Tarapoto에 갔을 때도 건축학을 배우는 친구를 만났다. 그곳은 밀림지역 이라 해안지역인 리마와는 지형이나 생활환경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리마식 도면으로 건물을 짓는 것이 그의 불만이었다. 그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나중에 페루에 돌아오면 같이 건축사무소를 차리자’고 했다. 마침 법학을 전공한 친구가 옆에 있다가 자기가 변호사가 되겠다며 나서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구두계약이 성사되었다.
페루에 온 첫날,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들에게 한 마디도 못했던 내가 이제는 스페인어로 일기를 쓸 정도가 되었다. 페루에서 배운 것들, 그리고 보고 들은 것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는 동안 페루는 단지 하나의 여행지가 아닌,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내게 심겨진 귀한 추억의 씨앗들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자랄지 기대가 된다. 그 달콤한 열매를 꼭 다시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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