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는 저의 든든한 입대동기였습니다1

입대동기처럼 장병들에게 마음에 힘이 되는 존재가 또 있을까. 고된 훈련과 빡빡한 일과로 심신이 녹초가 되었을 때 “고생했다” 한 마디와 함께 초코파이를 내밀고, 춥고 기나긴 야간보초 시간에도 함께 근무를 서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는, 그런 입대동기 하나만 곁에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할까? 군생활 하는 동안 <투머로우>가 입대동기 부럽잖은 든든한 벗이 되었다는 장병들이 편집부로 편지를 보내왔다.

나는 현재 육군 승진부대 통신부대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하고 있다. 운전병 하면 단지 운전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군대에서 차량은 엄연한 전투장비다. 유사시에 언제든 출동할 수 있도록 평소 엔진이나 브레이크, 타이어 공기압, 냉각수, 연료, 차량덮개, 공구가방 등 모든 사항을 빈틈없이 체크해야 한다.
물론 운전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군에서는 흔히 생각하는 지프차 외에도 트레일러나 앰뷸런스, 버스 등 다양한 차량이 쓰인다. 트럭만 해도 1.25톤, 2.5톤, 5톤 등 크기가 다양하다. 사이즈가 제각기 다른 차량들을 자유자재로 운전할 수 있으려면 평소 충분히 연습을 해 두어야 한다. 한번은 훈련 때 차량을 몰고 커브를 돌던 중 운전대를 빠르게 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실수로 오른쪽 앞바퀴와 뒷바퀴가 모두 개천에 빠진 적이 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군생활의 꽃이라면 무엇보다 훈련이 아닐까 싶다. 혹한기훈련과 유격훈련 외에도 지휘통신훈련, 소대단독훈련, 기동훈련 등 크고 작은 훈련이 많다. 게다가 춥기는 어찌나 또 추운지, 이상하게 군에서 보내는 겨울은 사회에서 보내는 겨울보다 체감온도가 더 낮게 느껴진다.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받는 훈련은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시험할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훈련 못지않게 장병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다. 군대도 결국 사람들이 모인 곳, 게다가 주로 혈기 왕성한 남성들이 모여 지내다 보니 사소한 것으로도 충돌하거나 마음이 부딪힐 때가 많다. 축구를 할 때 골이냐 아니냐를 놓고 시비가 붙는가 하면, 웃긴 이야기를 했는데도 웃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거나 말문을 닫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후임병들이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거나, 원래 내가 하는 일이 아닌데도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불려가 대신 그 일을 하는 등 마음이 상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 내 마음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된 것이 <투머로우>였다. ‘후임병을한 대 때릴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아니야. 내 감정대로 했다가는 더 큰 사고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게 더 나을 거야’ 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평소 삶 속에서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투머로우>의 칼럼들을 읽은 덕분이었다.
또 <투머로우>에 실린 해외봉사단원들의 체험담을 읽다 보면, 내가 3년 전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로 해외봉사 갔을 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외국인인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활짝 웃어주던 현지 친구. 가난하지만 뭐라도 우리한테 주고 싶어 있는 것 없는 것 다 차려주던 그 과분한 사랑을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분노나 섭섭한 감정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뭐든 ‘빨리빨리 정확하게’ 끝내는 게 미덕인 곳이 군대다. 그러다 보니 나도 어느새 마음에서 여유를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런데 <투머로우>를 읽다 보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전우들이 내가 관심 없는 화제로 이야기를 시작해도 끝까지 들어준다. 또 상관이 내가 이해할 수 없거나 내 생각과 맞지 않는 지시를 내릴 때도 ‘분명히 저분이 따로 생각하신 바가 있어서 저렇게 말씀하시는 거야’ 하고 그 상관을 믿는 마음으로 지시를 따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더 좋은 방법이 있더라도 내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하고 상관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묻는다.
나는 12월 2일 전역을 앞두고 있다. 2015년 3월 3일에 입대했으니 1년 8개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쁜 일, 슬픈 일, 힘들었던 일 등…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하나하나가 소중한 기억이다. 여러분의 군생활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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