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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군대가 보인다
김성훈 기자 | 승인 2016.10.14 14:30

두 청소부가 골목을 쓸고 있었다. 그 중 한 청소부에게 물었다. “힘드시죠?” “힘들다마다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이런 험한 일이라도 하는 거죠.” 두 번째 청소부에게 물었다. “힘들긴요. 세상을 깨끗하게 만든다 생각하니 신나는 걸요.” 똑같은 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괴로울 수도, 즐거울 수도 있다. 공군교육사령관을 역임한 박상묵 예비역 공군 소장은 이렇게 조언한다.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군대가 보인다!’

나는 1972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여 2010년 전역할 때까지 38년 동안 전국 각지 부대에서 조종사, 지휘관, 참모로 근무했다. 지금은 대학에서 조종사가 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자들 중에도 ‘교수님, 제가 이번에 군대에 갑니다’라며 내 연구실로 인사를 하러 찾아오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그 제자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어떻게 해야 알차고 보람 있게 군 생활 2년을 보낼 수 있을지 조언해 주곤 한다. 한번은 입대를 앞둔 한 대학생이 이런 말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군에서 받는 월급을 근무하는 시간으로 나누면 시급 200원도 안 된다. 아르바이트 시급도 6천 원이 넘는데. 군에 가는 것은 인생낭비다.’ 그 말을 들으니 미국 유학시절 만난 우주비행사 친구가 생각났다. 우주비행사는 어떤 훈련을 받고 우주에서는 어떻게 지낼지 몹시 궁금했다. 그와 어느 정도 친해진 어느 날 물었다. “드넓은 우주공간에서 푸른 지구를 본다는 건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겠군.” 한참동안 말이 없던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주비행사에게는 말 못할 고충이 따른다네. 우주선이라는 꽉 막힌 공간에서 몇 주를 지내야 해. 또 지상관제소에서는 우주비행사의 상태를 늘 체크하느라 감시카메라가 24시간 나를 따라다니지. 샤워실이나 화장실까지 말이야.”
그는 생각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군복무 2년을 ‘청춘을 썩히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시키면 무조건 해야하고, 상식이나 융통성은 전혀 통하지 않는 곳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생각을 바꿔보자. ‘군대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곳’이라고 말이다. 군대만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모이는 곳도 드물다. 그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하다 보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인생을 보는 시야도 크게 넓어진다. 자, 여러분의 눈에 비친 군대는 어떤 모습인가? 청춘을 썩히는 곳인가, 인생의 터닝포인트인가?

나의 군생활은 힐링타임인가, 킬링타임인가?
지휘관 시절, 병사들이 지내는 생활관을 둘러보다 사물함 앞에 놓인 달력이 눈에 띄었다. 병사들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달력에 ×표시를 하고 있었다. 하루 빨리 제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부하들이 귀한 젊음을 하루하루 죽이듯 보내고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팠다.
남자가 군에 가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입대 전 인터넷이나 주변사람에게 물어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대부분 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편한 보직을 받고, 고참의 간섭을 덜 받고, 훈련에서 열외할 수 있는지가 주된 화제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입대했으니 군생활에 의욕이 생길 리 없다. 임무가 주어져도 하는 시늉만 내며 시간 때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이는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흘려보내는 일이다. 군대는 거대한 국가조직의 축소판과도 같아 정치, 경제, 산업 등 국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조직이 망라되어 있다. 여러분이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과 유사한 군사특기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영문학을 전공했다면 어학병, 컴퓨터를 전공했다면 전산병 식으로 말이다. 그런 분야를 찾아 복무하면 오히려 대학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체계적인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느 병사는 고교 시절 항공정비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대학에서는 항공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입대해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는 부서에 근무하며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대형 항공사에서 정비사로 근무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입대를 앞두고 답답한 심정에 ‘아, 몰라! 어떻게 되겠지, 술이나 마시자’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다 허겁지겁 입대하곤 한다. 이는 스스로의 사고思考를 죽이는 일이다. 군대는 우리의 인생을 설계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2년을 어떻게 보낼까?’를 충분히 생각하며 사는 사람과 계획없이 되는 대로 사는 사람은 제대할 때 모습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식후 자유시간, 경계근무를 설 때 등 자투리시간이 나면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인생 마스터플랜을 짜 보자. 여러분의 군생활은 킬링타임이 아닌, 힐링타임으로 바뀔 것이다.

‘나는 너 없이는 못 살아!’ 편대정신
공군에는 다양한 보직이 존재하지만, 그 중 전력의 핵심은 단연 조종사이다. 나 역시 현역 시절 5,800시간 이상 전투기를 몰았던 조종사 출신이다. 전투기는 음속(초속 340m)을 훨씬 넘는 속도로 비행하며 적과 전투를 벌인다. 내 경험에 따르면 적기가 약 10여km 전방에 있을 때부터 육안으로 조금씩 식별이 가능한데, 대략 파리 크기의 점으로 보인다. ‘10여km 앞에 있으니 천천히 싸울 준비를 하면 되겠지’ 하고 여유를 부렸다가는 큰일 난다. 전투기의 속도가 워낙 빠르고 적도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적과 마주치기 때문이다. 조종사는 그 짧은 몇 초 동안에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처럼 공중전은 잠시만 방심해도 순식간에 적기에 격추당해 목숨을 잃는 위험한 싸움이다. 그래서 전투기들은 작전을 수행할 때 홀로 움직이지 않고, 2대 또는 4대가 한 팀을 이루어 움직인다. 2대가 모인 팀을 분대, 4대가 모인 팀을 편대라고 한다. 분대 단위로 움직일 경우, 과거에는 기량이 우수한 조종사가 앞에서 비행하고 후배 조종사가 뒤에서 간격을 유지하며 따르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전투기는 구조상 조종사가 뒤쪽을 잘 볼 수 없다. 그래서 후배 조종사 뒤에 적기가 나타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전투기 2대가 나란히 움직이는 횡대정렬이다. 두 조종사가 서로 좌우를 살피며 동료의 후방을 경계해주는 방식이다. 적기가 나타났을 때 동료에게 “O시 방향에 적기다!” 한 마디만 해 주면 바로 회피기동을 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나만 살겠다고 허둥대다가는 둘 다 죽고 만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지켜주는 것, 이것이 바로 공군의 ‘편대정신’이다. 편대정신은 비단 군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와 일할 때도 꼭 필요한 마인드다.

자신의 틀을 깨는 것이 가장 큰 용기다
나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경남 진주의 공군 교육사령부에서 사령관으로 재직했다. 교육사령부는 갓 입대한 청년들을 군인으로 길러내는 기초 군사훈련과 교육을 담당하는 부대다. 육군의 논산훈련소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육해공을 막론하고 훈련병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등병 계급장의 ‘작대기 하나’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고 한다. 사격, 화생방, 행군 등 힘든 훈련을 치러내고 정식 기간병이 된 그들이 너무도 대단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병교육을 수료하고 자대에 와보니 이등병보다 높은 일병, 상병, 병장이 즐비하다. 그래서 ‘하늘 같은 고참’이란 말이 생겼나 보다. 하물며 그 위의 소대장이나 중대장님, 대대장님 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계급 앞에 위축되어 근심걱정이 있어도 누구에게도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병사들이 많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어려워하면 절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상관에게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면 그분의 나이를 생각해 보라. 소대장이나 중대장님 정도면 형, 대대장님 정도면 40대 초반의 막내삼촌뻘 정도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된다. 물론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상관은 부모님을 대신해 부하인 여러분을 지휘관리할 책임이 있다. 언제든 여러분에게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혼자 힘만으로 그 자리에 올라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SOS’를 외쳐라. 혼자만의 틀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용기를 내고 그 틀에서 뛰쳐나오라. 용기란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덤벼드는 만용蠻勇과는 다르다. 자신의 부족함을 선선히 인정하고 밝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용기다.

놀이기구를 타다보면 빠른 속도로 회전할 때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비행기도 기동 중 급회전을 하면 조종사와 비행기에 많은 하중이 쏠린다. 특히 비행기가 버틸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의 힘을 받는 것을 ‘오버-지Over-G’라고 한다. 오버-지를 겪은 비행기는 착륙 후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든다.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는 것도 조종사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물론 조종사는 마음만 먹으면 오버-지를 감출 수 있다. 하지만 오버-지를 일으킨 모든 조종사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하다면? 피로가 쌓인 비행기는 결정적인 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를 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조종사로 근무하는 동안 나는 정직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했다.
비행사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비행착각’이다. 특히 야간에 해상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비행착각에서 비롯된다. 전투기가 밤에 출격해 급기동을 하다보면 조종사도 모르게 뒤집힌 채로 비행할 때가 있다. 하늘에는 별이 밝게 빛나고, 검푸른 바다에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켜놓은 등불이 밝게 빛난다. 그 등불이 꼭 별처럼 보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하늘이고 어느 쪽이 바다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럴 때는 감이 아니라 계기판을 믿으면 된다. 그런데 많은 조종사들이 계기판 대신 자신의 감각을 의지하다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순간순간 바뀌는 내 느낌이나 기분을 믿어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분명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남자들이 처음 만나 대화를 트기에 가장 쉬운 주제가 군대일 것이다. 서로 자기가 근무한 부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들었다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어느 새 친한 친구 사이가 되어 있다. 군대를 다녀와보지 않은 사람은 누릴 수 없는 특권이다. 그 성취감과 자부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크다. 군복무를 무사히 완수했다는 것, 그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인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서 얻은 전리품인 것이다.

박상묵
휴전선 근처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창공의 비행기를 볼 때마다 조종사의 꿈을 그렸다. 1972년 공사 24기로 입학해 2010년 전역할 때까지 연합사 정보부장, 전투비행단장, 국방부 리더십개발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서대 교수로 조종사 양성에 힘쓰는 한편, 한국강사협회 회장으로 우리 주변의 명강사를 발굴, 소개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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