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코퍼벨트대학교 총장 나이손 은고마Naison Ngoma

지난해 7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하면서 국내에 인성교육 및 마인드 강연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잠비아의 코퍼벨트대에서는 세계 최초로 마인드학과가 개설되었다. 새로운 학과의 개설을 주도한 사람은 총장 나이손 은고마 박사다. 학생에게 유익한 일이라면 뭐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그가 왜 이토록 마인드교육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지 궁금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자원은 우수한 인재와 마인드
“질문 있습니다!” 지난 7월 6일, 부산 해운대의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세계 대학총장 포럼. 25개국 54개 대학 63명의 총장 및 교육지도자들의 주제발표가 끝날 때마다 번쩍번쩍 손을 드는 이가 있었으니, 잠비아 코퍼벨트대학교의 나이손 은고마 총장이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발표내용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바삐 펜을 놀리고 있었다.
총장은 교수들을 대표하는 자리다. 하지만 이때만큼은 마치 선생님이 가르쳐준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순박한 소년을 떠올리게 했다. 질문내용 또한 발표에 귀를 쫑긋 기울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구체적인 것들이었다. 쉬지 않고 질문을 쏟아내는 통에 오히려 사회자가 ‘행사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다른 총장들도 질문을 할 수 있게 조금만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대학총장 포럼에 참석한 총장들은 7시 아침식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주제발표, 마인드강연 참석, 한국 대학 방문, MOU 체결식, 리셉션 등을 소화하다 보면 밤 11시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곤 한다. 각자 나라에 있을 때도 적응하기 쉽지 않은 빡빡한 일정이다. 게다가 은고마 총장은 1954년생,우리 나이로는 예순셋이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쉬는 법이 없었다. 휴식시간에도 숙소에서 눈을 붙이거나 인근 백화점으로 쇼핑을 나가지 않고 함께 온 부총장, 재무부장과 함께 회의를 가졌다. 피로를 잊어버린 왕성한 체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학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그 활력과 패기가 제게도 전해지기 때문일 거예요. 또 한 가지, 한국은 제가 늘 궁금했고 꼭 배우고 싶은 나라였습니다. 평소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잠비아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한국보다 높았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잠비아의 50배나 됩니다. 그런 한국을 알고 싶던 차에 한국에서 총장포럼이 열린다는 초청장을 받았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평소 한국이 어떻게 짧은 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는지, 이번 한국방문에서 그 답을 꼭 얻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해답을 찾았을까?
“한국은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 데다, 수자원과 어류자원을 제외하면 천연자원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최고의 자원이 있는데, 바로 우수한 인적자원과 마인드입니다.”
답을 찾았다는 만족감 때문일까.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코퍼벨트대는 1987년에 국립 잠비아대에서 분리되어 설립된 학교다. 주변이 구리광산 지대여서 코퍼벨트라는 이름이 붙었다.학생 15,000명, 교수 200명, 직원730명 규모로 잠비아 제2의 대학이다.
코퍼벨트대는 1987년에 국립 잠비아대에서 분리되어 설립된 학교다. 주변이 구리광산 지대여서 코퍼벨트라는 이름이 붙었다.학생 15,000명, 교수 200명, 직원730명 규모로 잠비아 제2의 대학이다.
코퍼벨트대에 신설된 마인드학과는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영문판을 교과서로 사용한다.
코퍼벨트대에 신설된 마인드학과는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영문판을 교과서로 사용한다.

생각은 반드시 행동에 옮기는 실천의 리더
우리나라에는 석유가 한 방울도 생산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2016년 현재 약 2,100만 대의 자동차가 달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산유국에서 석유를 수입해다 쓰기 때문이다. 필요한 자원이 없어도 그 자원을 다른 나라에서 가져다 쓸 수만 있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은고마 총장의 말대로 마인드도 자원이라면, 선진국의 마인드를 도입했을 때 잠비아도 선진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은고마 총장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마인드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그전까지 제가 만난 한국인은 효율적으로 일하고, 결단력이 있으며, 근면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잠비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왔는데요. 중국에서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 두 번이나 출발이 지연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항의하지 않더군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었다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한국인은 결단력도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줄도 아는구나’ 싶었어요. 한국에 와 보니 한국인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시간을 잘 지키며, 일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은고마 총장은 이미 한국인의 마인드를 이식받은 것처럼 보였다. 총장포럼에 참석하면서도 틈 날 때마다 다른 나라 총장들과 인사를 나누며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포럼과 함께 진행되는 IYF 월드문화캠프에 참석하면서도 ‘캠프 프로그램들 중 우리 대학생들에게 유익한 게 없을까?’를 유심히 살피는 한편, 마인드학과 설립 계획을 추진해 나갔다.
“IYF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언제 마인드학과를 시작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지금 바로 시작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주위에 누군가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바로바로 메모하고, MOU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MOU는 조항이나 적용범위가 굉장히 막연합니다. ‘이러저러한 일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곧바로 진행하지 않으면 금방 잊혀진 채 방치되고 맙니다.”
생각한 것은 바로 실천으로 옮기는 그의 면모는 지난 3월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열린 IYF 월드문화캠프 때도 잘 드러났다. 코퍼벨트대가 소재한 도시 키트웨에서 루사카까지는 300km가 넘는다. 하지만 평소 마인드교육에 관심이 많던 그는 한국에서 온 IYF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저녁 비행기를 타고 단숨에 루사카로 날아왔다. 다음 날 새벽 5시 45분에 공항에서 키트웨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는 강행군이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비행기를 타기 전 새벽 5시에 IYF 관계자와 아침식사를 겸한 회의를 하면서도 피곤해하기는커녕 ‘내 평생 가장 유익한 45분이었다. 우리 대학에 마인드학과를 개설할 결심을 굳혔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한국만큼 발전해 있을 잠비아를 꿈꾸며 뛴다
이처럼 은고마 총장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의과대학 설립에 필요한 기금을 모으다가 유태인 교민회와 연결되어 100만 달러나 되는 거금을 후원받았다. 그 즈음 이스라엘로 치료를 받으러 가던 잠비아 전 대통령이 그 일을 들었고 덕분에 정부로부터도 지원금을 받았다. 이렇게 마련된 자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코퍼벨트대 의과대학은 현재 아프리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의대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은고마 총장의 시름은 깊다.
“저희 학교에는 문제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학교 당국이나 교수들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직원들이 파업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런 갈등이나 충돌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책을 찾던 중 마인드교육을 알게 되었고, ‘이 교육이야말로 학생들을 깨우쳐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은고마 총장은 제자들이 이기심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망치고 주위 사람들과 학교까지 불행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물론 자신이 학교를 다니던 수십 년 전에도 대학생들은 시위를 하곤 했다. 하지만 그 목적은 전혀 달랐다. 당시 대학생들은 나라의 정치나 경제, 외교 등에 잘못된 점이 보일 때, 이를 바로잡을 목적으로 시위를 일으켰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은 자기 주머니의 돈 몇 푼 때문에 시위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학생들 중에는 정부로부터 학비를 지원받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평소보다 학비가 늦게 지급되면 그 학생들은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자비로 학비를 내는 다른 학생들마저 수업에 참석 못하게 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이 없어 학비를 못 주는 것이지, 안 주는 게 아닙니다. 어쩌다 한 번 늦는 거죠. 어떤 학생은 길에 나가 차에 돌을 던지며 행패를 부리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바른 삶을 살기 전 먼저 바른 마음의 틀을 갖춰줘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 은고마 총장. 그가 마인드학과 설립에 발 벗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려면 1년에 몇 차례, 한 달에 사흘 식으로 진행되는 일회성 교육이 아닌, 정식으로 학과를 개설하고 교과과정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마인드교육은 잠비아 학생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마인드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건전한 가치관과 정신을 갖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이 바뀌면 나아가 국민 모두가 깨어날 것입니다.”
머잖아 한국처럼 발전한 나라가 되어 있을 잠비아의 모습을 그린다는 은고마 총장. 그의 혜안이 어떤 결실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나이손 은고마 총장
국립 잠비아대를 졸업하고 남아공 웨스턴케이프대에서 행정학 석사,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국방부, 르완다 국방부, 아프리카 연합 등에서 컨설턴트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신조 아래 제자들도 자신처럼 배움의 즐거움을, 그리고 마인드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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