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밥 한 그릇 먹고 왔습니다.

노량진 삼거리 시장에서요. 국밥 사진도 한 장 담았는데 맛있어 보이게 담지 못한 것 같아

보여 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딘가에 장바구니 들고 다니시는 내 어머니를 만날 것 같은 곳

오늘은 대낮에도 등이 없으면 잘 보이지 않는, 빛이 없는 노량진 삼거리 시장을 저와 함께 걸어보시지요.


 


 
 

 

입구에 앉아 계신 커튼 집 할아버지는 아주 멋쟁이십니다.

그 어두운 곳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환하게 웃어 주십니다.

과거에 북적이던 시장의 번화함을 자랑삼아 이야기해 주십니다.

할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색색의 실들을 담으며 이야기를 들어 드렸습니다.





 
 

 

한복 집 할머니는 손님이 없는 무료함을 낮잠으로 달래십니다.

요즘은 주름진 손만 보면 왜 그리 맘이 가라앉고 숙연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순대국밥 한 그릇 먹으며 아주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계속 시장에 불을 낸다고 합니다. 시장을 포기하게 하려고요.

이 집도 그리고 제가 먹었던 순대국밥집도 그 화마에 많이 다치고 상처 입으셨다고...

마음이 아픕니다. 국밥 한 그릇 팔게 그냥 좀 놔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길로 나가며 시장 옥상을 올라봅니다.

국밥 주인이 옥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그곳을 찍어달라 하십니다.

그때는 그렇게 넓었던 옥상이 지금은 눈물나게 초라해져 올라가기가 싫다고 하십니다.


 


 
 

 

덩그러니 그 휑한 옥상에 올라

한낮의 햇볕을 즐기는 빨래들만 쳐다보고 내려왔습니다.

빈 의자에 런닝 바람 할아버님의 담배 연기를 상상하며 멍하니 바라보았지요.


 


 
 

 

옥상은 다 깨지고 뚫려 그 사이 사이로 시장 사람들을 다 보여줍니다.

밤골을 처음 갔을 때 느꼈던 왠지 모를 죄송스러움에 걸음걸이가 무거웠던 날이었습니다.


 

 
 

  

시장 옆에는 진로 마트라는 대형 할인점이 상권을 이미 장악한 상태입니다.

좀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옆이더군요. 욕심 없이 그저 빛 드는 곳에 내 집 짓고 살겠다면 살게 해주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이웃님, 스머프님께서 자세하게 안내해 주셔서 갈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머프님

7호선 장승배기역 5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니 나옵니다. 다음엔 저녁쯤에 가서 소주 한잔 먹으며 취중 샷을 날려보려 합니다.

청평사 사진 먼저 보여 드리려 하다 이곳에서 얻는 느낌을 그대로 전달 드려 보고자 먼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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