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천국’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북동쪽으로 75km 떨어진 틀락스칼라 주州의 작은 마을 나나카밀파의 숲에서는 6월부터 8월까지 수많은 반딧불이가 짝짓기를 위해 작고 노란 빛을 깜박거리며 날아다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무주와 영양 등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반딧불이를 이곳 멕시코에서, 그것도 멕시코시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볼 수 있다니 참 신기하다.
 전 세계에서 뉴질랜드 북쪽에 있는 섬의 와이토모 동굴과 멕시코의 나나카밀파 외에는 반딧불이가 이렇게 많이 번식되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한다.반딧불이는 그 특성상 온화하고 습한 기후의 숲에서 번식을 제일 많이 하는데 그곳이 나나카밀파 숲이며 현재 이 숲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반딧불이 보호구역 중의 하나가 되었다.
 

나나카밀파 숲에서 가까운 멕시코 시티는 평지에 비해 공기가 부족한 2,300m의 고산지대이며 2,000여 만명이 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수많은 차량운행이 심각한 공해를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어서 차량 5부제 운행 등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바쁜 일상과 대도시의 공기 오염에서 탈출해, 멕시코시티에서도 접근성이 뛰어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5년 전부터 운영을 시작한 반딧불이 관광캠프는 몇 주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방문을 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공기 청정지역에 ‘반딧불이의 향연’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니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나나카밀파 숲이 어쩌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원래 나나카밀파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 원목을 팔아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숲 곳곳에서 대량으로 벌목을 하고 제재소에서 가공된 원목은 나나카밀파 마을 사람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1년, 마을 사람들은 매년 6월에서 8월 사이에 숲을 찾는 수백 만 마리의 반딧불이에게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 반딧불이들 이 그들에게 원목보다 더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그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벌목을 포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나카밀파 사람들은 베는 나무의 수를 점차적으로 줄였고 오히려 반딧불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개발보다는 보존, 눈앞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그들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고 ‘지속가능한 경제선순환’의 좋은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8월 12일은 UN이 정한 세계 청소년의 날이다. 멕시코에서도 대통령 관저에서 세계 청소년의 날 행사를 가졌다. 필자도 외신 기자 자격으로 그곳에 다녀왔다. 그 곳에서 타니아 에우라리아 마르티네스 크루스Tania Eulalia Martinez Cruz 청년의 강연을 들었다. 인디언 마을에서 태어나 스페인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은 마을 사람들과 국가의 도움으로 인디언 마을에서 나와 공부를 하고 외국에서도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자신의 마을을 ‘옥수수종자’로 유명한 특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청년은 자신이 살던 인디언 마을에서 최초로 외부에 가서 공부한 사람이라고 한다. 당장 마을에 필요한 인력이었을 테지만 마을의 미래를 위해 그 청년을 내보냈고, 결과적으로 그 마을의 선택은 더 큰 혜택으로 돌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장 내 눈앞에 좋아 보이는 것, 맞아 보이는 것이 있다. 금방 돈을 벌 수 있고,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눈앞에 보일 때 우리는 주저 없이 그 길을 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현대나 삼성 같은 기업들이 오래오래 그 회사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경영주의 철학’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현대와 삼성 같은 회사들이 항상 성장하고 있을 때 수많은 다른 회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은 어느 정도 잘 유지해 가다가 무너지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처음부터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명맥을 유지해 온 회사들은 눈 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득을 취하기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 철학을 가진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오늘날의 나나카밀파 숲의 반딧불이와 멕시코 인디언 마을의 타니아 에우라리아 마르티네스 크루스의 이야기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당장의 이익 그리고 지금의 편안함을 절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삶의 원칙과 철학의 가치를 중시한 멕시코인들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우리에게 더욱 소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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