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호 씨는 2014년에 정부 산하기구 프로그램을 통해서 6개월 동안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왔다. 비닐하우스를 지어 딸기를 키우면서 한국의 농업기술이 우즈베키스탄의 환경과 기후에도 잘 맞는지, 이 나라의 풍토와는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는지 연구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6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현지 기관의 고위급 연구소장들이 실제로는 한국의 농업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술을 알려줬다해도 다른 계층의 사람들에게까지도 잘 전달되는지 의문스러웠다. 한국의 훌륭한 농업기술을 남미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보급시키자는 좋은 의도의 ODA(정부개발원조) 프로그램이었지만 실제로 잘 이행되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제개발 분야를 직접 공부하는 대학원생 친구들에게 개발도상국가들을 위해 실행되는 정책은 많지만 그 정책이 결정적으로 나라를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정두호 씨는 한 나라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른 대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직접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이번 리더스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국제개발 및 국제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찾아봤어요. 한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제도나 프로젝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기술과 정책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획단으로 지원한 그는 리더스 컨퍼런스 본 행사 전부터 국가를 선정하고, 각 국가에 맞는 프로젝트의 개요를 설정하는 데에 함께했다. 인도 팀 조사를 맡게 되었는데, 인도 청소년 문제 중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조사하였다.
 2012년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 청소년 자살률은 100,000명 중 35.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성공하기위해서 명문 공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삶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제가 일 년 동안 카자흐스탄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는데, 봉사를 하면서 배운 것들이 참 많았어요. 무엇보다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죠. 저랑 같이 해외봉사를 다녀온 주변 친구들을 봐도 일 년의 봉사활동을 통해서 삶이 변화하고, 행복해진 사람들이 많아요. 인도학생들도 이런 시간들을 통해서 삶의 가치에 대해서 알고, 부모님이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된다면 각박한 경쟁사회에서 얽매인 그들의 마음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는 마인드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인드교육을 기반으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디어를 모색하기 위해 신문을 보던 그는 ‘적정기술’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최소한의 자본으로 현지에서 구 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보다 쉽게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명문대 공과대학 진학과 성공적인 졸업이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인도의 수재들이 적정기술을 개발해서 인도의 소외계층을 돕는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그 과정에서 마인드교육을 받으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면 학생들의 자살률이 조금씩 낮아질 것이라 믿었다. 정두호 씨는 팀원들에게 적정기술에 대해서 소개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하지만 일반 대학생들에게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이렇게 전문적인 분야를 대학생들이 실행할 수 있을까’, ‘현지에서 이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까’ 등 반론을 제시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적정기술이야말로 대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실행 가능한 기술이라고 생각했어요. 기획단원들을 설득시키려고 페트병 에어컨, 항아리 냉장고 등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간단한 기술로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죠. 결국 기획단 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인도 팀이 어느 때보다도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을 얻었던 것은 인도 알라가파대학Alagappa University의 소코아수비아 부총장의 피드백을 들었을 때이다. 부총장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들으며 자신의 학교에도 이 동아리를 실제로 만들고 싶다며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부총장님도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인드를 강화 시키는 일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그는 알라가파대 학생들이 졸업을 하기 위해서 3일 동안 빈민가에서 봉사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때 이 적정기술 동아리가 접목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은 학생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강하고, 이성적·사회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이 네 가지가 골고루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강해도, 이성적으로 중심이 없어서 자살을 합니다. 그래서 교육기관들이 학생들을 이성적으로 강하게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IYF는 마인드교육 같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강해질 수는 없지만, 마인드 강연을 통해 건강한 마인드를 형성해야 합니다.”
 아직은 프로젝트가 시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현지에 있는 IYF 지부에서 동아리를 시작하려고 계획 했다. 그런데 소코아 수비아 부총장은 이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가지며 먼저 자신의 학교에 동아리를 개설해달라고 말했다. 적정기술 동아리 기획안을 보고, 이 프로젝트에 담긴 실현 가능성과 학생들을 바꿀 수 있는 변화 잠재성을 발견한 것이다.
 리더스 컨퍼런스 인도 팀은 실제로 올 겨울에 유명 공과대학들이 많은 인도 하이데라바드를 직접 방문하려고 한다.
 현지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들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 도움이 필요한지를 직접 조사하고 현지 IYF 학생들에게 적정기술에 대한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두호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7기로 러시아어를 쓰는 카자흐스탄에 다녀온 뒤, 러시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러시아지역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국제개발에 관심이 있어 인턴 및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인드(정신)’라는 사실을 깨닫고 마인드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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