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자기계발이라고 한다. 숨은 재능이나 슬기 등을 일깨우고 북돋워 ‘더 나은 나’를 만드는 일을 뜻하는 자기계발은 한때 리더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일부 계층에게만 필요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이든 기업이든 무한경쟁을 치러야 살아남는 오늘날, 자기계발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생존이 달린 일이 되었다.
 우리 젊은이들 역시 취업이라는 좁디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자기계발과 스펙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멘토로 활동하는 필자는 절박하게 자기계발에 매달리는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취업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취업은 본질적으로 비교우위의 게임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역량을 두루 갖춘 팔방미인이 되어야만 꼭 취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흔히 말하는 ‘히트상품’을 떠올려 보자. 품질, 가격, 서비스 등에서 경쟁제품들보다 한두 가지만 뛰어나도 얼마든지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남들보다 몇 가지 뛰어난 점만 있어도 취업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선택받을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을 간과한 채 ‘자기계발’이란 명목으로 취업도 공부하듯 준비하는 취준생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학교에서는 공부만 잘해도 인정받을 수 있다. 공부는 대부분 혼자서 하는 것이다. 기업은 다르다. 기업에서 하는 업무는 규모가 방대하기에 여럿이 역할을 분담해 일을 진행한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능력 못지않게 남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소통능력이나 사회성이 중요하고 책임감도 갖춰야 한다. 취준생 멘토링을 하다 보면 정작 기업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역량은 제쳐두고, 각종 자격증이나 시험성적, 대외활동 등 외형적 스펙 쌓기에 치중하고 있는 이들을 의외로 많이 만난다. 남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기보다 부족한 점만 보고 이를 보완하려는 ‘자기계발의 함정’에 빠진 결과다.
 더구나 학점이나 자격증, 외국어능력과 같은 스펙은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 꾸준히 공부해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2점 차이로도 당락이 엇갈리는 수능시험과 는 달리 스펙은 취업에 있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는 자기소개서나 면접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성이 취업의 성패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 올 하반기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취준생이라면, 스펙보다 인성으로 취업시장에서 자신을 어필해 보는 건 어떨까.
 

CEO의 입장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인재를 뽑고 싶다. 다른 CEO들의 기준도 비슷할 것이다. 첫째, ‘재목이 될 사람’이다. 업무를 가르치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기업은 원한다. 둘째, ‘믿음직한 사람’이다. 기업에는 유형 및 무형의 자산이 있다. 그 자산을 투입해서 사업을 함으로써 이익을 창출한다. 기술을 빼돌려 경쟁사로 유출하는 직원, 공금을 낭비하거나 횡령하는 직원, 잘못된 언행으로 기업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직원 등은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기업은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뽑으려고 고심한다.
 셋째, ‘회사와 같은 배를 탈 사람’이다. 기업이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거나 사정이 어려울때 함께할 수 있고, 난파선이 되어 침몰하려고 할 때 끝까지 남아 물을 퍼낼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넷째, ‘적극적이고 비용개념이 있는 사람’이다. 누가 시키기 전에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 일 하나를 하더라도 비용을 적게 들이고, 같은 비용을 쓰면 더 좋은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환영받는 인재다.
 여름방학까지가 지금까지 부족했던 스펙을 재정비했던 시간이라면, 이제는 무리해서 부족함을 채우기보다 나만의 장점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다. 나의 장단점은 무엇이며, 특히 남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나의 장점은 무엇인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요즘은 다양한 유형의 가치관 검사, 진로적성 검사, 강점 검사 등이 나와 있으며 인터넷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도 있다.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되새겨 보거나, 먼저 취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나’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나’의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앞서 소개한 기업의 CEO가 원하는 인재상과 부합하는지 점검해 보자. 하반기 취업시즌이 그야말로 코앞에 다가왔다. 그동안 ‘취업=스펙경쟁’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관점을 바꾸기를 권한다. 훌륭한 인성과 성실한 태도, 탄탄한 역량을 갖춘 균형 잡힌 청년으로 승부하자

박천웅
현재 국내 1위의 취업지원 및 채용대행 기업인 스탭스(주) 대표이사. 한국장학재단 100인 멘토로 선정되어 대상을 수상했으며, (사)한국진로취업 서비스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대기업 근무 및 기업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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