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국제 사회의 주목과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치러진 미얀마 총선거에서 기존의 군부정권의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 아웅산 수치(71) 여사의 민족민주동맹(NLD)에 정권을 내줬다. 이로써 54년간의 군부 장기 집권이 끝나고 미얀마에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1962년 군부의 첫 쿠데타 이후로 쭉 독재 정권 아래에서 신음하던 미얀마 국민들은 환호를 질렀다. 미얀마 헌법상 대통령 출마가 불가한 아웅산 수치 여사는 당 내 2인자인 틴 초(70)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 당선시켰다. 이전 군부정권은 외국인과 결혼한 내국인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헌법을 제정했는데 수지 여사의 남편은 영국인이다.

대통령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수지 여사는 외교부장관직을 비롯한 4개 주요 부처 장관직을 맡게 되면서 실권자는 여전히 수지 여사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 사진 출처=아웅산 수치 페이스북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 / 사진 출처=아웅산 수치 페이스북

지난해 11월의 총선 승리와 지난 3월 민주정부의 탄생으로 미얀마는 국내외적 변화와 발전의 기로에 서 있다.

이웃 동남아 국가들이 여전히 군부 독재나 사회주의 아래 있는 가운데 민주주의를 향한 미얀마의 시작이 주변 나라들에 끼칠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의 견제 속에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동남아 진출은 이제 미얀마의 입장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과의 정치적·군사적 관계상 대한민국도 미얀마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얀마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부터 시작됐던 민족간의 갈등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전이 지속되고 있었고 각 주마다 정부군과 반군의 대치는 여전하다.

국명인 ‘미얀마’에 대한 문제도 민족문제와 얽혀있다. 과거 군부 정권은 독자적으로 ‘버마’라는 국명을 지금의 ‘미얀마’로 바꿨는데 수지 여사는 이렇게 변경된 국명에 대해 종종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문제는 ‘버마’가 미얀마의 다수 민족인 ‘버마족’ 만을 한정해서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문제와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인 정권이 수립되면서 미얀마의 경제는 폐쇄적인 정책을 버리고 외국 자본에 문을 열었다. 그 결과 외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대도시를 시작으로 인프라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경제 중심지인 양곤 시내를 다니다 보면 어디를 가나 공사가 한창인 건물과 도로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자본의 유입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 개발의 여력이 미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해안 지방 등 변두리 지역도 관광지역 등으로 단번에 바꾸어낼 기세다.

‘황금의 나라’ 미얀마, 동남아시아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 한 가운데에 자리하며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요충지. 주변 국가들과 강대국이 주목하는 가운데 어떻게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고 세계 정세에 대응하며 국가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미얀마 양곤=김대인 글로벌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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