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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속에서 기회를 얻었다키리바시공화국 부통령_코우라비 네넴Kourabi Nenem
김민영 기자 | 승인 2016.08.26 15:11

35세로 키리바시공화국의 역대 부통령 중 가장 젊은 코우라비 네넴 부통령. 좋은 학벌, 좋은 가정환경에서의 성장 등을 예측할 수 있겠지만, 그는 예상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10대와 20대를 보냈다. 부통령이 되기까지 가난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정신을 배운 그는 시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웃사촌 같다. 코우라비 네넴 부통령의 성장 스토리 속 아주 소중한 마인드들을 <투머로우> 독자에게 소개한다.

23개의 군도로 이뤄진 산호섬 나라, 남태평양 적도 부근에 있는 키리바시공화국 영해는 세계적인 어획량을 자랑하며 특히 참치로 유명하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나라 사면이 에메랄드빛 바다로 되어 있어 키리바시공화국 국민은 이곳을 낙원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키리바시공화국은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섬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벗고 자생 능력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커져 지난 2015년 12월, 선거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그 중심에 가장 어린 정치가 코우라비 네넴 부통령의 역할이 빛났다.

낙원으로 불리는 키리바시공화국의 전경

국민이 원하는 당을 창당하다
“얘야, 생선이 얼마니?”
“5달러입니다.”
“내가 생선을 좀 사마. 10달러 여기 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생선팔이 소년과 길을 지나던 아저씨와의 대화 같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소년과 아저씨는 바로 아들과 아버지였다. 이렇듯 소년 코우라비 네넴은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국가대표 배구 선수 출신으로 국민에게 잘 알려진 인물, 코우라비 네넴은 2014년에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15년 1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며 대자연이 품는 것처럼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을 돌보자는 의미의 ‘탐 반 키리바시Tob Wan Kiribati’ 당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본부로 활용된 그의 집은 매일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당원들로 가득 찼다. 국회의원 코우라비 네넴도 당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여 다른 멤버들에게도 크게 신임을 얻었다. 선거 때 국민들에게 나눠 줄 공약집을 논의하는 당원들을 위해 묵묵히 프레젠테이션을 넘기고 회의록을 타이핑하던 그가 어느 날 정치인들을 향해 갑자기 소리쳤다.
“그만하세요! 여러분들은 지금 너무 분산되어 있고, 의견 내기에만 급급합니다!”
의원들은 다들 놀라 멈췄고, 잠시 정막이 흘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습니까? 왜 국민들이 우리 당을 선택했지요? 북부지방에서 온 당신부터 말해보세요.” 의원 코우라비 네넴의 호소에 당원들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한마음으로 시급한 국정 문제와 해결 방안을 공약집에 작성했다.

젊은 나이에 부통령이 된 코우라비 네넴
‘탐 반 키리바시’ 정당이 내건 공약은 A4 4페이지 분량이었다. 초등학교 교육비 전면 무료화 등 사회 약자들을 위한 정책과 약속을 담은 공약집을 접한 국민들은 크게 환호했고, 결국 2015년 12월 선거에서 여당과 7,000표 이상 득표 차이로 이길 수 있었다.
 “국민은 나중에라도 ‘이 정책이 어떻게 된 거죠?’ 하고 물을 수 있습니다. 말로만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겨야 하며, 공약집은 우리 마음을 담아 앞으로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증거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2015년 12월 9일 타네티 마아마우Taneti Maamau가 새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그는 코우라비 네넴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코우라비 네넴 의원, 자네에게 할 말이 있네.”
“무엇입니까?”
“자네가 누구보다 국민을 위한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네. 축하하네, 자네는 이제 나의 부통령이네.”
 대통령의 임명으로 코우라비 네넴은 부통령이 되었지만 야당 의원들이 ‘부통령직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어리다. 부통령을 잘 해 낼지 의문이다’라며 심하게 비난하고 공격했다.
 리더는 때로 원치 않는 비난을 들을 때가 있다. 에이브라햄 링컨은 상대 대선 후보에게 원숭이같이 생겼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윈스턴 처칠은 총리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유쾌하게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코우라비 네넴은 이에 유연하게 대처했다.
 “좋은 조언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저를 부통령으로 지목하셨고, 저는 제 뜻이 아닌 대통령의 뜻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앞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부통령으로,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부통령으로 일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통령으로서 일하는 데 나이는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피지로 입양된 후 가난 속에서 자존감을 배웠다
코우라비 부통령이 오늘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는 남과 다른 특별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말한다. 유명한 정치인이자 작곡가였던 아버지는 5남매 중 넷째인 코우라비 네넴을 양자로 피지가정에 입양시켰다. 좀 더 나은 교육을 받게 하려고 다른 나라로 유학을 선택하는 가정이 있지만, 자녀를 입양시키는 일은 부모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부모의 특별한 교육법을 따라 어린 시절 이웃나라 피지로 입양된 그는 작은 오두막에 사는 새 가족을 만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농사짓는 일을 배웠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대학 학비를 벌기 위해 물고기를 잡아 팔기도 했습니다. 가끔 멋진 차를 탄 유명한 정치인이 저에게 생선을 사러 오셨어요. 생선을 팔면서 자주 그 아저씨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분이 진짜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의 쉽지 않은 선택과 자녀 교육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코우라비 네넴은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겸손하게 답했다.
 “아버지는 내가 어렵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따뜻하고 보호된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적응하면서 마음이 강해지기를 바라셨지요. 저도 아버지의 독특한 양육방식에 전혀 불만이 없었습니다. 저는 지난 시절 겪었던 가난을 통해 좌절하기보다 어려움 속에서 저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청년 코우라비 네넴은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된 이후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저는 어린 나이였지만 운동복과 신발을 사기 위해 2주 동안 거리를 청소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커피 공장, 소시지 공장, 신발 공장에서도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교육법은 지금 생각해도 특별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바쁘게 학교로 뛰어가곤 했는데, 그때마다 저는 마음 속으로 큰 그림을 그려보곤 했습니다.”

실패 속에서 돌아보게 된 기회
 인생의 문제를 넘어본 사람들은 또 다른 문제 속에서도 그것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깊이 사고하게 된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었던 코우라비 네넴 부통령은 ‘오늘날 부모의 과한 보호는 자녀 교육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흙먼지로 손이 더럽혀지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울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매를 맞기도 해야 합니다. 고통도 경험하고 사랑과 관심도 경험해야 합니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무 감싸면 그것이 오히려 자식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실패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아이가 강인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합니다.”
 물론 청년 코우라비 네넴도 16살 때 좌절하며 실패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학창 시절 누구나 그렇듯 좋아하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코우라비 네넴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1년간 그 자신이 그린 인생의 그림에서 많이 벗어나기도 했다.
 “호기심이 많았던 그때 친구들을 좋아하고 따르면서 학교 수업을 빼먹을 만큼 놀기도 했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실제 자신이 원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상실하기도 하는데, 그 결과 ‘아! 이렇게 해야 했는데, 잘못된 결정을 내렸구나!’ 하고 후회 했고,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무기력해졌고 1년간의 세월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며 지냈다는 사실을 덮으려고 술까지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놓쳐버린 1년 때문에 저는 다음 목표를 성취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성실하게 살지 못한 나를 탓하며 상처입기도 했습니다. 그런 실수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부모님조차도 모릅니다.”
 잘못 보낸 1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실패했다는 자괴감이 커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코우라비 네넴 부통령은 어떻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1년의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니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난 지금 나의 원래 생활에서 굉장히 많이 벗어나 있어. 수업도 빠지고 술도 마시면서! 그런데 지금까지 담배를 피운 적은 없잖아? 내 친구들이 담배를 피워보라고 유혹했지만 그런 것은 잘 이겨냈어’ 그렇게 실패한 부분과 그 속에서도 나를 지켰던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긍정적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로 다시 갔습니다. 그리고 6개월간 지역 경비로 봉사했습니다.
 일본의 봉사단체인 ‘자이카’에서도 활동했습니다. 그때 ‘마오’라는 좋은 친구를 만나서 스포츠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키리바시공화국 섬들을 방문하면서 사립학교에서 학생들과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이후 스포츠를 좀 더 공부하기 위해 호주로 가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운동은 제가 평생 살면서 계속 해야 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지난 날 아픈 기억을 발판삼아 오늘날의 저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 덕분입니다.”
 그는 체력과 정신을 꾸준히 훈련한 덕분에 육상, 럭비, 배구 선수로 활약하며, 키리바시공화국 국가대표 배구 선수를 거쳐 팀 리더가 되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코치로 활동했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국제배구연맹장을 맡았다.
 “국가대표 수장으로 배구팀을 이끌면서, 코치가 되어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도전적인 일이었습니다. 자상한 아버지처럼 선수를 대해야 하고, 때로는 어머니처럼, 의사처럼 선수들의 모든 상태를 체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신과 체력을 꾸준히 훈련시켜야만 한 분야의 리더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10년간 스포츠계에 종사하면서 체육부 장관 면담을 했고, 주니어 체육 개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코치로 활동했습니다. 이런 경력을 가지고 정치계에 입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부통령인 그는 2015년부터 ‘라이와이 레벨Raiwai Rebel’ 이라는 배구팀을 훈련시키고 있다. 그는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생각에 자신을 방치하지 않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좋은 마인드를 지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좋은 마음이야말로 인생의 바른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키리바시공화국 코우라비 네넴 부통령의 당부
"IYF 월드문화캠프를 개최하고 싶습니다"

7월 3일 부산 벡스코에서 펼쳐진 제19회 IYF 월드문화캠프에는 전 세계 65개국 3,200명의 젊은이들이 참석했다. 키리바시공화국 부통령도 행사 개막식에 참석해 키리바시공화국 대통령의 친서를 낭독했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교류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한 그는 ‘IYF의 강인한 마인드 트레이닝을 키리바시에도 접목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후 시차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낸 그는 특히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린 개막식 공연에서 다양한 국가의 전통댄스와 수준 높은 클래식 연주 등 다채로운 공연에 감동했다.
 “키리바시공화국 사람들도 음악과 댄스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번에 키리바시공화국 댄스팀과 같이 왔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수준 높은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음악는 강한 에너지를 전해줍니다. 음악을 듣고 나면 새로운 기쁨이 생겨서 피곤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그는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행사 수준, 전 세계 청년들이 건전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점에 감격했다. 그는 키리바시가 고민하는 식수와 환경문제, 식량 문제 등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함께 풀어가기를 원했다.
 “청소년들은 규제 속에서 마음없이 행동하기도 하는데, 댄스를 해도 기쁘게 하고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마음으로 지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IYF에서 젊은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을 보니 굉장히 감동적입니다. 키리바시공화국에도 이런 월드문화캠프를 유치하고 싶습니다.”

키리바시공화국 부통령_코우라비 네넴Kourabi Nenem
유명 국가대표 배구 선수 출신인 코우라비 네넴. 2015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타네스 마아마우 대통령이, 코우라비 네넴을 부통령으로 지목해,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가장 연소한 부통령이 되었다.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나라를 새롭게 이끄는 지도자로 꼽힌 그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도전하는 강인한 마인드를 키울 것을 당부했다.

김민영 기자  press1002@it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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