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일부터 8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2016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는 25개국 63명의 총장 및 교육계 지도자들이 참가했다. 그 중 인도서 온 세 총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를 마치니 발리우드 영화 ‘세 얼간이’가 떠올랐다. 단순히 ‘3’이라는 숫자의 공통점 때문만은 아니었다. 순박한 성품, 학문을 향한 열정, 겸손한 자세가 영화 속 주인공들을 꼭 닮아 있었다. 학자로서 외길을 걸어온 그들의 인생이야기를 소개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시스템즈, 소프트뱅크, 샌디스크…. 이들은 세계를 선도하는 IT기업이라는 점 외에도 모두 인도인이 CEO를 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글 엔지니어의 70%가 인도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인도 출신 인재들이 세계를 휩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실력이다. 인도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기 때문에 어지간한 오지 출신이 아닌 이상 정규교육을 마친 인도인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치열한 경쟁을 거친 검증된 인재’라는 점도 매력포인트다. 인도의 고교 졸업생은 매년 1,2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소수의 인재만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당연히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게다가 인도 부모들의 ‘자식공부 욕심’은 결코 한국 부모들에 뒤지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스터디그룹을 조직하거나 과외를 받는 일이 인도에서는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IT를 국가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정부시책으로 공대의 우수인재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인도 출신 청년들을 선호하는 데는 실력 못지않게 인성도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이들을 겪어본 사람들의 말이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창업자는 인도인 순다 피차이를 CEO로 임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피차이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인격은 더 훌륭하다. 그를 CEO로 맞은 것은 구글의 행운’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조직에 잘 녹아들고 성실하며, 자신보다 동료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게 실리콘밸리 내 인도인에 대한 전반적인 평이다.
 ‘이런 인재들을 키워내는 인도 대학의 총장들은 과연 어떤 교육자들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도에서 온 세 총장을 인터뷰했다. 물론 인도에는 3만 개가 넘는 대학들이 있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일이리라.

학생들은 나의 우선순위 넘버원!
2016 세계 대학총장 포럼에 참석한 총장들의 일정은 바쁘게 돌아간다. 아침 7시 아침식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해 한국의 대학 방문, 주제발표, 총장포럼 참석, 마인드강연, 한국 명소 관광 등 밤 10시까지 스케줄이 빡빡하다. 하지만 총장들의 얼굴에서는 피곤한 기색을 찾기 어렵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총장들과 교류를 나누고, 더 나은 교육방안을 모색하느라 분주하다.
 일정이 워낙 타이트하다 보니, 총장들과 인터뷰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인도 국립패션기술대 파트나 캠퍼스 총장인 산제이 쉬리바스타바와의 인터뷰는 성균관대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루어졌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대화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자연풍경, 버스 안에 달린 커튼과 조명, 버스기사와 승객과의 관계를 예로 들어 인도의 섬유산업과 자신의 교육관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최근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다. 섬유는 인도를 대표하는 수출산업으로, 목화와 화학섬유의 생산량은 세계 2위에 올라 있사람이다다. 섬유 수출이 인도 전체 수출의 7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보니 인도의 정부부처 가운데에는 섬유산업을 관장하는 섬유부Ministry of Textile가 따로 있을 정도다. 섬유부에서는 콜카타, 벵갈루루, 첸나이 등 전국 15개 도시에 국립패션기술대를 설립해 인도 섬유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다. 산제이 총장은 그 중 비하르 주 파트나 캠퍼스의 총장이다.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크기 때문일까. 산제이 총장은 인터뷰 첫머리부터 섬유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하고 나섰다.
 “인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은 단연 철강산업입니다. 하지만 섬유산업은 그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우리가 철강 없이는 살 수 있어도 벗고는 못 살지 않습니까? 옷은 제2의 피부입니다. ‘의식주’라는 말도 있잖아요. 섬유는 인류가 탄생할 때부터 함께하며 존재해 온 산업입니다.” 산제이 총장의 이력에서는 경제, 인권, 지역개발, IT 등 네 개 분야의 석사학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 개도 취득하기 쉽지 않은 석사학위를 네 개씩이나? 그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옷을 만들까?’ 하는 화두만을 붙잡고 살아온 결과라고 설명한다.

어려움은 나를 성장시킬 기회다
샤르마 총장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버릇이 있다. 해외출장을 갈 때면 반드시 그 나라의 서점이나 도서관을 즐겨 찾는다. 열 달 넘게 머물건, 1박 2일 동안 짧게 머물건 마찬가지다. 서가書架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체크해 두었다가 인도에 돌아온 뒤 그 책을 구해서 읽는다.
 “책이야말로 훌륭한 지식의 원천이자 보물창고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좀처럼 책을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아요. 인터넷의 영향일 겁니다. 인터넷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있으니까요. 시험에 나오는 웬만한 문제들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답이 나옵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학생들의 학습방법 또한 바꿔놓았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학생들은 더 이상 사전을 찾지 않는다. 인터넷 사전을 검색하면 실제 사전과 똑같은, 아니 더 상세한 설명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점을 늘 아쉬워한다.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이 책은 꼭 찾아서 읽어보라’고 단단히 일러주지 않으면 학생들은 절대 그 책을 읽으려 들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인터넷을 검색해 보는 것이 고작이 지요. 하지만 인터넷에 있는 지식만을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좋은 지식의 원천은 책입니다. 책에는 저자가 오랜 경험과 학습, 연구를 통해 터득한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맞닥뜨리는 문제에 대한 해답 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원칙 등은 절대로 컴퓨터나 인터넷에서 배울 수 없습니다.”
 이번 세계 대학총장 포럼 참석이 첫 한국 방문이라는 샤르마 총장은 한국이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열렬한 교육열 덕분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교육열을 직접 보고 싶어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고향인 잠무 주는 대부분 산악지대라 농토가 많지 않고, 파키스탄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어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가난한 지역이다. 그 잠무에서도 가난한 시골 출신인 그가 총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교육의 힘 때문이었다.
 “잠무 주의 수도인 잠무 시市에서 70km 정도 떨어진 시골마을이 고향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집안이 경제적으로 넉넉해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저희 집은 아이들 중 누구도 학교에 보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대신 집안일을 해야 했지요.

뭐든지 안다는 사람은 곧 죽은 사람이다
“마치 고향에 온 기분입니다.”
파담팟-싱가니아대학교의 데카 총장은 한국에 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세계 대학총장 포럼이 열리는 7월초의 부산 날씨는 장마철답게 변덕이 심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다가도 갑작스레 소낙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데카 총장은 그런 날씨에서 오히려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고향인 인도 서부의 우다이푸르 역시 여름철에 강수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란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무엇보다 한국은 평소부터 꼭 오고 싶었던 나라’라고 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을 많이 다녀봤지만 한국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제품은 인도에서 인기가 아주 높지요. 현대자동차의 판매량은 인도 내 2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TV에서는 한국 관련 소식도 많이 나오고, 한국기업이나 정부기관과 MOU 체결이나 기술제휴도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한국과 인도는 교육열이 뜨겁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나라가 워낙 크고 인구도 많아 훌륭한 시설을 갖춘 학교는 몇 안 되며, 나머지는 여러 모로 낙후되어 있다’는 것이 데카 총장의 말이다.
 “한국은 틀림없이 우수한 교원들과 앞선 교육환경, 인프라 등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포럼 기간 동안 서울의 성균관대학교를 방문했는데, 역시 제 예상이 맞더군요. 한국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인도 고등교육의 발전에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데카 교수가 전해주는 인도 교육의 현실을 듣노라면 자연스럽게 인도 영화 ‘세 얼간이’의 주인공 파르한이 떠오른다. 그는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공대를 졸업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아버지를 거스르지 못하고 공대로 진학한다. 그러다 결국 아버지에게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선물로 노트북 컴퓨터를 준비했던 아버지는 노트북을 카메라로 바꿔주며 원하는 길을 갈 것을 허락한다.

 "흔히 옷은 디자이너가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는 예술적 감각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대해서도 배워야 합니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이 실제로 대량생산이 가능한지, 기계는 바느질을 어떻게 하는지, 옷감은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신축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옷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날 옷의 생산과정은 컴퓨터로 관리됩니다. 당연히 IT에 대한 지식은 필수지요. 옷만 잘 만들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옷을 어떻게 판매하고 공급 및 유통망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심리에 딱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울 것인지 등을 알아야 합니다. 제가 공부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지요.”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고 쓰기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생활환경을 창출하는 학문이 디자인이다. 이 점을 설명하며 그는 버스 안의 인테리어를 예로 들었다.
 “이 버스 안에 설치된 커튼과 의자덮개를 다른 색으로 바꾼다면 분위기가 확 바뀔 것입니다. 요즘은 여름이라 날이 더우니까 조명도 붉은색보다는 푸른색으로 바꾸면 훨씬 시원한 느낌이 들 겁니다. 결국 디자인은 인간과 제품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심지어 창밖으로 지나가는 숲이나 노을 등의 풍경을 보면서도 ‘저걸 어떻게 하면 옷 만드는 데 응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는 산제이 총장.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옷 생각뿐인 것 같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원래 그의 꿈은 은행가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람들도 제가 은행가가 어울릴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래그렇게 서너 해를 보내다가 어느 날 문득 ‘도시에 가서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잠무 시로 갔지요.”
 일을 하며 학교에 다닌 그는 대학에 진학했고, 1980년에는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은행에 들어갔지만 6개월 만에 사직하고 잠무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36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고 만족을 느꼈기에 지금까지 계속해 올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제 장점에 주목하고 저를 격려해 주셨습니다. 학창시절 역사나 힌두어 같은 과목은 잘했는데, 영어와 수학에 약했어요. 하지만 선생님들께서 꾸준히 가르쳐 주신 덕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요.”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그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늘 고민한다는 샤르마 총장. 학생들 역시 그가 자신들을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쉽게 마음을 연다고 한다. 그가 지금까지 지도교수로서 가르쳤던 대학원생은 석사과정 26명, 박사과정 24명에 이른다. 그들 대부분은 현재 대학교수, 단과대학 학장, 고위공무원 등으로 일하고 있다.
 “가난한 시골 소년에서 대학 총장에까지 오른 저를 보며, ‘대단하다. 힘들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당연히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게 마련입니다.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문제에 당당히 맞섰고, 그 문제를 이기면서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그런 문제야말로 저를 성장시킬 기회였던 것이지요. 그 문제를 극복했을 때 만족감은 참으로 큽니다.”
 

그가 재직 중인 잠무대학교는 잠무 주를 대표하는 공립대학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정부 책임’이라는 것이 주 정부의 방침이다. 따라서 잠무대학교 재학생들은 별도의 학비를 내지 않는다. 기숙사비 등 학교시설 이용비와 운영비만을 내는데, 이마저도 주 정부가 80%를 부담한다. 학생들로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샤르마 총장은 이 점에 대해영화 속 파르한의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인도의 현실은 영화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데카 총장은 설명한다.
 “인도의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교육에 굉장히 헌신적입니다. 부모들의 80%는 여건만 허락되면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고 싶어 하는 등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문제는 영화 속 파르한의 아버지처럼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공대에 진학시키기를 원한다는 점입니다. 공대를 졸업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어 높은 수입을올릴 수 있거든요. 하지만 부모 뜻을 따라 공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정작 다른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공대는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결국 낙제해서 부모님과 다투는 일까지 벌어지지요.”
 그런 학생들의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자녀가 원하지 않는 공부를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라며 데카 총장은 미소를 지었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학 외에 다른 분야의 인재들이 골고루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렇다면 그의 부모님은 어땠을까? 인도의 여느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아버지 또한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회사에서 퇴근한 뒤 저녁 시간에는 아들을 앉혀놓고 언어나 수학 등의 과목들을 직접 가르쳐 주셨다. 휴일이 되면 다른 친구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가 놀기에 바빴지만, 그의 아버지는 ‘먼저 책을 꺼내 한 시간 동안은 문제를 풀어라. 그 다음에 나가 놀아라’고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공부벌레는 아니었어요. 숙제 하고 공부하는 시간, 노는 시간, 책 읽는 시간 등을 정확히 나눠 꼭 지켰습니다. 집 밖에 나가 뛰어노는 데도 열심이었어요. 어느 날 가족을 부양하려면 직장을 잡아야 하고, 직장을 잡으려면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공부하는 목표가 분명해지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석사과정을 마친 그에게 명문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 공부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직장을 구해 가족을 부양할까, 공부를 더 해야 할까?’ 그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아버지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여쭸습니다. 그랬더니 ‘선택은 네가 내리는 거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공부를 계속하고 싶으면 계속하라는 뜻이었지요. 다행히 정부장학금을 받게 되어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UC 버클리에서 2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뒤 귀국해 교수가 되었지요.”
 학자가 되기로 한 뒤에는 더 높은 학문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더 늘렸다는 데카 총장. 그가 공부를 하면서 깨친 것이 하나 있다. 반드시 훌륭한 멘토나 스승을 두고 공부를 하라는 것.
 “멘토나 스승은 제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데 도움을 줍니다. 물론 저한테도 그런 멘토가 계셨는데, 바로 대학원 시절 제 지도교수이십니다. 당시 저는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는 거의 초보자나 다름없었지요.야 제가 행복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도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산제이 총장. 그는 학생들을 향해 늘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 학생들은 그의 휴대폰으로 언제든 통화가 가능하다. 혹 총장실로 자신을 만나러 온 학생이 있으면 그는 중요한 회의도 잠시 중단시켜 놓고 학생과 면담을 마친 뒤 회의를 속행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걱정거리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학생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제가 가르치는 800여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 출신지역을 모두 기억합니다. 학생들이 ‘아, 교수님이 나에게 관심을 갖고 기억해 주시는구나’ 하고 제게 믿음을 가지면 서로 하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산제이 총장은 포럼 기간 내내 운동복 상의를 입고 다녀 참석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가지 옷만 고집하는 이유가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늘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어떻게 터득한 것일까.
 “어렸을 때 천식을 심하게 앓았어요. 아직도 완쾌된 건 아니지만 생활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천식이 있는 걸 잘 모르더군요. 어느 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천식을 앓는 학생을 만났어요. ‘혹시 힘들면 이야기해라. 도와주겠다’고 했지요. 그때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아, 저 사람도 뭔가 말 못할 고민이 있을지 몰라’ 하고요. 사람의 외면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내면을 이해해야 하는 법입니다.”오히려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낸다.
 “등록금을 내지 않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등록금 부담이 없다 보니 학생들이 공부에 마음을 쏟지 않는 등 역효과가 있어요. 사람은 모름지기 삶 속에서 도전적인 문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그는 학생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무자비한’ 교수는 결코 아니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교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청년 취업은 요즘 세계 어딜 가든 가장 심각한 이슈다. 인도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에서도 청년 실업은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직장을 구하라’고만 하지, 도전정신이나 창업정신 등을 키워줄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청년들은 직장만 잡으려고 하지 뭔가 자신의 흥미나 관심을 살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인도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 공무원, 그 다음이 민간기업이죠.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무조건 창업을 하라고 권할 수도 없는 것이, 인도에는 인도기업은 물론 외국기업들까지 많다보니 경쟁이 너무도 치열해 신생기업이 설 자리가 없거든요. 이래저래 청년 실업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샤르마 총장은 스스로를 ‘데이터의 신봉자’라고 말한다. 숫자야말로 편견 없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만국 공통의 언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인지 그를 처음 봤을 때 안경을 쓴 인상이 유난히 차갑게 보였다. 하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학생들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묻어나온다. 차갑게만 보이던 그의 눈빛이 문득 따스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교수님은 제가 하는 연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일러주시면서 온라인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법, 논문을 쓰고 출간하는 법 등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셨습니다. 교수님께 배운 것들을 내 학생들에게도 아낌없이 전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총장직을 수행하느라 바쁜 가운데서도 틈틈이 책을 읽고 자신의 연구분야와 관련해 많은 최신 논문을 접한다는 데카 총장. 독서는 지식을 늘리는 훌륭한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눈과 귀, 마음을 열어두면 세상 누구한테서나 배울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친구나 어린 아이들테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스스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대의 지위나 빈부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열면,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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