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므르 어치르 & 치메드체렝 총장 부부

교육은 농사에 비유된다. 농부는 한여름의 땡볕도 마다 않고 풀을 뽑고 벌레를 잡아 튼실한 작물을 길러낸다. 선생님도 지극정성으로 학생들을 가르쳐 인재로 길러낸다. 선생님이 고민한 만큼 학생들은 행복해진다는 트므르 어치르, 치메드체렝 총장 부부. 평소 총장님 하면 멀게만 느꼈던 독자들이라면 이 두 총장의 이야기를 통해 그 선입견이 깨지길 바란다.

한국인들에게 역사적으로도 친숙한 나라 ‘몽골’.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몽골이란 나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칭기즈 칸의 후예’ ‘유목민족’ ‘초원에서 가축을 기르며 천막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몽골에 대해 아는 거의 전부일 것이다. 푸른 초원을 상상하며 몽골로 여행을 떠났다가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수도 울란바토르를 보고 놀랐다는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찾기란 어렵지 않다.
 국토가 바다에 접하지 않은 내륙국 중에서는 카자흐스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나라 몽골. 몽골의 면적은 무려 한반도의 일곱 배나 된다. 하지만 그 광활한 땅에 사는 인구는 대한민국의 약 6%에 불과한 300만 명이다. 그나마 많이 늘어난 것이 이 정도 수치다. 1920년대 초반 몽골 인구는 60만 명에 불과했다.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 없이는 나라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 몽골 정부는 국가차원에서 대대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펼쳤다. 아이를 넷 이상 낳은 어머니에게는 훈장과 함께 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몽골의 인구는 1962년에는 100만 명을, 1988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5년에는 드디어 300만을 돌파했다. 약 100년 만에 인구가 다섯 배로 증가한 것이다. 300만 명 중 15~34세 청년층이 1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6%를 차지한다. 인구가 감소추세에 있고 특히 노인인구의 증가로 고민하는 우리의 눈에는 부러운 대목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몽골 정부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 몽골은 석유, 구리, 석탄, 우라늄 등 다양한 지하자원이 매장된 세계 10대 자원 부국이다. 이 자원들을 수출한 돈으로 생활필수품이나 식량, 기계, 자동차 등을 수입한다. 공산품을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해 오는 편이 훨씬 저렴한 데다,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 해외기업을 유치하거나 공장을 세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이 기본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그만큼 청년들이 취업할 일자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생각이 앞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몽골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홀히 생각했던 마음에 다시 주목하다.
몽골과 몽골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고심해 온 교육자가 있다. 몽골 국립 문화예술대학교 총장인 ‘트므르 어치르’다. 지난 2012년 한국에서 열린 IYF 월드문화캠프(월드캠프)에 참석해 마인드교육의 중요성을 알게 된 그는, 현재 몽골의 대학들에 마인드교육을 보급하는 일에 열심이라고 한다. 몽골 역사상 가장 뛰어난 리더를 꼽으라면 두말 할 것 없이 칭기즈 칸이다. 1227년 세상을 떠났으니 80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몽골 국민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그를 위대한 지도자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칭기즈 칸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만물을 얻기 전에 마음을 얻어라. 마음을 얻는 사람이 만물을 얻는다’는 것이 그의 정신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월드문화캠프에 참석해 2주 동안 마인드강연을 들으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교류해야 한다’는 강연의 메시지가 칭기즈칸의 마인드와 일맥상통했거든요. 몽골 국민의 절반은 불교를 믿는데, 불교에도 ‘마음으로 죄를 짓고, 말로 죄를 짓고, 행동으로 죄를 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에서 모든 게 시작된다는 의미죠.”
 ‘삶이 바뀌려면 먼저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앞서 소개한 대로 몽골은 1920년대 이후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펼쳐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교사와 학교의 수는 제한되어 있는데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해야 했다. 인성이나 가치관 등의 교육은 당연히 등한시될 수밖에 없었다.
또 정책적으로 낙태를 금지시키는 바람에 원치 않게 임신한 여성들은 눈물을 머금고 아이를 낳아야 했다.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얼마 못 가 버림받았다. 그리고 따뜻한 관심과 사랑도,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가 되어 살아야 했다. 이런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정신을 심어주는 마인드교육이 꼭 필요했다. ‘이런 교육이야말로 우리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얻은 트므르 어치르 총장은 그때부터 마인드교육 보급에 발벗고 나섰다. 월드문화캠프의 주 강사인 박옥수 목사의 저서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나끌너)> 몽골어판의 번역감수를 맡았고 직접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2012년 7월, 월드캠프에 참석하느라 일주일 간 호텔에 머물면서 <나끌너>를 모두 읽어 버렸습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쉬운 사례들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흘러가는 길을 제시한, 인생의 지침서이자 나침반’이라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해 9월, 제가 총장으로 있던 몽골국립대 부설 출판사에 의뢰해 1,000부를 인쇄했습니다. 그 중 300권은 총장들과 장관, 국회의원 등 고위공무원들에게 나눠주었고, 나머지 700권은 울란바토르 시내 26개 대형서점에 비치했는데 순식간에 팔려나갔습니다.”

1. 2016 세계 대학총장 포럼 기간 중 성균관대를방문하면서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에게 기념품을전달하는 트므르 어치르 총장.2. 치메드체렝 총장이 포럼에 참석한 여성 총장들과함께 기념촬영을 했다.3. 총장들의 발표를 경청하는 트므르 어치르 총장.
1. 2016 세계 대학총장 포럼 기간 중 성균관대를방문하면서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에게 기념품을전달하는 트므르 어치르 총장.2. 치메드체렝 총장이 포럼에 참석한 여성 총장들과함께 기념촬영을 했다.3. 총장들의 발표를 경청하는 트므르 어치르 총장.

먼저 사람을 만드는 교육
트므르 어치르 총장은 <나끌너>를 항가이대학교 총장인 아내에게도 소개하며 일독을 권했다고 한다. 아내 치메드체렝 총장 역시 그즈음 교육자로서 많은 한계를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은 세상 어느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잘 짜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지식과 정보는 전해줄 수 있지만, 올바른 인성이나 마인드를 길러주는 것은 학교교육에서 가장 부족한 영역입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세, 어른을 공경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 하는 자세, 시간약속을 지키는 자세 등은 학생들이 졸업한 후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주로 가정에서 이런 것들을 가르쳤고, 학교에서도 인성교육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도입되면서 인성교육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동유럽 공산권 국가를 강타했던 민주화의 물결은 몽골에까지 밀어닥쳤다. 하지만 갑작스런 민주화의 부작용은 컸다. 정부가 주는 배급에 익숙해져 있던 국민들은 ‘이제는 내가 일하고 노력한 만큼 잘살 수 있다’는 자본주의식 경제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공산당식 전체주의 교육 아래 짓눌려 있던 청소년들은 자유를 누리게 되었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경험한 적도 없는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이 그 사실을 이해할리 없었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욕망과 본능을 따라 흘러갔다.
 “몽골에는 ‘먼저 사람이 되라’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해서 사람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제몫을 하려면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사귀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가르치려면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 때문에 어려워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인성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남편이 <나끌너>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나끌너>를 읽은 치메드체렝 총장은 즉시 10부를 구입해 학교 도서관에 비치해놓고 학생들로 하여금 읽게 했다. <나끌너>읽기 캠페인도 벌였다. <나끌너>를 읽고 소감을 발표하는 대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읽은 학생 그룹과 읽지 않은 학생 그룹으로 나눠 주제발표도 시켰다. <나끌너>를 읽은 친구들이 금방 마음이 흘러가는 세계를 깨닫고 배려심이나 경청 등 훌륭한 마인드를 터득하는 것을 보면서 다른 학생들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강사를 초빙해 인성교육도 실시했다. 지난 4년간 <나끌너>를 읽은 항가이대학 출신 학생들은 1,500명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마인드교육이 앞으로 몽골의 초·중·고교에까지 더 널리 보급되길 바란다는 트므르 어치르 총장과 치메드체렝 총장 부부. 현재 두 사람은 박옥수 목사의 두 번째 마인드북 신간 <마음을 파는 백화점>을 몽골어로 번역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가을에는 700~800명 정도의 학생들을 모집해 마인드강연을 듣는 캠프를 열 계획이다. 아직도 몽골 사회에는 청소년 문제 외에도 경제·외교·국방 등의 분야에서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가와 청소년을 진심으로 염려하고 위하는 리더가 나오면 이런 문제들도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두 사람. 몽골은 드넓은 국토와 넉넉한 지하자원, 풍부한 청년인구 등 선진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받는다.
 800년 전, 칭기즈 칸이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아 세계를 호령한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특유의 도전정신과 포용력이 자리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건전하고 강한 정신을 심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교육 외길을 걸어 온 두 총장.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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