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은 나이에 죄를 지어 십 수 년이라는 귀한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교도소에 있다 출소하는 재소자들은 대부분 ‘나는 이제 손 씻었어. 다시는 교도소에 오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지만 얼마 안 있어 다시 죄를 짓고 교도소로 오는 것을 보았다. 아무리 모범적으로 생활을 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모범적인 재소자들도 다시 교도소에 오는데, 난들 별 수 있을까. 내가 다시 죄악에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주실 분이 어디 없을까.’ 그러던 중 내 인생을 맡길 만한 스승님을 알게 되었고, 출소하자마자 그분과 함께 생활하고 가르침을 받으며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다. 누군가 나처럼 산다면 실패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삶에서 고통받고 있다면 어떻게 돌이켜서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 그 이야기를 여러분께 해 드리고자 한다.

마늘 도둑이 의리 있는 영웅으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아름다운 추억도 있었다. 하지만 술을 많이 드시는 아버지는 술버릇이 심하셨다. 살림살이를 부수거나 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지붕에 불을 지르곤 했다. 우리 집은 등굣길 신작로에 있었는데 늘 집이 시커멓게 불타 있곤 했다. 친구들은 지나다니면서 ‘너희 집은 왜 자꾸 불이 나냐?’라고 놀리고 조롱했다. 그때 친구들의 놀림이 굉장히 부끄럽고 창피했다.
 나는 아버지가 주무시면 하는 일이 있었다. 아버지의 호주머니를 털기 시작했다. 100원짜리, 1,000원짜리 돈을 훔쳐서 과자를 사먹거나 친구들과 그 돈을 쓰고 돌아다니곤 했는데, 한 번도 들킨 적이 없었다. 물론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가 술을 드신 날이면 호주머니의 돈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다 중학교 2학년 때 한 친구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돈이 필요해서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부모님에게 말할 수도 없어서 친구 다섯 명이 함께 돕자고 했다. 우리 마을은 섬마을이었다. 그 당시 마늘 값이 비싸서 마늘을 훔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리어카를 가지고 가서 처마 밑에 농사 지어서 건조시켜 놓은 마늘을 다 걷어 왔다. 그리고 그것을 배에 실어 목포에 가서 팔아 꽤 큰돈을 얻었다.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돕고도 남는 돈이 많아서 유흥비로 썼다.
 돈이 다 떨어지니까 또 돈을 훔치고 싶고, 재미가 있었다. 다시 마늘 도둑질을 했는데 이번에는 한 친구가 잡혔다. 그동안 마늘을 잃어버린 집들이 많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그 친구를 추궁하자 도둑질한 친구들을 다 이야기했다. 친구 다섯 명이 경찰서에 잡혀가서 조사를 받고 유치장에 갇히게 되었다.
 당시에는 경찰서에 잡혀가면 그것만으로 조사를 받는 게 아니었다. 예전에 미궁에 빠졌던 여러 사건을 캐내기 위해서 고문도 했다. 어린 나이에 경찰서에 끌려가 거꾸로 매달렸는데 고춧가루 물을 주전자에 담아 코에 부었다. 너무도 괴로웠다.
‘아, 우리 친구들도 이렇게 고문을 당하면 고통스럽겠구나. 누군가 한 사람이 총대를 메면 네 사람이 나갈 수 있는데…
’생각해보니 아무도 총대를 멜 사람이 없어서 내가 총대를 메기로 했다. “너희들은 안 했다고 하고 내가 모든 걸 계획했다고 해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모든 걸 제가 했습니다. 친구들은 아무런 잘못한 게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친구들은 유치장에서 풀려났다. 나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지내다가 어머니가 겨우 밭을 팔아 합의를 봐주고 나올 수 있었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배를 타고 선착장에 내렸다. 경운기를 타고 마을로 돌아가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저기 도둑놈 온다. 나쁜 짓만 일삼고 부모님 속만 썩이는 아주 나쁜놈’이라고 욕하고 야단맞을 생각을 하니 부끄러웠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해 경운기에서 내리자 동네 어르신들이 양쪽 길가에 서서 손뼉을 쳐주고 환호를 했다. 동네 이장님이악수를 청하며 ‘김기성은 앞으로 크게 될 놈이야. 고생 많았어.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돼.’ 하고 칭찬을 해주었다. 내 친구들을 가리키면서는 ‘쟤들은 나쁜 놈이야. 같이 도둑질을 해놓고 기성이에게 모든 죄를 떠넘기고 자기들만 살려고 나왔다’고 혼을 내셨다. 나는 도둑질 하고서 칭찬을 들으니까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는데 나중에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난 크게 될 놈인데, 어떻게 실밥을 뜯어?
그때 칭찬을 들은 후로 내 마음에 버릇이 생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총대를 메고 정의의 사자가 되자는 마음이 생겼다늘 남의 일에 끼어들어서 내가 해결해 주고 싶었다. 친구들이 선생님에게 야단을 듣고 맞으면 내가 끼어들었다.
 “선생님, 친구를 왜 때립니까?” 하면서 친구를 대신해서 선생님과 싸웠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좋아했다. 선생님에게 대들 생각도 못하는데 내가 대신 싸워주니까 좋아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했다. 무기정학을 5회 이상 받았다. 도저히 학교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나를 강제 퇴학처리 하려고 하면 그때마다 어머니가 구세주였다. 선생님에게 씨암탉과 맥주 한 박스를 사가지고 와 “선생님, 우리 아들 살려주십시오. 불쌍한 놈, 졸업장도 못 받으면 뭘 해먹고 살 수 있겠습니까? 살려주 십시오.” 하고 사정해서 어머니 덕분에 간신히 졸업장을 받게 되었다.
 나는 상업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친구들은 공부를 잘해서 자격증을 따서 회사나 은행에서 스카우트를 해갔다. 나는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실제로 어머니 때문에 졸업장을 받았지 실력은 초등학교 2학년 수준밖에 안됐다. 나 같은 사람은 갈 곳이 없었다.
 ‘기성이는 크게 될 놈이야’ 하는 이장님의 한 마디 때문에 나는 무작정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미싱(재봉틀)공장에 취직했는데 그곳에서 나보고 실밥을 따고 청소를 하라고 했다. ‘이장님은 내가 크게 된다고 했는데, 내가 서울에서 실밥 따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면 그분들이 얼마나 실망할까?’ 빗자루를 들자니 부끄럽고 창피해 도무지 빗자루를 들 수 없었다. 빗자루를 내팽개치고 나왔다. 그렇게 나는 사지는 멀쩡한데 잘났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마음의 장애자가 됐다. 공장에도, 식당에도 취직 할 수 없었다. ‘나는 앞으로 크게 될 사람인데’ 하는 생각에 뭘 해도 무시 받는 것 같고 어디에도 적응할 수 없었다.
 일을 안 하니 배가 고프고, 돈은 벌어야 하는데 일은 못하겠고.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흘러가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돈이 벌리지 않았다. 마음이 불안하니까 그날 도둑질한 것은 그날의 유흥비로 다 나갔다. 시간이 지나 ‘이렇게는 돈을 못 벌겠다’고 생각했다. 단번에 일확천금을 벌고 싶고 크게 한탕하고 손을 씻자고 생각이 흘러갔다. 점점 범죄도 늘었다. 사람이 칭찬을 받거나 인정받고 몇몇 가지 성공을 하면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져 모든 일에 무시를 받는 기분이 들고 불평과 짜증이 올라오는 법이다. 내가 그런 마음으로 살다가 결국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는 다시 교도소에 들어오겠구나
과거에 마늘을 도둑질했을 때 만약에 그때 동네 어르신들이 나를 호되게 꾸짖었다면 내 마음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생각해본다. 그때 혼이 났다면 고등학교 3학년을 졸업해도 미싱공장에서 실밥 따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을 것이고 청소하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서 돈을 모아 살았을 텐데….
 형량이 마치기를 기다리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다시는 교도소에 안 들어와야지.’ 그런데 6년 동안 지켜본 결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나보다 훨씬 수감생활을 잘했던 사람들도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 다짐하지만 결국 다시 들어온다. 수감생활도 잘 못한 나는 다시 들어오겠구나!’ 나가서 다신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깨졌다. 그런데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난 손 씻었어. 난 정신 차렸어. 이 안에 있으면서 내가 내 아내한테 너무 피해를 많이 입혔고, 자식들한테 너무 많이 상처를 줬어. 아, 내가 우리 어머니한테 너무나 잘못 했구나.’ 사람들이 뉘우치니까, 교도소 안에서 죄를 범하지 않고 사니까 자기가 달라졌고 변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게 변한 게 아닌데 자기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변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다시 교도소로 들어왔다.
 나는 스스로 유혹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스승님에게 연락했다.
“선생님, 저를 이끌어주십시오. 죄악의 유혹을 스스로 이길 기능이 없습니다. 저를 좀 도와주십쇼.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출소 후 아버지를 만날 생각을 했다. 아버지한테 가려니 친구들을 만나야 했고, 친구들을 만나면 술 한 잔 할 테고, 술 한 잔 하면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는 그 길이 뻔히 보였다. 친구들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아버지께 사정을 말씀 드리고 출소 후 곧바로 교도소에서 만난 멘토를 찾아갔다.

마음의 스냅링크를 걸어라
마약하고 범죄한 사람들이 후회하고 돌이키곤 한다. 절대 다시는 마약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다른 마약하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 자기는 정신 차렸고 끊었다고 생각하니까 쉽게 만난다. 자기가 변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 속 철장과 울타리를 깨뜨려 버린다. 그러면서 결심하고 다짐하던 사람들이 다시 마약에 빠지고 범죄 속으로 들어간다.
 결국 범죄하지 않겠다고 정신 차린 사람들이, 마약 끊고 죄에서 손을 씻은 사람들이 다시 들어가는 곳이 교도소이다. 죄에 빠지지 않겠다고 결심할수록 오히려 범죄를 다시 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자기를 믿는 마음을 가지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교도소를 안 가도 실패하게 된다. 나는 세상의 죄악을, 유혹을 이길 수 없단 사실을 정확하게 발견했다.
 그런 내 마음의 죄악 된 고립에서 벗어나 스냅링크를 걸 대상을 찾았다. 때로는 가르침으로 이끌어주시고, 때로는 나를 혼내기도 하는 선생님을 찾았다. 지금도 그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속박 받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다스림을 받고 인도를 받을 수 있는 인생의 큰 축복이다.

김기성
전국에서 ‘마인드 변화’에 대해 활발하게 강연하고 있는 그는 마인드 전문 강사다. 범죄에서 정확하게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그의 주옥같은 메시지가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담을 받고 싶은 분은 kgs91@hanmail.net으로 문의 가능하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