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유학생 대표로 나선 이찬희

나는 지난 2009년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8기 단원으로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에서 활동했다. 아프리카는 의식주를 비롯해 모든 생활환경이 열악한데, 특히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해 빈곤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다. 그런 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단원들은 컴퓨터, 한국어, 댄스, 태권도를 가르치는 무료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우리가 다니던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기뻐하는 현지인 학생들을 볼 때면 많은 보람을 느꼈다. 무더운 탄자니아의 날씨와 옥수수가루로 만든 떡과 비슷한 주식 ‘우갈리’도 내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대통령 방문행사를 준비한 지원 인력들, 그리고 서기관님과 함께. 대통령께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드리지 못한 것은 지금도 아쉽기만 하다.
대통령 방문행사를 준비한 지원 인력들, 그리고 서기관님과 함께. 대통령께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드리지 못한 것은 지금도 아쉽기만 하다.

한국 문화와 정신 알리는 아프리카 민간외교관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학업을 계속하던 중,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을 운영하는 국제청소년연합IYF과 케냐 제2의 국립대인 케냐타대학교가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었고, 내 마음의 고향인 아프리카에 다시 가고 싶었던 터라 케냐타대학교로 유학을 결심했다. MOU 덕분에 수업료 감면혜택을 받아 지난 2012년부터 역사·종교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케냐타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동아리를 만들어 케냐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학교 문화축제 기간에는 한국의 음식과 한복, 전통놀이, 역사와 문화를 소개했다.

아프리카에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이 된 것이다. 케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마인드강연을 하면서도 한국의 새마을운동 정신이나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낸 한국 기업가들의 리더십, 한국인 운동선수들의 정신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많은 학생들이 강연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곤 한다. 또 한국인의 뛰어난 정신과 마인드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기 위해 깊이 생각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교육학을 전공한 터라 케냐 현지 고등 학교에서 3개월 동안 교육실습을 할 기회가 있었다. 고교 교과서를 살펴보니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만, 한국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대학에서 쓰는 교재도 마찬가지였다. ‘굿뉴스코 해외봉사단과 유학생들의 활동으로 좀 더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대통령과의 동포 간담회에 참석했다. (테이블 맨 오른쪽 흰옷 입은 이가 이찬희)
대통령과의 동포 간담회에 참석했다. (테이블 맨 오른쪽 흰옷 입은 이가 이찬희)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유학생 대표로 참석하다
그러던 중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케냐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현재 학업을 위해 케냐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은 30여 명 정도다. 언뜻 적어 보이지만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는 많은 편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케냐 방문은 무려 34년 만에 우리나라 정상이 케냐를 방문하는 뜻깊은 행사다. 그런 행사를 우리 유학생들과 굿뉴스코 단원들이 보조하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는 외교부 및 관계 부처 직원들이 동행한다. 케냐 주재 한국 대사관은 물론 이웃나라에 있는 한국 대사관 직원들도 지원을 나온다. 대통령 방문기간동안 치러지는 동포 간담회나 한-케냐 문화교류 등 행사를 원활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물품이나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현지인들과 의사를 조율하고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내가 맡은 일이었다. 각 분야에서 실력 있는 공무원들과 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 배우고 싶은 점도 많았다.

그러던 중 영사님으로부터 대통령과의 재외동포 간담회 때 유학생 대표로 참석하지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한국과 케냐의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기회다 싶어 바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간담회 자리에서 나는 대통령께 그동안 봉사단원으로 활동하며 느낀 아쉬움을 말씀드리며 도움을 부탁드렸다.

“대통령님, 제가 활동하는 IYF는 교과서를 통해 케냐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유학생들은 한국문화공연과 동아리 활동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습니다. 민간외교관으로서 더 크고 실질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드립니다.”

많이 떨리기도 했지만, 장내의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대통령께서도 관심을 보이시며, 한국을 알리는 데 필요한 물품을 대사관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대사관에서 일하는 모습. 뛰어난 실력을 갖춘 분들과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대사관에서 일하는 모습. 뛰어난 실력을 갖춘 분들과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 삶에 가장 행복했던 해외봉사 1년
5월 31일에는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한-케냐 문화교류 행사가 열렸다. 1,200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였는데, 어느 서기관님이 케냐 대학생들을 많이 초청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평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쌓아온 인맥들을 동원해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모집했고, 일부 학교에서는 버스도 빌렸다. 케냐의 교통사정과 케냐인들의 시간개념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버스를 여러 차례 왕복운행해 행사장을 2천여 명의 참석자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다년간 해외봉사를 하며 구축해 둔 네트워크와 현지사정에 대한 이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009년 탄자니아로 해외봉사를 갔을 때, 킬리만자로 산이 있는 ‘모시’라는 마을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얼굴도 검게 그을리고 머리도 현지에서 자르는 등 겉모습을 가꿀 여유가 없었지만, 내게는 지금도 환히 웃을 추억이 담겨 있는 사진이다.
2009년 탄자니아로 해외봉사를 갔을 때, 킬리만자로 산이 있는 ‘모시’라는 마을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얼굴도 검게 그을리고 머리도 현지에서 자르는 등 겉모습을 가꿀 여유가 없었지만, 내게는 지금도 환히 웃을 추억이 담겨 있는 사진이다.

해외봉사단원으로 탄자니아에서 보낸 1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다. 현지인들과 동고동락하는 동안 내 실수나 허물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들은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었다. 단순히 여행을 위해 짧은 기간 방문했다면 얻지 못했을 재산이다. 아울러 대통령 순방 지원활동을 하며 한국인으로서, 민간외교관으로서, 미래를 움직일 청년으로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대학생들이 해외봉사를 떠나 인생에서 마음이 가장 풍요로웠던 기억을 꼭 가지면 좋겠다.

케냐타대학교 부총장 무겐다 박사님과 함께.
케냐타대학교 부총장 무겐다 박사님과 함께.

이찬희
케냐타대학교 역사·종교 교육학과 4학년으로 나이로비 한인 유학생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 대통령의 케냐 방문 첫 행사인 재외동포 간담회때는 유학생 대표로 선정되어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의 활동을 소개하고 지원을 건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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