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X년의 7월의 어느 날, 한 신병이 중대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신병은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군생활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중대장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훈련소 동기 중 하나가 ‘쓰리 스타’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그 동기한테서 편지가 왔는데, 점호는 늘 열외하고 비서실에서 대기하느라 힘든 훈련을 뛸 일도 거의 없어 군생활 거저 하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c)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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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중대장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저는 전방부대에서 매일같이 힘든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은 여름이라 틈틈이 부대 주변에 풀까지 베어야 합니다. 다 똑같이 오는 군대인데, 누구는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 쐬어가며 지내고 누구는 무더위에 땡볕에서 고생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불공평합니다.”

중대장은 신병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래, 이야기 잘했어. 원래 세상이란 게 불공평한 거야.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이 달라. 그 친구도 편하게 군생활 하는 것 같겠지만, 높은 분이 많이 오가는 만큼 신경 쓰고 긴장할 일이 많을 거야. 생활관에 있다가도 호출이 오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야 하고…. 스트레스가 적잖을 걸.”

신병은 이야기를 들으며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중대장은 말을 이어갔다.

“20대는 신체적으로 가장 왕성하고 머리도 빠릿빠릿하게 돌아가는 인생의 황금기야. 그런 만큼 자신의 능력을 계발해 나중에 사회에 나가 일할 준비를 해야지,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지낼까?’를 궁리할 때가 아니야. 결혼해서 가정을 이끌고, 직장에서 부하들을 통솔할 리더십도 키워야 하지. 그 리더십을 키우는 데 군대만큼 좋은 조직이 또 있을까?”

“중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입대하던 날, 부모님이 뭐라고 하셨나? ‘다른 것 필요 없으니 그저 건강하게만 다녀오라’고 하시지 않았나? 군생활 편해봤자 얼마나 편하게 하겠어? 내가 아는 병사는 박격포병이었는데 힘들다고 건의해서 취사병으로 옮겼어. 하지만 취사병이 어디 쉽나? 다시 행정병, 통신병으로 옮겨다니는 동안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겉돌기만 했어. 결국 전역하던 날, 누구의 축하도 받지 못하고 쓸쓸히 부대를 나서더라고. 안타까웠지. 아예 처음부터 편하게 지내겠다는 알량한 생각을 잘라냈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신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쇠는 달구고 때릴수록 강해지지? 군생활도 똑같아. 오늘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피하지 말고, ‘나를 강하게 단련시킬 기회다’라는 마음으로 덤벼들어 보길 바라네.”

“감사합니다!” 신병은 환한 표정으로 중대장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힘찬 발걸음으로 중대장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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