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군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바뀌는 건 복장이다. 입대할 때 입은 사복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전투복으로 갈아입으며 2년간 사회를 뒤로하고 나라를 위해 싸울 결의를 다진다. 전투복 외에도 총이나 철모, 군장 등은 전쟁터에서 내 생명을 지켜줄 소중한 분신들이다. 입대를 앞둔 분들을 위해 군 보급품을 소개하는 심플 가이드를 준비했다.

(c)국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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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총 없이 전쟁터에 나간다’는 말처럼 총 없는 군인을 상상할 수나 있을까. 총은 전쟁터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적을 물리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무기다. 훈련소에서도 훈련병들에게 ‘총은 제2의 생명이니 애인 다루듯 소중히 하라’고 철저히 교육한다. 특히 보초를 설 때는 누가 뭐라 하든, 심지어 지휘관이 오더라도 절대 총만큼은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사진 속 오른쪽 장병이 든 총은 K1 기관단총, 왼쪽 장병이 든 총은 K2 소총으로 현재 전군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총들이다. 원래 우리 군은 1975년부터 미국과 계약을 맺고 생산한 M16 소총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60만 정만 한정생산한다는 조항 때문에 당시 70만 국군과 수백만 예비군을 모두 무장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국방과학연구소에 ‘국산 소총을 서둘러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려 1981년에 K1 기관단총, 1983년에 K2 소총이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자주국방을 이루겠다는 지도자의 혜안과 우리 기술진의 숨은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K2 소총은 세계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페루·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세네갈·이라크 등에 수출되기도 했다.

전투모와 베레모
훈련이나 경계근무 등을 제외하면 전투복을 착용할 때 반드시 쓰는 모자다. 야외에서는 쓰고, 실내에서는 벗는 것이 원칙이다. 해병대는 특유의 8각 전투모로 유명하며, 육군에서는 2011년신형전투복이 보급되면서 베레모를 착용하도록 바뀌었다.

전투복
군복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지만, 정식명칭은 전투를 치를 때 입는 ‘전투복’이다. 평소 일과시간이나 훈련, 종교행사, 면회 및 휴가 때도 착용한다. 전투복이 얼룩무늬로 된 것은 숲이나 들에서 위장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다. 2011년부터 보급된 신형전투복은 모래색·수풀색·침엽수색·나무줄기색·목탄색 등 5색의 디지털 픽셀무늬를 사용해 숲, 들판은 물론 모래밭이나 도로, 시가지에서도 위장효과를 발휘한다.

또 고기능 폴리에스터 등 신소재를 적용해 신축성, 항균방취성, 땀 흡수성을 크게 높였다. 멋을 내기 위해 전투복을 다림질해 입기도 하나, 이는 전투복의 적외선 반사기능을 떨어뜨려 적에게 쉽게 노출되게 하므로 절대 금물이다.

전투화
역시 ‘군화’ ‘워커’라고 불리지만, 정식명칭은 전투화다. 흙, 돌이나 바위, 뱀이나 벌레로부터 발을 보호하고 신속한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튼튼한 통가죽으로 만들어졌다. 내구성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방수도 잘되지만 통풍이 되지 않아 발냄새와 무좀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군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2년부터 고어텍스 소재와 인체공학적 설계를 적용시킨 신형전투화를 지급하고 있다. ‘방수가 되면서도 공기가 잘 통하고 가벼워졌으며, 무엇보다 구형에 비해 훨씬 발이 편하다’라는 게 구형과 신형을 모두 신어본 예비역들의 한결같은 소감이다.

인식표
전사하거나 큰 부상으로 의식을 잃었을 경우, 신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소속(육해공), 군번, 이름, 혈액형을 새겨놓은 금속판이다. 군인이라면 자나깨나 24시간 착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군장
전투에 필요한 모든 개인 장비와 물품을 담는 배낭backpack이다. 완전군장, 즉 전투복·전투화·속옷 및 양말·텐트·침낭·야전삽·세면도구·우의(비옷)·전투식량 등을 모두 담으면 그 무게는 약 25kg에 육박한다. 어느 신병교육대에서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하던 훈련병들에게 교관이 말했다. “무겁지, 얘들아? 하지만 너희 아버지들이 짊어지신 삶의 무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순간 200여명의 ‘싸나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눈물을 글썽였다고. 군장도 꾸준히 품질개선이 이루어져 용도에 따라 주 배낭와 보조배낭 등을 뗐다 붙였다 하는 모듈형으로 발전했으며, 어깨끈과 허리 부분에 스폰지를 넣어 착용감이 좋아졌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예전보다 더 무거워졌는지도 모른다.

수통
행군이나 훈련으로 땀을 뻘뻘 흘린 뒤 들이키는 시원한 물맛은, 사이다가 따로 없다. 수통에는 늘 물을 가득 채워둬야 한다. 만약을 대비해 물을 충분히 휴대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물이 가득 차 있지 않으면 찰랑거리는 소리 때문에 (특히 밤에) 아군의 위치가 적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를 군대용어로 기도비닉(企圖秘匿·들키지 않고 작전을 수행)이라고 한다.

반합
한자로는 반합飯盒, 밥그릇이라는 의미이지만 직접 밥을 지어먹을 수 있다. 열전도율이 좋은 양은재질로 되어 있어 라면 끓여먹기에도 안성맞춤이라는 체험담이 인터넷에 자주 올라온다. 한 예비역의 실험에 따르면 한번에 최대 다섯 개를 끓일 수 있다고.

운동복과 활동화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는 특성상 군대에서는 식사나 잠자는 것도 훈련의 연속이다. 그래서 체육도 ‘전투체육’이라고 부른다. 매주 네 시간 이상 갖는 전투체육 시간에는 축구, 족구 등을 하거나 행군, 오래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등 체력활동을 한다. 사진은 입대시지급되는 운동복과 활동화.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흠뻑 땀에 젖은 채 어울려 뛰다보면 자연스럽게 전우애가 싹튼다.

속옷
역시 군인 아니랄까봐 속옷까지 녹색이다.

야전삽
‘군에 가면 삽질 하나는 확실히 배워 온다’는 말이 있다. 사회에서는 ‘삽질’이 성과 없는 일을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군에서는 꼭 습득해야 할 유용한 스킬이다. 전쟁터에서 텐트 설치를 위해 땅을 고르거나 배수로·참호를 팔 때, 잡초를 제거할 때, 비나 눈이 온 뒤 연병장이나 도로를 복귀할 때 등 두루두루 쓰인다. 사진의 삽은 군용 야전삽으로, 곡괭이와 톱이 달려 있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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