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만덕고 '진로의 날'_멘토링3 고은비

저는 어릴 적부터 집안 형편에 불만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때 집에 친구를 데려와 본 적이 없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다 좋은 집에 사는데 저만 볼품없이 사는 것 같아 부끄럽고 놀림을 당할까 봐 두려웠어요. 친구들이 서로 집안 사정을 가지고 놀리고 왕따를 시키는 게 유행처럼 번졌어요. ‘사람이 조건이 안 되면 무시당하고 버림을 받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저는 철저히 저 자신을 감추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게 세상의 진리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인생에서 세 가지를 철저하게 기준으로 삼았어요. 첫 번째, 공부 잘하기. 두 번째, 외모 예쁘게 가꾸기. 세 번째, 돈을 많이 모으기였습니다. 저는 모든 시간을 일일이 점검하고 기록하면서 빈틈이 없게 살았어요. 친구들과 매점에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였어요. 고등학교3학년 때 부반장이었는데, 하루는 자습시간에 학우들이 떠들 때 저는 귀를 막고 공부했어요. 제가 친구들을 좀 조용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선생님께도 혼이 났지만 왜 혼이 났는지 몰랐어요. 그 결과 고3 졸업식 때 진심으로 대화를 나눈 친구가 없었어요. 더 큰 문제는 한 번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갖춰야 할 네 번째 조건이 ‘인간관계’라고만 생각했어요.

대학 시절 저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했지만, 누구와도 대화하지 못해 외로웠어요. 대학에 입학해서 배우게 된 법, 경제, 경영의 학문이 다채롭지만 어려웠어요. 그래서 교수님의 수업을 통째로 녹음해서 다 외워도 머리 좋은 과 친구를 못 따라갔고 힘겨웠어요.

그리고 외모도 신경이 쓰여서 무엇을 입어야 할 지 항상 고민했어요. 입은 옷을 다음날 다시 입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데 매일 다른 옷으로 꾸며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가족 문제였어요. 부모님은 항상 저에게 ‘공부 못해도 되니까 제발 사람이 되라’고 하셨어요. 부모님의 말뜻도 이해하지 못하고 항상 싸웠는데, 그런 저 자신이 정말 끔찍하게 느껴졌어요. 입학하면 행복할 줄 알았던 대학 1년의 세월이 너무 버거웠고, 어디론가 떠나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태국에서 발견한 비뚤어진 나의 모습
그리고 어느 날 굿뉴스코 해외봉사 포스터를 보았어요. 대학생들의 미소를 보며 ‘나도 저렇게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까?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봉사에 도전했어요. 2013년 아무도 지원하지 않은 태국으로 해외봉사를 떠났어요.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만이라도 머릿속에서 계산하지 않고 도전해보자!’ 저는 정말 절실했습니다.

그리고 태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찾았습니다. 태국어를 못하니 첫 번째 기준이 깨졌습니다. 50원짜리 과자에도 감사를 느끼게 됐으니 세 번째 기준도 깨졌습니다. 심각한 것은 외모였는데요. 몸무게가 10kg이나 늘었고, 물이 맞지 않아서인지 피부에 난리가 났어요. 스스로 거울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싫고 끔찍했어요. 그래서 사람들과 눈도 잘 못 마주쳤어요.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물어봐 줘도 나를 징그럽게 생각하겠다는 마음만 가득해서, 현지인들에게도 화가 나는 거예요. 하루는 현지인 친구 한 명이 피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도대체 왜 또 이야기하느냐?”면서 따져 묻고 나가버렸어요. 알고 보니 현지 친구는 제게 약을 주려고 물었던 거예요. 한참 약봉지를 바라보았어요. ‘나는 내 기준으로 사람을 보고 있구나. 그래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살았구나!’ 그런 마음이 들자, 하나씩 저의 비뚤어진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의 기준들이 깨졌어요. 지부장님과 그동안 고민했던 속마음을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은비야, 무시받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없어. 세상의 유명한 리더들은 정말 큰 어려움 속에서 무시를 당하면서 살아왔어. 그래서 모두가 마음이 강인했어. 사실 무시당할 수 있는 마음은 복이란다.”

그때부터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기자를 꿈꿉니다.

무시 좀 당해도 좋다
더 높은 곳에 있어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저 역시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려움을 겪고 무시를 받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자존심을 버리고 낮은 위치에서 사람들의 진심 어린 마음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때, 감사를 배우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부족함이 있으신가요? 친구들에게 서로 부족한 점을 보여보세요. 무시를 좀 당하면 어때요? 잘난 모습을 보이려고 서로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면 터놓고 이야기해보세요. 제가 배운 ‘삶의 기쁨’을, 여러분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고은비
부산대학교 무역학과 4학년. 그녀는 2013년 태국을 다녀왔고 캠퍼스 리포터로 활동 중이다.

‘내가 가장 빛날 때는 내가 잘났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나의 부족함이 있을 때다.’
라는 멘토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습니다.
-1학년, 김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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