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만덕고 '진로의 날'_멘토링1 양재은

여러분은 자신의 부족한 점들을 가리려고 해본 적이 있나요?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또는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먼저 이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부족함이 없고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 것입니다. 부모님이 다른 친구와 비교하거나 여러분 옆에 있는 친구를 보면서 스스로 비교하다 보면 ‘내가 뭐든 잘해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와 함께하겠구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은데요. 저는 못된 아이였고, 무시당하면 안 되고 친구가 장난으로라도 한 대 때리면 저는 두 대 때려줘야 속이 풀리는 아이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작은 지식이나 조금 잘하는 몇 가지로 상대를 눌러 먼저 관계의 주도권을 잡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람 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게 됐습니다.

어느 날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의 공연 ‘귀국발표회’를 보러 갔습니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다녀온 나라의 댄스 공연을 하거나 각 나라에서 느꼈던 것들을 뮤지컬, 연극, 체험담 발표 등 소개했는데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에 하나같이 행복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음의 고향’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 그리고 그때 봤던 뮤지컬의 마지막 노랫말이 제 마음에 남았는데 “보내줘요. 내 고향으로 춤추듯 즐거운 곳. 한 번 더 느낄 수 있게~” 이런 가사였어요.

보면서 ‘도대체 얼마나 좋았으면 저렇게 좋아하고 다시 가고 싶다고 하는 걸까?’ 나도 저 행복을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두 번째로는 힘든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계속 똑같이 공부만 해오던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 등이 섞여서 인도 ‘오리사’라는 지역으로 2013년 한해 동안 해외봉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싸우는 사람이었다
인도는 영어와 힌디어, 각 지역의 1,000개가 넘는 언어가 섞인 곳입니다. 그곳에 여자 단원 8명, 남자 단원 4명이 함께 있었는데, 부딪히는 일이 많아서 저의 본색이 드러나게 됐습니다. 한국 사람들과만 싸우면 괜찮은데, 또 현지인과도 싸우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아눕’이란 친구가 내 별명을 지었다기에 뭐냐고 물어보니 ‘히틀러(^^;)’라고 해요. 여자에게 히틀러라니? 정말 화가 났습니다.

해외봉사에서는 건물 건축 봉사나 교육 봉사가있는데, 델리, 콜카타, 첸나이, 하이데라바드 등 10개의 다른 지역에서 저처럼 해외봉사를 온 단원들이 다 같이 모여서 의논했습니다. 34명 정도가 모이니 의견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모두 다른 겁니다.

리더는 그늘이 있는 사람이다
하루는 첸나이 지부장님이 사람은 두 부류라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자기가 잘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어떤 일을 진행해 나가는 사람이야.”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잘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이 모인다고 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일이 어렵고 잘못하는 게 생기고 부족한 점들이 생겼을 때 ‘아 내가 이런 거 어려운데 잘못하겠는데 저 사람한테 말하면 이해해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아니야. 저 사람은 잘하니까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고 나를 쳐내겠지’ 그렇게 한 명, 두 명 결국 다 떠나게 된다는 겁니다.

결국 혼자 남게 되는 거죠. 그런데 다른 사람은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서 “제가 이런 게 부족합니다. 같이 도우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한 대요. ‘처음엔 리더의 역량이 부족하면 일이 잘 안 되는 거 아닐까’ 의구심이 들다가 시간이 지나서 똑같이 어렵고 부족한 게 보일 때 ‘아, 저 사람도 부족한 게 있었지. 그럼 나를 이해해주겠구나. 나를 받아주겠구나’ 하니까 자꾸만 사람들이 모인다는 겁니다. 나무가 아무리 키가 크고 덩치가 커도 그늘이 하나도 없다면 동물이나 사람들이 그 나무 밑에서 쉴 수 있을까요? 아니겠죠. 그런데 조금 키가 작아도 그늘이 많다면 사람과 동물이 그 그늘 밑에 모여서 쉬는 것과 같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고, 가슴이 ‘쿡쿡’ 찔렸습니다.

해외봉사에서 얻은 꿈, 선생님!
영어는 일상 회화 수준이었는데, 인도에서 통역을 맡아 하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습니다. 곧잘 말하고 의사소통도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부족한데도 어느새 우쭐해져서 ‘아니, 그것도 하나 못해?’ 하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히틀러처럼 키도 작고 얼굴도 못생기고 똑똑하지 않은데, 그런 모습을 가리고 다른 사람과 부딪치며 살았어요. 그리고 저는 한 명 한 명에게 저 자신에 관해 물어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주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좀 가슴 아프기도 하고 기분도 나쁠 수 있지만 제 모습을 크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부장님께도 제 이야기를 솔직히 했을 때 야단치시는 게 아니라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재은이가 이런 말도 할 줄 알아? 너무 예쁘다!” 하시는 겁니다. 인도 사람들과도 더 가까워지면서 나중에 저는 아눕의 가족이 됐어요. 그리고 아눕 가족의 이름을 받아서 ‘재은 쿠마리 프라단Jaeeun Kumari Pradhan’이란 이름도 생겼습니다. 그분들과는 계속 연락하고 지내면서 정말 가까운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복학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제가 이것 잘 모르겠는데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맞나요?’ 하고 물어보면 그 사람들이 저를 우습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반가워하고 잘 가르쳐줍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도 더 가까워졌어요. 교수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한 입시학원에서 영어 강사 선생님의 개인 조교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담당 선생님이 출장 중일 때에는 제가 학생들의 영어 첨삭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첨삭한 부분을 선생님께 항상 여쭤보는데 친절히 가르쳐 주십니다.

여러분도 경쟁에만 몰입하다 보면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괴롭기도 한데, 부족함이 약점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그늘이 되고, 그 그늘에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고 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그늘이 큰 나무가 되시길 바랍니다.

양재은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4학년.2013년 그녀는 인도 오리사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이 있는 나무로 성장했다.


어떤 사람은 잘하는데도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 사람이 큰 나무와 같아도 그늘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부족해도 가르침을 받으면서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경우가 있어요. 그 사람은 작은 나무지만 그늘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2학년, 박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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