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시각 디자이너

디자인은 크게 평면적인 2D, 입체적인 3D로 나누어져 있다. 디자인 분야는 광고 디자인, 편집 디자인 등의 시각전달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 환경 디자인 등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하루 시작을 디자인으로 해서 디자인으로 끝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좋아한 나도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하면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디자인회사에 부푼 꿈을 갖고 입사했다. 처음 입사한 회사는 홈페이지를 개발하는 곳이었다. 21세기에 인기를 모은 홈페이지 회사는 그야말로 상업적인 흥행가도를 달렸다. 막내 디자이너로 입사한 나는 주로 복사 업무와 상사의 디자인 자료를 정리하는 허드렛일을 8개월 가량 했다.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기획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팀장이 중도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마케팅 기획일과 디자인 업무를 동시에 하면서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다. 하지만 대표 또한 힘들어했기에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1년이 지나고 연봉도 크게 오르면서 25살 어린 나이에 팀장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버킷리스트에 하고 싶은 목표를 세웠다. 가장 관심이 있던 목록은 차 종류였다. 20대는 소나타, 30대는 그랜저, 40대는 BMW를 타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3년이 흘렀고 연봉이 더 높은 곳으로 회사를 옮겼다. 압구정동에 있는 디자인 회사에 팀장으로 입사했다. 마치 영화에 나올 것만 같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화려한 꿈도 꾸었다. 회사 근처 백화점에 매일 출근하듯 들러 필요하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물건을 샀고, 좋아하는 레포츠를 즐겼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은 점점 텅 빈 것 같았다.
‘돈을 많이 벌고 여행도 다니고 사고 싶은 물건도 사는데, 왜 시간이 갈수록 행복하지 않지?’
내가 하는 일은 점점 창조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디자인보다 선정적인 광고 디자인이나 정치인들의 홍보 브로셔를 만드는 쪽으로 흘러갔다. 파티나 술자리 사진들로 난무하는 자료 사진들. 술에 흥건히 취한 얼굴을 포토샵 처리를 잘해달라는 요청까지. 밤을 지새우며 마감을 할 때면 파김치가 되어서 ‘내가 정말 무엇을 하는 걸까?’ 하는 의문으로 잠들곤 했다. 그리고 29살, 용기를 냈다.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모든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돈에 매이지 않는 진정한 행복과 가치있는 삶을 찾으리라.’
인도, 칠레로 떠나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하면서 생활방식도 바꾸었다. 그러다 지금 일하고 있는 <투머로우> 사를 만났다. 자원봉사 겸 일을 하고 있기에 예전의 급여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세상에 필요한 기사들을 시각화하고 있다. 매월 마감에 때론 별밤을 보면서 퇴근할 때가 많지만 마음은 뿌듯한 삶을 살고 있다. ‘세상 어떤 디자이너들이 나처럼 이렇게 행복할까?’

가끔 주변 사람들이 묻는다. 그들에게 나는 <투머로우>를 펼쳐 보여준다. 사람들의 손에 들려 마인드의 변화를 일으킬 것을 생각하면 어느 곳에서 일했던 것보다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다.
가끔 대학생들이 나에게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화려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할 때가 있다. 예전의 나처럼 불나방이 되어 불을 향해 날아가듯, 돈 잘 벌고 돈 잘 쓰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나는 이제 그들에게 더 이상 속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종이 한 장에 가치 있고 생명을 담은 디자인은 억만금을 주어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김진복
<투머로우> 시각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디자이너로서 사색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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