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투머로우

상단여백
HOME 인성up 마인드 Talk!
아버지, 제가 틀렸습니다독자 에세이-스승의 조언
이한나 | 승인 2016.05.20 20:40

독자 이한나 씨는 <투머로우> 애독자로 5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드리는 사연을 편집부로 보내왔습니다. 이한나 씨가 사연을 보내온 이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의 사연이어서 더욱 애틋해집니다. 그녀는 투머로우 독자에게 전화기를 열어 ‘부모님 사랑합니다’ 하고 말해보라고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학생 때 일이다. 평소 존경하던 은사님이 해주신 이야기인데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까지 그 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한나야, 사람의 마음에는 세 단계가 있단다. 가장 낮은 수준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난 옳아, 저 사람은 틀렸어’ 하고 말하는 것이고,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내가 틀렸어. 저 사람이 옳아’ 하고 말하는 것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최고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봐도 내가 옳고 저 사람은 틀렸어. 하지만 내 옳음을 버리고 저 사람을 따라야겠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야.”

이 이야기를 들은 당시에는 ‘어떻게 사람이 자신의 옳음을 버릴 수 있지? 사람이 틀릴 때도 있지만 맞을 때도 있잖아’라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신기한 것은 세월이 지날수록 내가 정말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삶 속에서 솔직하게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왜 은사님이 세 번째 마음의 단계인 ‘내가 옳지만 저 사람을 따라야겠어’가 가장 최고의 마음의 마음이라고 하 나는 어렸을 때 늘 아버지를 미워했다. ‘가정을 돌보지도 않는 아버지, 어머니를 학대하는 아버지, 술과 담배를 항상 달고 사는 아버지….’ 나는 그렇게 아버지를 나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그 이후로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다. 나는 당연히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아버지에게 말 한마디 붙인 적 없이 자랐다. 그런데 뇌출혈로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요양원에 계셨을 때, 예전에 몰랐던 아버지의 사랑을 발견했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폐를 끼치는 게 싫어서 병문안을 가도 ‘빨리 가거라’ 하고 이야기하셨다. 그런데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버지는 네 전화를 기다린다’고 하셨다. 한없이 작고 초라해지신 아버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보는 내 마음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생 각해보면 아버지가 내게 보여준 사랑의 흔적이 있었다. 내가 인도로 봉사활동을 갔을 때 비자 연장 수수료를 낼 돈이 없어서 난감했을 때 어렵게 수화기를 들고 아버지에게 전화 드렸다. ‘당연히 아버지는 안 된다고 하시겠지, 그래도 전화나 해보자.’ 하고 부탁드렸을 때 아버지는 인도로 돈을 송금해주셨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됐을 때도 갑자기 집으로 찾아오셔서 ‘결혼 자금에 보태쓰라’며 돈뭉치를 주고 가셨다. 큰돈이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형편을 알기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버지는 아프고 난 다음, 자식에게 폐가 되는 게 싫어서 돈 드는 건 무조건 안 한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애써 기억에서 지워왔던 것이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셨고, 다만 표현하지 못하셨고, 당신 스스로 삶을 절제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나 역시 아버지를 사랑했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큰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로 간신히 숨을 연장해가면서 생사를 오가고 있을 때였다. 그런 아버지를 차마 볼 수 없어서 울면서 뛰쳐나왔다.

‘아직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이대로 가시면 안돼요!’

아버지가 밉고 싫던 마음은 사실이 아니었다. 참 오랫동안 나는 ‘아버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아버지와 대화 없이 지냈다.

하지만 ‘내가 본 게 맞지만 내 옳음을 버리고 아버지의 마음을 따라보자’ 하고 생각하고부터는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단절되고 서먹하던 관계도 밝아졌다.

매일 살아가면서 나는 두 가지 마음의 싸움을 한다. ‘내가 맞아, 절대 먼저 사과하지 않을 거야’ 하는 마음과 ‘내가 틀릴 수 있는데, 고집부리지 말고 다시 말을 걸어보자’는 마음.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할 때 은사님의 조언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믿고 내 편에서 마음의 빗장을 닫은 일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제가 틀렸습니다.’

이한나  info@dailytw.kr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한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