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리핀 대선에 당선된 로드리고 두테르테(71)가 ‘필리핀 트럼프’로 불리고 있다.

ABS-CBN 필리핀 현지 언론은 10일 오전 4시(현지시각) 74%의 개표가 이루어진 가운데 야당 PDP라반의 후보 두테르테 시장이 1483만 표를 얻어 현재 집권당인 자유당(LP) 후보로 889만 표를 얻은 마루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58)을 600만 표 차이로 따돌렸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인 두테르테 시장은 "겸손하게 유권자의 뜻을 받들겠다", "자나깨나 국민의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두테르테 시장의 당선 요인으로는 이른바 '범죄와의 전쟁'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두테르테 시장은 "모든 범죄자를 처벌하겠다"며 강력한 치안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두테르테 시장은 초법적 범죄응징으로 인해 '징벌자'라는 별명이 있다. 자경단을 조직해 1000명이 넘는 범죄자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는 재판없이 죽인 범죄자 수를 1000명을 넘어 1만 명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욕설과 여성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현 정부와 인권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는 유세 현장에서 “나는 약물중독자들과 ‘개XX(sons of bitches)’들을 정말 죽일 것”이라면서 “나는 인내심이 없다. 나는 중간이 없으며 내가 죽든 멍청한 그들이 죽든 한 가지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성폭행으로 살해된 여성을 두고 “내가 먼저 (강간)했어야 했는데”하며 강간 관련 발언을 농담처럼 하는 것은 물론 “비아그라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대통령 자질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이러한 언행에도 높은 지지율을 얻어 두테르테 당선자를 두고 서방 언론들은 ‘필리핀의 트럼프’라고 표현했다.

두테르테 당선자가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은 가난과 범죄, 부패 등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사법체계를 경시하는 두테르테 시장과 마르코스 전 대통령 계엄 시절 인권유린 문제를 외면한 마르코스 주니어 의원이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당선되면 ‘독재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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