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뵤~!” 노란 추리닝을 입고 이소룡이 된 아나테이너 전현무가 그간 갈고 닦은 중국어로 멋지게 적들을 쓰러뜨리는 ‘문정아 중국어’ CF가 언제부턴가 화제다. ‘광고 참 익살스럽고 재밌다. 그런데 문정아가 누구야?’ 하는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문정아는 올해로 14년째 중국어 교육이란 외길을 걸으며 HSK(중국정부 주관의 중국어 시험) 국내 최다 수강생과 합격생을 배출한 명강사다. ‘중국어 고수’ 문정아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중국어 공부 비법!

이제 중국은 세계의 거인이다
Q. 토익, 토플, 회화 등 영어 공부만 하기에도 벅찬데, 중국어까지 꼭 배워야 할까요?

당장 오늘자 신문이나 인터넷 포털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세요. 중국 관련 뉴스나 정보, 이야기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중국이 정치·경제·산업·문화·군사 등의 분야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경제에 있어 중국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계 1위의 인구대국으로 노동력이 풍부한 덕에 글로벌기업들이 앞다퉈 생산기지를 건설하면서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기도 했습니다. 외환보유액 3조 7,300억(2,000억) 달러로 세계 1위, 국토면적은 러시아와 캐나다, 미국에 이어 4위입니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만큼 ‘중국 경제성장률이 1% 감소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 감소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2014년 한-중 FTA 타결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최근에는 중국인의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14억이나 되는 소비자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시장이 자 ‘기회의 땅’이 되었습니다. 한때 중국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던 ‘되×’ ‘짱×’ 등의 표현도 거의 사라졌고, 한국을 찾은 관광객을 가리키는 ‘요우커’라는 단어가 일상어가 되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중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고, 대학에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도 많습니다.

이처럼 중국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취업현장에서는 중국어가 가능한 지원자에게는 가산점을 주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인사고과를 반영하거나 승진대상을 선발할 때도 중국어 구사능력은 중요한 평가기준 중 하나입니다.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선택하는 고등학교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며, 대입에도 중국어 특기자 전형이 있습니다.

중국어? 울고 들어가 웃고 나오라 전해라
Q. 중국 영화, 드라마를 보면 ‘칭’‘챙’ 소리가 많이 나와 외계어처럼 들립니다. ‘중국어, 꼭 배워야지’ 하다가도 ‘저런 불가사의한 언어를 정복할 수 있을까?’ 싶어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

대개 홍콩 영화나 무협영화의 액션장면 음향효과에 우리말 ‘ㅇ’ 받침이 들어가는 소리가 많은데요. 실제 중국어에서 ‘칭’ ‘챙’ 같은 소리가 들어가는 발음은 많지 않답니다. 다행히 중국어에는 우리말과 비슷하게 발음되는 소리가 많습니다. 물론 우리말에 없는, 그래서 내기 힘든 발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요령 몇 가지만 터득하면 금방 중국인처럼 발음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너, 밥 먹었니?’를 중국어로는‘你吃饭了吗?니츠판러마’라고 합니다. 여기서 ‘츠’가 먹는다는 뜻인데요. 혀를 말아 입천장에 닿을락 말락 하게 해 보세요. 자칫 혀가 입천장에 닿으면 소리가 막혀 버리니 주의하시고요. 저는 이 상태를 학생들에게는 ‘혀가 벌 선 자세’라고 소개합니다. 그 상태에서 ‘츠’ 소리를 내면 정확한 발음이 됩니다.

Q. 중국어라면 한자를 알아야 해서 머리가 아파요. 또 중국에서는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한자와는 전혀 다른 간체자를 쓴다니, 더 좌절하게 됩니다.

흔히 ‘중국어 공부’ 하면 한자를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중국어를 처음 공부할 때는 매일 단어 100개를 100개씩 쓰면서 외우는 ‘닥치고 쓰기’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손가락이 휠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제 말하기 실력은 그다지 향상되지 않았지요.

영어든 중국어든 언어는 기본적으로 말하기, 즉 ‘소리’입니다. 처음부터 한자, 발음, 병음(拼音·한자의 중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 성조(声调‧음절 안에서 나타나는 소리의 높낮이) 등 하나 하나를 완벽하게 배우려고 하면, 금방 제풀에 지쳐 포기하기 십상입니다. 어린 아이는 엄마의 말을 무작정 그대로 따라하며 언어를 익히지요? 마찬가지로 중국어를 배울 때도 간단한 기초회화부터 한자·발음·병음·문법·단어를 분석하지 말고 따라해 보세요. 그렇게 3~6개월 정도 공부하며 중국어와 친해진 다음에 한자·문법·단어를 공부해가는 게 정답입니다.

우리말의 80%가 한자어로 된 것, 알고 계시지요? 중국어에는 우리말 한자어와 똑같은 단어가 많습니다. 우리말 ‘학생學生’은 중국어로도 똑같은 한자를 써서 ‘学生쉬에셩’이라고 합니다. ‘교실’은 ‘教室쟈오슬’이라고 하지요. 그밖에도 우리는 2,500년 전부터 중국과 문화적 영향력을 주고받고 있는 등 중국어를 배우기에 유리한 입장입니다.

Q. 중국는 어순이나 문장의 구조가 영어와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영어처럼 어렵지 않을까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영어로는 I love you, 중국어로는 ‘我爱你워아이니’라고 합니다. ‘ 주어+서술어(동사)+목적어’로 되어 있으니, 어순이 같은 셈이죠. 이 점을 제외하면 중국어 문법은 한국어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중국어를 세상에서 문법이 가장 간단한 언어로 꼽습니다. 우리말처럼 높임말이나 낮춤말도 없고요. 영어나 프랑스어처럼 시제에 따라 동사가 불규칙하게 바뀌거나 시제가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我去学校。(나는 학교에 간다-현재형)

我要去学校。(나는 학교에 갈 것이다-미래형)

我去学校了。(나는 학교에 갔다-과거형)

이처럼 동사 앞에 要를 붙이면 미래를, 동사 뒤나 문장 맨 뒤에 了를 붙이면 과거/완료의 의미가 됩니다. 또 문장 맨 뒤에 吗를 붙이면 의문문이 됩니다.

你去。(너는 간다) → 去吗? (너는 가니?)

이처럼 중국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정리되고 발전하고 다듬어진 단순한 언어입니다. 중국어를 향해 마음을 열고 다가가시기 바랍니다.

외국어를 배우면 새 창이 열린다
Q. 문정아 선생님의 공개강의나 인터넷 무료강의를 듣다 보니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자막 없이 볼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고급 중국어 실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요?

케이블채널인 중화TV를 자막 없이 보고 이해하려면 적어도 2년 정도는 꾸준히 공부할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세상 모든 공부가 다 그렇지만, 특히 외국어는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느는 정직한 과목이거든요.

문정아식 소리 학습법
말에 마음을 실어라!

‘공부=받아적는 것’이란 고정관념부터 버려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언어란 기본적으로 ‘소리’입니다. 따라서 언어를 배우려면 글자로 익히기에 앞서 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하지만 읽기와 쓰기 위주로 시험을 진행하는 교육현장이나 글을 중시하는 유교 문화의 영향 등으로 인해 언어의 기초인 말하기와쓰기는 등한시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하면서도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말 한 마디 못하고 “What?”을 연발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중국에 유학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깜지’를 채우듯. 1년 동안 공부한 노트를 앞에 놓고 방학 내내 베껴 써 보았지만, 제 중국어는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꽉 막힌 기분이야. 왜 중국 사람들은 내가 하는 중국어를 못 알아듣는 걸까?’ 고민하던 중 하루는 제가 하는 중국어를 녹음해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낯이 화끈거릴 만큼 틀린 발음이 많이 나왔으니까요.

그때부터 예전의 ‘닥치고 쓰기’ 대신 ‘듣고 말하기’ 학습법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제 중국어와 표준어를 쓰는 친구의 중국어를 각각 휴대용 카세트로 녹음한 뒤 비교해가며 발음을 교정해 나간 것이지요. 효과는 금방 나타났습니다. 제가 공부하던 중의학 관련 내용들도 반복해서 읽어 숙달한 뒤 녹음해서 틈틈이 들었습니다. 중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학교수업내용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사용한 테이프는 200개, 반복재생을 하느라 고장나서 갈아치운 녹음기만 다섯 대나 됩니다. 저만의 ‘소리 학습법’을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뭔가를 열심히 적어야 공부한 것 같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받아적기식 학습은 우리의 뇌와 감각을 자극하지 못합니다. 듣고 소리 내서 따라해야 입술은 물론 상·하악골, 혀, 안면근육, 성대 등 발성기관, 나아가 뇌와 신체의 모든 감각이 활발히 작동하면서 온몸으로(!) 단어와 문장을 체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중국어를 언어가 아닌 노래로 받아들여라

처음부터 끝까지 톤이 일정한 한국어와 달리, 영어 문장에는 독특한 억양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시지요? 중국어에는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독특한 억양의 오르내림이 있습니다. 이를 성조声调라고 합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데도 물론 개인차가 있는데, 당연히 음감이 발달한 사람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 유학시절, 제 중국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이 음치였습니다. 하지만 중국어 하는 것을 들어보면 성조는 기가 막히게 잘 지키더군요. 더구나 우리 한국인은 노래를 부르거나 듣는 것을 즐기고, 노래방에 가면 애창곡 하나쯤은 뽑을 만큼 뛰어난 리듬감과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민족이잖아요? 성조를 따로 외우려 하지 말고 열심히 소리 내어 따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이 될 것입니다.

배우가 되어 연기를 하라

여러분이 우리말을 처음 배울 때 ‘안녕’ 따로, ‘하세요?’ 따로 익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라는 표현 자체를 듣고 따라하며 익혔을 것입니다. 어떤 단어나 표현에는 그 말이 쓰이는 상황이 있는데, 그 상황을 생각지 않고 추상적으로 외우면 기억에 잘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또 하나 생각해낸 것이 바로 ‘동작 학습법’입니다. 단어의 뜻이나 표현이 사용되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외우고 익히는 것이지요. 동사는 직접 몸으로 동작을 하면서 익히고, 형용사는 그 상황이나 상태를 묘사하면서 익히는 겁니다. 가령 ‘걸어가다’라는 동사를 외울 때는 정말로 걷듯이 발을 구르고 팔을 휘두르면서 “走路조우루” 하고 외워 보세요. 소리를 내면서 동작과 함께 외우면 기억에도 오래 남습니다. 물론 더 재미도 있고요.

문정아
“누구나, 마음껏, 제대로 중국어를 배울 수 있게 도와 드릴게요.” 원어민처럼 정확한 발음과 중국문화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 무엇보다 수강생의 수준을 배려한 맞춤식 강의로 인기가 높다. 중국 유학 1세대로 한의사가 되려고 중국인 동기들보다 더 열심히 중의학을 공부했다.
중의학 학위를 인정하지 않는 국내제도의 한계로 꿈을 접어야 했지만, 대신 한국인들의 중국어 울렁증을 속시원히 해결해주는 ‘용하디 용한’ 의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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