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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만나니 달라졌습니다."자존심, 버리기가 죽기보다 어려웠는데…
김초온 | 승인 2016.04.06 21:07

저는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이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거절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에 매사에 빈틈없이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가출까지 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무척이나 가난했습니다. 신발 한 켤레를 사는 것도, 학교에 다니기 위해 교통카드를 충전하는 것도 마음껏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저의 한 달 용돈이 3만 원이었는데, 아끼고 아끼느라 그 돈마저 남을 때가 많았습니다. 나름 스스로 모든 부분에 절제하고 살았기 때문에 부모님께 떼를 쓰거나 투정부리는 딸이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것들을 하고 싶은 나이었기에 마음의 욕망은 커져만 갔습니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쯤, 남들이 가는 일반 학교보다 조금 더 특별해 보이는 학교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학교의 학비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내 생각에 부모님께 솔직히 말씀드리면 거절당할 것이 뻔했습니다. 사실 부모님께 “나 ㅇㅇ학교에 가고 싶어” 라고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했다면 어땠을까요? 마음에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괜히 혼자서 감정을 삭여버렸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마음에 있는 그대로를 말하지 못하다 보니 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은 가난해서 당연히 그 학교는 갈 수 없을 거야.’

‘부모님은 왜 이렇게 가난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 거지?’

제가 세상에서 제일 비참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여태껏 많은 것을 양보하고 살았는데,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이 되자, 급격히 빗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았을 뿐더러, 나중에는 가출까지 일삼았습니다. 한순간 빗나가 버린 딸을 돌이키기 위해 부모님께서는 매까지 들었지만 제 자존심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마음 깊숙이 ‘내가 한마디만 하면 해결이 다 될 텐데.’ 하는 생각이 있었음에도 자존심을 버리기가 죽기보다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을 만나 변했다

몇 달간 부모님과의 대화는 완전히 단절된 채 학교, 집, 학교, 집만 오가며 반복하며 지내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밤늦게 귀가한 후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 누웠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내가 잠이 든 줄 아셨던 아버지께서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나지막이 말씀하셨습니다.

“딸아, 나는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데다가 부모님 없이 자란 고아라 자녀를 키우는 데 너무나도 큰 걱정이 되었단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어떻게 사랑해 줘야 할지 몰라 서투른 점이 많았지. 그런데 이렇게 예쁘게 자라줘서 참 고맙다.”

그날 밤, 저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느꼈습니다. 단단히 굳어 있던 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이 내 마음에 들어오자 자존심을 꺾으려고 애를 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내가 바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만나고 난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삶의 모든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내가 이렇게 하면 부모님이 좋아하실까?’ ‘내가 어떤 일을 해야 부모님이 기뻐하시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저는 밝아지기 시작했고, 부모님과의 대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자존심, 어떻게 버릴 수 있나?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부모님의 사랑이 저의 자존심을 다 무너뜨린 것입니다. 나의 자존심을 꺾으려 애를 쓰지 않아도, 또 누군가의 자존심을 꺾기 위해 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는 힘은 바로 아버지의 사랑이었습니다. 마음속의 사랑이 상대방의 마음과 만나게 될 때 어떤 굳은 마음이라도 다 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초온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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