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에서 불계패하면서 ‘세기의 대국’이 마무리 됐다.

총 다섯 번의 대국 가운데 가장 긴 5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승부는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이 9단은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대국에 집중, 마지막 승리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9단은 1, 3, 5의 소목 굳히기 포석을 쓰며 난전 대신 실리를 차지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계산 바둑. 상대가 가장 잘하는 전법으로 이겨 보겠다는 뜻이었다. 그가 백일 때 잘 두는 알파고를 상대로 흑을 잡은 것과 마찬가지 발상이다.

미세하게 열세였던 이세돌 9단은 막판 초읽기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대역전극을 노렸지만 결국 승부는 280수 만에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마무리됐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이 9단의 아쉬움은 컸다. 대국 종료 약 40분 뒤인 오후 6시 40분쯤 국내외 취재진과 바둑 관계자 400여 명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에 나온 그의 첫 마디는 “굉장히 아쉽다”는 것이었다.

대국 때와 달리 주황색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부인 김현진(33)씨, 딸 혜림(10) 양과 함께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 9단은 무대에 올라 떨리는 목소리로 “알파고와의 대국이 끝나서 아쉽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해내지 못해서 더 아쉽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아쉬움이 많았지만 응원하고 격려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더 발전하는 이세돌을 보여드리겠다”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 말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유튜브를 통해 5시간의 혈투를 공개 해설한 김성룡 9단은 “다섯 번의 대국 중 이 9단이 가장 잘 둔, 가장 멋있는 대국”이라며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상대의 장기인 형세 판단과 끝내기를 통해 이기려고 한 이 9단의 도전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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