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을 여행한다면 많은 사진과 기록과 이야기가 남을 것이다. 1년을 해외에서 봉사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와 감동이 마음속에 쌓일 것이다. 작년 한 해 세계 각지에서 봉사를 다녀온 400여 명의 젊은이들이 귀국 콘서트를 준비했다. ‘행복이 가득한 그들 자신을 느껴보라’는 준비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에 위치한 IYF강북센터. 이곳에서 약 400여 명의 대학생들이 해외봉사단 귀국 콘서트인 ‘굿뉴스코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을 만난 기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인상은 ‘신선’, ‘열정’이란 두 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다. 그들을 지켜보며, 매일 새벽 6시에 기상해 하루 종일 공연 연습에 몰두하는 그들의 열정에 탄복하는 한편, 겨울방학을 반납하고 한 달이 넘는 기간을 합숙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전에 ‘굿뉴스코 페스티벌’이 도대체 무엇인지, 페스티벌 전체를 진행하고 있는 오유진(세종대학교 졸업예정) 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굿뉴스코 페스티벌은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귀국 콘서트입니다. 1년간 해외봉사하며 얻었던 감사와 사랑을 밴드, 문화공연, 뮤지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달간 합숙하며 공연을 준비하고, 전국 10개 도시를 돌며 시민들에게 선보입니다.”

 
 
2003년 14명의 1기 해외봉사단원들이 시작한 귀국 발표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해 지금처럼 대규모 전국 콘서트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이 14기 단원들의 차례이니 그간 쌓인 노하우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준비과정을 살펴보니 상당히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라 놀랐다. “사람들이 저희를 만날 땐 문화댄스와 밴드, 뮤지컬과 같은 공연으로 만나지만, 사실 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꽃받침 역할을 하는 팀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공연 의상을 제작하고 공연자들을 꾸며주고 관리하는 의상·분장팀, 행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돕는 행사지원팀, VIP를 초청하고 의전수행을 하는 대외협력팀 등이 있습니다.”

울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한 기쁨과 보람이 있어요. 그래서 모두가 이렇게까지 콘서트 준비에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것 같습니다.
울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한 기쁨과 보람이 있어요. 그래서 모두가 이렇게까지 콘서트 준비에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것 같습니다.
화합의 주문 ‘싸바이 싸바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기자의 눈에 쏙 들어온 한 팀이 있었다. <싸바이 싸바이>라는 다소 센 발음의 제목을 가진 동남아시아 댄스팀이다. 땅딸막한 체구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사람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실제로 모든 공연팀 가운데 가장 CHALLENGE많은 사랑을 받는 팀이라고 한다. 하하호호, 깔깔깔,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 팀은 어떤 맛을 가졌을지 14기 필리핀 단원 윤은택 팀장에게 물어보았다.

“싸바이sabay는 필리핀어로 ‘함께’ 혹은 ‘화합’이라는 뜻이에요. 필리핀 축제에 참가한 태국과 인도 세 나라가 하나로 화합한다는 내용의 춤입니다. 처음엔 저희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었지만, 지금은 댄스의 매력에 푹 빠져 있어요. 저희가 이번 페스티벌의 꽃입니다!”

 
 
 
 
과연 그 말처럼 이들의 댄스는 보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만든다. 서른 명이 넘는 인원이 추는 대규모의 댄스인 만큼 ‘칼군무’가 중요한데, 소품도 다양하다. 한 동작 한 동작 맞춰나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던 팀 분위기가 지금은 매우 화기애애해졌어요. 연습하면서 함께 힘들어하고, 어려운 마음을 팀원들과 공유하면서 팀이 하나로 모였습니다. 이젠 서로 마음이 흐르는 게 느껴져요. 예전에는 제각각이었던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놀라운 경험입니다.”

화합의 힘은 무대 뒤에서 더 빛난다. 워낙 소품이 많은 공연인지라 막과 막 사이의 짧은 십몇 초 사이에 장면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사람이 잠시 무대 뒤로 오면 여러 명이 달라붙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고 한다. 지금이야 호흡이 척하면 척이지만 초반엔 손발이 안 맞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로 해외봉사로 다녀온 대학생들이 연합하여 <싸바이 싸바이>를 춤추는 모습 .
동남아시아로 해외봉사로 다녀온 대학생들이 연합하여 <싸바이 싸바이>를 춤추는 모습 .
“필리핀, 태국, 인도 세 나라를 한 춤에 담았어요. 서로 다른 문화가 어우러지듯, 굿뉴스코 단원들도 굿뉴스코 페스티벌 안에서 화합합니다. 그러기까지 울기도 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한 기쁨과 보람이 있어요. 그래서 모두가 이렇게까지 콘서트 준비에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것 같습니다.”

부족하지만 최고로 승화시키는 내공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준비한 전통 문화 댄스 공연. 전문 공연단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학생의 대답이 흥미롭다.
“저희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합니다. 저희는 평범한 대학생들이니까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공연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저희 공연을 지도해주시는 무대 감독님이 세 가지를 알려주셨습니다.

댄스에 필요한 모자와 의상을 직접 만들고 있다.
댄스에 필요한 모자와 의상을 직접 만들고 있다.
“첫째, 무엇이든지 도전할 것. 둘째, 팀원들과 회의를 많이 할 것. 셋째, 아무리 준비해도 수준이 떨어질 것을 인정하고 빨리 전문가들에게 보여줄 것. 저희가 해외봉사를 하며 배웠던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실제 이들이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건, 동문들의 도움이 크단다. 지금까지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거쳐 간 사람은 무려 5,705명. 그중에는 아이 셋을 가진 부모도 있고,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매년 굿뉴스코 페스티벌을 준비할 때면 무용단이나 극단 등에서 일하는 선배들이 도움을 주러 온다고 한다. 그런 선배들의 내리사랑 덕분에 굿뉴스코 페스티벌의 수준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연습으로 투혼 중인 단원들의 모습.
마지막까지 연습으로 투혼 중인 단원들의 모습.
“보통 공연을 한다면 잘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잘하지 말라’고 해요. 우리는 공연을 통해 ‘마음’을 전달하는데 잘하려고만 하다보면 수로에 차단막이 생긴 듯 상대방과 마음이 흐르지 못하거든요.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이니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공연을 보시면 저희 뜨거운 마음과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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