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꿈을 실현하는 ‘지구별 꿈 도전단’에 합격하여 독일과 덴마크에 다녀온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아프리카 잠비아에 살고 있는 어린이를 후원한 것을 계기로 NGO에 관심이 생긴 나는 50세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NGO를 공부했다. 우연히 한국장학재단에서 진행하는 꿈 도전단에 꿈처럼 도전해 꿈처럼 합격하는 쾌거가 있었다. 전화로 최종합격을 확인하던 날, 나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 나뭇잎, 돌들까지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날 뛰던 나의 심장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파독간호사, 광부들과의 설레는 만남
2014년 7월 15일, 베를린, 함부르크 등 독일 6개 도시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돌아볼 계획으로 여행을 떠났다. 우리보다 선진화된 나라들에선 어떻게 노인들의 교육과 미래를 준비하는지 현장을 탐방하고 기록할 계획을 세웠다. 온 땅을 따스하게 내리쬐는 유럽의 밝은 태양 빛은 내 몸에 모자랐던 비타민D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길을 걸을 때면 유적지 같은 유럽도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50년 전 베를린에 파독간호사와 광부로 가셨던 어른들을 만났다. 우리 일행에게는 가장 설레는 만남이었다. 그들은 열아홉, 스무 살 나이에 가족과 조국을 떠나 독일에 간호사로, 광부로 일하러 왔다고 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누구 할 것 없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곱게 늙으신 한 간호사는 한국을 떠나올 때, 비행기가 지금처럼 빠른 것도 아니어서 중간에 다른 나라에서 기름 넣고 가야 했던 일, 베를린 공항에 내리기전 가져갔던 한복을 갈아입고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일들을 웃으면서 이야기하셨지만 우리는 가슴이 먹먹하여 미소로밖에 답하지 못했다. 그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고 돌아섰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우리가 방문했던 그곳은 파독간호사 출신 교민들이 만나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때 뵈었던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또렷하다. 그들은 그냥 노인이 아니었다. 바로 우리나라를 지켜낸 영웅이었다. 부디 건강하시길 바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덴마크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만나 활동사항을 인터뷰하고 잘 갖추어진 시설과 교육프로그램 진행 과정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덴마크 실버타운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만나 활동사항을 인터뷰하고 잘 갖추어진 시설과 교육프로그램 진행 과정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일자리를 창출시키는 독일 노인시설
함부르크에 위치한 노인시설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은발을 한 고운 자태의 노인들이 행복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셨다. 노인시설과 유치원이 함께 운영되어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하는 공간과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노인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평소에 노인과 어린이가 함께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곳은 학습의 현장이었고 나의 궁금증을 더욱 확대시켰다.

가장 놀라운 것은 유치원에서 필요한 인력을 노인들이 채우고 있었다. 즉 유치원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을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식사시간, 놀이시간, 음식 만들기 시간을 노인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매니저의 말에 이러한 시스템을 우리나라에도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이 생겼다. 노인들은 ‘난 이곳에서 죽기를 원해’라는 말을 하며 현재 노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노인들을 대하는 직원들의 표정에는 여유와 사랑이 넘쳤다. 코펜하겐에 있는 노인시설도 대단했다. 노인들이 자립하여 공동체를 만들고 모두가 함께 일을 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다. 사회적 시스템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독일에서의 노인들은 어떤 걱정도 없어보였다.

현재 우리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누워 계신다. 내가 보고 왔던 시설과 시스템이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지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조급함과 절실함이 생겼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베를린 시청 옥상 위에 올라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베를린 시청 옥상 위에 올라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도전하는 동안 대한민국의 대학생이어서 행복했다
독일에 다녀온 후에 나는 후배들에게 “무엇이든 도전해 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이렇게 좋은 것인지 몰랐다.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세상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소리치고 싶다. 이렇게 기회가 많은데 왜 안하고 있냐고, 왜 가만히 있느냐고. 내가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좀 더 일찍 많은 도전을 해보지 않은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을 준비하는 나에게 온 변화는 NGO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 노인의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고 준비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인의 삶을 정년을 맞이하기 전부터 걱정과 두려움으로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답고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미래의 노인들이 정년 이후를 즐기며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봉사하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봉사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먼저 갖추어져 정년과 동시에 각종 사회봉사단체에 자동으로 가입되고 자기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년 전까지는 나와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노년에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봉사하는 아름다운 삶을 만들면 어떨까. 멋진 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열심히 일한 우리는 미래를 향해 멋지게 나아갈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우리의 손길과 사랑 그리고 관심이 필요한 곳이 많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시대에는 60~70대 가량의 젊은 노인들이 필요하고 그들부터 건강하고 활기차게 봉사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노인의 역할은 서로 돕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힘이 있을 때 옆 사람을 위하고 함께하는 것이 서로를 행복하게 한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노년의 삶을 나는 조금 특별하게 맞고 싶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또 한 번의 도전을 하고자 한다. 바로 코이카에 해외봉사 활동을 신청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노년을 보내는 방법이다. 노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그 시간이 누구에게나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내가 어떤 삶을 선택해서 사느냐에 따라 그 시간은 황금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을 새삼 되새기며 할 일 많은 세상을 밖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내가 주인공으로서 살고자 한다.

나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바꾸게 해주었던 꿈 도전은 꿈을 꾸게도 하고 이루게도 해주었다. 우리의 꿈은 노년을 만드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도 피할수 없는 그때를 가슴 벅차하며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멋스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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