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안양옥 회장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으로 각급 교육기관이 대책마련을 위해 분주하다. 인성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안양옥 회장의 답변은 명쾌하다. 선생님과 학생 간에 사랑이 오가고, 선생님과 학부모가 서로 신뢰하며 학생을 위하는 마음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인성교육이다.

눈물을 씨앗으로 시작된 인성교육
안양옥 회장을 본 순간 처음 받은 인상은 ‘차돌처럼 단단하다’였다. 핸드볼 선수였던 중고교 시절을 거쳐 대학서도 농구, 수영 등 운동으로 체력을 다져온 덕분일까. 18만 교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리더로 연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그였지만 인터뷰 내내 얼굴에는 활기가 넘쳤다. 자세는 시종일관 꼿꼿했다. 질문에 답하는 언변 또한 화통하고 거침이 없었다.

그런 그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니 의외였다. 지난 2011년 말 일어난 이른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뉴스로 보면서다. 당시 중학교 2학년생 권모 군이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9개월 간 물고문, 구타, 금품갈취 등 집단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피해자 학생이 남긴 편지를 보니 눈물이 솟더군요.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병폐와 부조리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현장에서 그대로 자행되고 있었으니까요. 제가 교사로 일하던 시절에 비해 너무나도 변해버린 학교의 모습을 보며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ROTC로 군복무를 마친 1981년부터 서울 서초중학교·동작중학교·수도여고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했다. 특히 담임을 맡았던 서초중학교 재직시절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남학생 40여 명에 여학생 30여 명, 도합 70여 명 되는 학생들이 일 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도 싸움 한 번 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때부터 ‘어떻게 해야 무너져버린 교육 현장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는 그의 화두가 되었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안양옥 회장도 민간위원으로 참여했지만, 근본원인을 찾기보다 사후대책에만 초점을 맞추는 주먹구구식 대응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학교 현장이나 교육당국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의식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사회 각계각층이 다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교총이라는 약칭으로도 잘 알려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유치원과초중고, 대학 교원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교원단체다. 회원수는 18만 3천 명. 교원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회원 상호 간의 협동과단결을 도모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안양옥 회장은 2010년에 3년 임기의 회장으로 선출되었으며, 2013년 연임에 성공하여 올해 6월 19일까지 회장직을 수행한다.
교총이라는 약칭으로도 잘 알려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유치원과초중고, 대학 교원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교원단체다. 회원수는 18만 3천 명. 교원의 권익을 증진시키고 회원 상호 간의 협동과단결을 도모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안양옥 회장은 2010년에 3년 임기의 회장으로 선출되었으며, 2013년 연임에 성공하여 올해 6월 19일까지 회장직을 수행한다.

그는 학교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먼저 가정의 역할이 바로 서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 정도로 바쁜 요즘, 함께 식사를 나누며 마음을 주고받는 밥상머리 교육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부모와 자녀의 하루 대화시간이 35초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이혼율이 증가하면서 편부모나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늘었다. 여러 세대가 함께 생활하던 대가족 환경에서는 어른에 대한 예의와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핵가족화로 부모의 애정이 소수 자녀에게 집중되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분위기까지 가세하면서 이기주의가 만연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처럼 마음의 흐름이 단절된 풍토 속에서 학교폭력, 자살, 청소년 범죄 등이 성행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2012년 안 회장이 161개 교육·시민·사회단체와 뜻을 모아 ‘인성교육 실천 범국민연합(인실련)’을 출범시킨 것도 가정-학교-사회가 힘을 합쳐야만 이런 잘못된 흐름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인실련의 출범은 정치권의 참여 또한 촉발시켜 정의화 국회의장 주도하에 ‘인성교육 실천포럼’이 결성되기에 이르렀고,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이 통과되어 모든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성교육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교육계가 공통으로고민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작년 10월 4일 태국에서 열린아세안교육자대회에 참가한 안양옥 회장.
인성교육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교육계가 공통으로고민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작년 10월 4일 태국에서 열린아세안교육자대회에 참가한 안양옥 회장.
지난해 5월 18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인성교육 국제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선 안 회장은 ‘대한민국 인성교육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해 5월 18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인성교육 국제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선 안 회장은 ‘대한민국 인성교육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더불어 사는 힘은 ‘관계’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안양옥 회장이 생각하는 ‘인성人性’이란 어떤 것일까. 그는 전통적 가치인 ‘충효예’와 현대적 가치인 ‘세계시민 정신’을 꼽는다. 세계시민 정신이란 다른 나라·민족과 협력을 도모하고 다른 문화도 포용하는 상호존중을 의미한다. 충忠이란 편협하지 않은 올바른 국가관을 바탕으로 한 충성, 효孝란 부모와 형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예禮는 사회성을 가리킨다. 이 중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바로 예다.

“요즘은 자녀가 높은 성적을 내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데만 관심을 두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부모님들도 선생님을 단순한 지식전달자로밖에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학교는 결코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등 ‘더불어 살아가는 힘’ 즉 사회성을 배워야 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관계’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죠.”

이 같은 교육철학은 그가 초임교사 때부터 몸소 실천해 온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15일 교총컨벤션홀에서는 그의 책 <인성을 가르치는 학교>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6년간 교총 회장으로 재직하며 직원들과 토론한 우리 교육의 현안과 해법을 담은 책 내용 못지않게 주목받은 것은 식장 입구에 놓인 화환이었다. 서초중학교 시절 가르쳤던 제자들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면서 가져온 것이었다. 30여 년이 지나도록 제자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고 스승으로 남아 있다는 것, 교사로서 그만큼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제자들이 저를 선생님으로 기억해 준 것은 제가 체육이라는 학과목을 잘 가르쳤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친구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품고 이끌어준 담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반 학생 70여 명의 얼굴과 이름을 사흘 만에 모조리 외워버렸지요. 만난 지 사흘밖에 안 되었는데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니, 그 학생이 마음에서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웠겠어요?”

 
 
‘교육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는 사명으로
현재 서울교대 체육교육과 교수이기도 한 안 회장의 체육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흔히 지덕체智德體를 고루 갖추는 것을 교육의 목표라고 하지만, 그는 체덕지의 순서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단지 그가 체육을 전공했기 때문만도, 세계사속 교육의 출발점인 고대 그리스에서 체육을 가장 중시했기 때문만도 아니다. 스포츠 자체가 하나의 작은 사회인만큼 그 안에서 세상살이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통해 우리는 부담스런 일과 싸워 이기는 투쟁, 그리고 규칙을 지키는 준법정신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반칙과 같은, 삶 속에서 피할 수 없는 부조리도 경험할 수 있지요. 단체운동을 하면 협동심을 터득할 수 있고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끈기와 집중력도 스포츠가 주는 선물입니다.”

몸 체體의 약자인 ‘체.’라는 한자는 사람 인人과 뿌리 본本, 두 글자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그는 체육을 올바로 서는 능력을 배우는 학문,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까지 바로 세우는 학문이라고 푼다.

사실 요즘 우리 교육계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지난해 말에는 고교생들이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할 공교육보다 사교육이 더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굳이 선생님께 묻지 않아도 인터넷만 검색하면 손쉽고 빠르게 원하는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유엔 미래보고서 2040’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2030년이 되면 공교육과 교실이 사라지고 전통적 교실수업의 90%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교총의 수장인 그의 생각은 어떨까?

“유엔 미래보고서는 중고교 교사를 앞으로 사라질 직업으로 분류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는 미래에도 계속 존재할 직업이라고 봅니다. 초등학교는 선생님 한 분이 모든 교과를 가르치는 전인교육의 장場이자, 인성을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미래학자들 역시 시대가 바뀌어도 인성교육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셈이지요. 앞으로도 인성교육의 가치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의 근간이 바로 선다. 인성교육으로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장을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처음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 왔다.

교사 시절 안양옥 회장에게는 한 가지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제자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그 학생들의 이름을 한자로 되새겨보는것이었다. “학생들의 이름은 틀림없이 부모님이나 집안어른께서 고심해서 지으셨을겁니다. 그 뜻을 마음으로 새겨보면 부모님이 자식을 향해어떤 기대를 갖고 키우고 싶은지그 마음이 와 닿아요.” 담임을맡은 지 30년이 지난 뒤에도 그를찾는 제자들의 발길이 계속되는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교사 시절 안양옥 회장에게는 한 가지 특이한 습관이 있었다.제자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그 학생들의 이름을 한자로 되새겨보는것이었다. “학생들의 이름은 틀림없이 부모님이나 집안어른께서 고심해서 지으셨을겁니다. 그 뜻을 마음으로 새겨보면 부모님이 자식을 향해어떤 기대를 갖고 키우고 싶은지그 마음이 와 닿아요.” 담임을맡은 지 30년이 지난 뒤에도 그를찾는 제자들의 발길이 계속되는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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