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캠페인 2016]

핑계 대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순간의 위기나 부끄러움을 모면하려고 핑계 대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핑계 대는 사람보다 자존심을 꺾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을 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충고를 인정하려면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핑계를 댈까요? 아마도 잘못이란 걸 알면서도 사실을 말하면 꼬투리를 잡힐까봐, 혼날까봐, 부끄러움을 당할까봐, 여러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닐까요? 핑계 대고 싶지 않지만 여전히 핑계 대는 모습, 그로 인해 인간관계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면 더 이상 핑계를 대서는 안 됩니다.
본지의 연중 캠페인 기사 ‘자존심의 드레스를 벗어라’ 두 번째에서는 핑계를 대는 마음, 그 자존심의 드레스를 벗을 때 어떤 반대급부가 있는지, 그 홀가분한 행복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자존심 때문에 핑계를 대기 시작했는데...
C 양이 털어놓은 나의 문제, 나의 고통

1.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 고등학생이 되자 친구들이 아빠에 대해 물을 때면 ‘다른 지방으로 전근을 가셨다’고 이야기했다. 학교 특성상 부잣집 자녀가 많았는데 사실 난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 꿀리기 싫은 자존심이 있었다.

2. 주말에 집으로 놀러온 친구들이 ‘얘네 아빠 전근 가셨지?’ 하고 자연스럽게 여겼다. 나도 아버지가 전근 가셨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3. 그런데 핑계, 거짓말은 어느새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졌고 어느 날부터는 ‘내가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렵고 힘든데 매일 밝은 척했고, 현실과 내가 말하는 세상은 너무 달랐다. 괴리감이 커졌고 급기야 우울증이 찾아왔다.

 
 
4. 친구들은 내가 유복한 집에서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란 줄로 알았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돌아오면 이혼한 엄마와 매일 싸우는 가난한 집 딸이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이미 거짓말을 해서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5. 그나마 절친했던 친구에게도 고2 때 ‘너는 친구 사이에도 자존심을 세우냐?’ 라는 말로 절교를 당했다. 점점 더 죄책감은 커졌다. ‘집이 어려운 건 나 때문이야, 동생이 공부를 안 하는 것도 나 때문이야. 우리 엄마가 나 때문에 불행해...’ 갈수록 자기비하가 커졌다.

6. 결국 어느 때부터인가 마음 털어놓을 곳이 없어 매일 방에서 울었다. 자존심 하나 때문에 나는 외로웠다. 그리고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점점 다른 사람 말도 못 알아들어 동문서답을 하곤 했다. 그런 내가 싫어서, 수면제도 사 놓았다. 이렇게 살 바에야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핑계의 쳇바퀴 사례들
채점 기준이 일정하지 않아!_김태영
시험성적이 잘 나올 때면 항상 사심 없이 공정하게 학점을 주셨던 교수님을 존경했어. 그리고 평소 실력이 성적으로 반영되는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지. 그런데 평소 실력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면 교수님을 향해 화살이 날아가더라고. ‘오늘 따라 팀플 하던 친구가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어. 아. 이번은 정말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시험 날 컨디션도 너무 안 좋았어. 아침에 밥 대신 먹은 죽이 잘못된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말이지.

눈 뜨면 시작되는 핑계_이민정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핑계가 시작됩니다. ‘다음에 할 거야...’ 하고 핑계를 대요. 예전 같으면 돌아보고 책임을 지려고 해도 점점 시간이 지날 때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도 보람 있는 하루를 느끼지 못하고 잠들기 전에 나 자신에게 다른 핑계를 대요. 이런 사람이 나인데, 자꾸 회피하고 살게 되네요.

 
 
조별과제에도 핑계가 있다_최미래
가끔 학교 조별과제가 생기면 사정이 있어도 어떻게 해서든지 조원들 스케줄에 맞춰야 하지만, 조원들에게 다른 이유를 대면서 핑계를 대요. 약속은 약속인데, 내 사정이 어떻든 조별 과제를 위해 기다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야만 했지만, ‘한두 번 약속 못 지킬 수도 있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자존심 잘 안 꺾이는데 어떻게 하죠?

지각, 늦잠 합리화_최영재
누구와 약속을 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 지각을 자주 하는데, 그럴 때 저는 별의별 핑계를 댑니다. 오늘 차가 밀린다든지, 컨디션이 안 좋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제 자신에게도 짜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을 합리화하지 않으면 더 힘든걸요. ‘그래, 사람이라 늦을 수 있고, 지각할 수 있어.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핑계를 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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