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면 좌석티켓이 입석티켓보다 비싼 것이 상식이다. 그만큼 편히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인 버스나 지하철에서도 빈자리가 생기면 사람들 사이에 작은 쟁탈전이 벌어지곤 한다.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묶여 살아가는 현대인을 향해 의학박사 제임스 레바인은 외친다. ‘의자가 여러분의 몸을 죽인다! 하루 2시간 15분씩 더 일어서면 여러분은 몰라보게 건강해진다’고.

 
 
지금 실리콘밸리는 ‘서서 일하기’ 붐!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는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늘 의료진과 물리치료사, 마사지사가 대기하고 있어 원하면 언제든 진찰과 척추교정,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24시간 문을 여는 뷔페 식당은 100%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한다. 헬스장과 사우나 시설은 업무시간에도 이용이 가능한데, 회사 측에서는 ‘업무시간이라도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피곤하면 언제든 다녀오라’며 이용을 적극 권장할 정도다.

이처럼 직원들이 건강한 몸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면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는 구글이 이미 4,5년 전부터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있다. 스탠딩 데스크standing desk, 이른바 서서 일하는 책상이다. 구글뿐만이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IT기업은 물론 갓 창업한 기업들 사이에도 서서 일하는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탠딩 데스크 도입에 유난히 적극적인 기업은 페이스북이다. 2천여 명의 본사 직원들 중 200명 이상이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CEO 마크 저커버그도 그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LG전자, 카카오 등을 중심으로 서서 일하는 직원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책상 아래 러닝머신을 설치해 놓고 걸어가며 일하는 직원들도 많다.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서서 일하기의 효과
IT기업들 사이에서 서서 일하기 붐이 시작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IT기업 직원들은 출근 후 퇴근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낸다. 자연히 운동량이 부족해지면서 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등에 시달린다. ‘그런 각종 질환의 원인을 단순히 운동부족 탓으로 돌리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랫동안 앉은 채 시간을 보내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는 많다. 생리학자인 미국 휴스턴대 마크 해밀턴Marc Hamilton 교수는 다리를 묶은 채로 생활하게 한 쥐와 그렇지 본않은 쥐의 중성지방 수치를 측정해 비교했다. 그랬더니 다리를 묶은 쥐의 중성지방 수치가 훨씬 높게 나왔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동맥경화와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무기력해진다. 이들 쥐는 심지어 근육의 유전자에도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친 김에 그는 사람을 대상으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을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지내도록 하면서 혈액을 채취해 중성지방 수치를 측정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잘 관리해 온 사람들 역시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낸 뒤에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그밖에도 스웨덴의 의학자들은 오래 앉아 있을수록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네덜란드 과학자들은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동맥이 딱딱하게 굳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주에서 성인 남녀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하루 11시간 이상을 앉아서 지내는 사람은 4시간 이하로 앉아서 지내는 사람보다 조기 사망할 확률이 40%나 높다고 한다. 해밀턴 교수가 각종 세미나에서 연사로 나설 때마다 ‘앉기는 흡연보다 더 위험하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운동이 부족한 것은 알지만, 막상 일 때문에 바빠 운동할 시간은 없고…. 그래서 IT기업 직원들이 생각해낸 게 서서 일하기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이었지만 그 효과는 뜻밖이었다.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졌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훨씬 잘 떠오른다’ ‘체중이 줄고 뱃살이 빠졌다’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체험담이 입소문과 블로그, SNS를 퍼져나가면서 IT기업을 중심으로 서서 일하기 문화가 퍼져나갔다.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시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4,5학년 학생들에게 특별히 고안된 스탠딩 데스크를 지급하고 서서 수업을 듣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어느 교사는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다툼도 줄어들었다. 수업시간에 산만한 학생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서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학년말 시험에서도 평균보다 10~20%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심지어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어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가야 했던 한 여학생은 서서 수업을 들은 지 2주 만에 ADHD 약을 끊었다. 서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것이 우리의 육체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앉을수록 우리는 둔해지고 병든다
의자에 앉아서 생활하는 것은 왜 건강에 나쁜가? 많은 문화인류학자들과 의학자들은 ‘인류의 몸이 앉아서 생활하기보다는 서고, 걷고, 뛰면서 사는 데 더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원시시대 인류는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에서 채집하거나 사냥해서 얻어야 했다. 자연히 하루의 대부분을 걷거나 달리면서 보냈다. 의자는 피곤해서 잠시 휴식을 취할때 사용할 뿐이었다. 인체는 200여 개의 뼈와 360개의 관절, 700개 정도의 골격근으로 이뤄진 정교한 구조물과도 같다. 그리고 그 구조물은 바른 자세로 서거나 걷거나 뛸 때 특정부위에 무리를 주지 않고, 인체에 유익한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며 혈액순환도 촉진되는 등 원활하게 작동한다. 교감신경이 활발해지면서 집중력도 높아진다.

반면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척추에 크게 무리가 간다. 앉아 있을 때 척추는 서 있을 때보다 1.5~2배의 무게가 가해진다. 또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자연히 척추와 어깨가 굽어지게 마련이다. 그 결과 척추뼈 사이의 연골이 마모되고 특정부위의 인대와 관절이 지나치게 사용되어 등이 굽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등이 굽어지면 폐가 들어 있는 흉강胸腔이 쪼그라들어 호흡량이 줄어든다.

앉아 있으면 혈액순환 또한 악화된다. 의자와 닿는 다리 부위가 눌리면서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고, 이로 인해 혈액이 굳어 덩어리(혈전血栓)가 만들어진다. 혈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은 채 혈관을 타고 돌다 폐동맥을 막는데, 심하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이 질환은 오랜 시간 좁은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타고 가는 승객들 사이에서 자주 나타나는 탓에 ‘이코노미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앉아 있기는 영양학적으로도 최악의 자세이다. 음식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를 소화시켜 포도당으로 전환해 근육과 뇌, 위장 등 각종 필수장기에 보낸다. 원시시대나 농경시대의 사람들은 잠깐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움직였다. 섭취한 영양의 대부분이 소모된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시작되고 육체노동의 상당부분을 기계가 담당하게 되면서 현대인의 활동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대인은 평균 하루 중 13시간을 앉아서 보내며 8시간을 잔다고 한다. 움직이는 것은 단 3시간에 불과하다. 사람들이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근육으로 보내진 포도당은 에너지로 소모되지 못한 채, 그대로 우리 몸에 쌓여 지방이 되고 이는 결국 당뇨병 등 각종 성인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서서 일하기, 이렇게 실천해 보자
애리조나 주립대 비만센터의 센터장이자 <병 없이 살려면 의자부터 끊어라>의 저자인 제임스 레바인 박사는 현대인의 대부분이 ‘의자중독’에 걸려 있다고 말한다. ‘1시간 앉을 때마다 2시간씩 수명이 줄어든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렇다면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고 삶에 활기를 선사하는 ‘서서 일하거나 공부하기’를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까? 레바인 박사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①식후에 15분만 걷는 습관을 들이자

식후에 앉아만 있으면 혈당은 2시간 동안 급격히 올라간다. 근육에 공급된 포도당이 사용되지 않으면 다시 혈관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인체는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분비한다. 이처럼 혈당이 높고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는 상태가 지속되면 당뇨병이 생긴다.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식사 후 시속 1.5km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보자. 15분 정도만 걸어도 혈당이 서서히 올라간다.

 
 
②서서 일하거나 생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자

공부방이나 사무실에 스탠딩 데스크를 설치하자. TV가 놓인 거실에 러닝머신을 놓는다면 걷기운동을 하면서 TV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점심은 힘들겠지만 아침이나 점심은 사 먹지 말고 직접 주방에서 요리를 해 먹자. 학교에 갈 때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보자. 사람을 만날 때도 채팅이나 SNS보다 직접 만나는 습관을 들이자.

③우리 몸에 일어나는 긍정적 변화를 상상하라

레바인 박사는 서서 지내는 시간을 지금보다 2시간 15분 더 늘릴 것을 권한다. 물론 처음부터 2시간 15분을 서서 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때는 서서 공부하거나 일하면서 우리 몸에 나타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상상하라. ‘서서 일하면 뇌가 더욱 발달한다’ ‘뼈도 더욱 단단해지고 근육도 강해진다’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든다’ 등. 한결 더 힘과 의욕이 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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