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COVER STORY

새해가 시작됐다. 2016년에는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낯선 나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대학생활에 회의감을 느낄 때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도니미카 공화국으로 떠났어요’ 김태영 씨는 재작년 이맘때 해외봉사를 지원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지난 12월 19일 본지 신년호의 표지 촬영 현장. 김태영은 알록달록한 한복 차림에 고운 자태가 돋보였지만, 영하 6도의 추위에 덜덜덜 떨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촬영 내내 미소를 지었다. 간간이 휴식시간에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쌓은 추억도 하나둘씩 풀어놓았다.
“3학년을 마칠 때 쯤 마음이 연일 착잡했어요. 매학기 장학금을 놓치지 않을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대외활동과 아르바이트도 활발하게 했는데, 제 삶이 마치 쳇바퀴를 도는 것 같았어요. 휴학을 하고 싶어도 막상 그 기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우울했지요.”

김태영은 자신을 두고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사람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욕심이 많은 탓에 늘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았다. 미술, 체육, 음악 등 예체능에 끼도 다분해서 대학생이 되자 힙합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부모님은 평소 대학 행사를 다니며 공연하는 그에게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권유하셨지만,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여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무엇이든 열정을 불사르던 자신의 생활에 공허함을 느껴서야 비로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으며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카리브 해와 라틴 아메리카의 자유로운 문화가 펼쳐지는 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은 ‘남미의 아프리카’라고 불릴 만큼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무척 빈곤한 나라이다. 그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도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산티아고시市에 파견됐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 시골이 연상될 만큼 낙후된 곳이지만, 현지 주민들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했다. 그는 지부장님을 비롯한 4명의 단원과 한 가족같이 마음을 나누며 지냈다. 그리고 굿뉴스코 단원으로서 매월 학생 캠프, 월드캠프, 음악캠프 등 다양한 행사에 참가해 봉사했다. 바쁜 일정으로 피곤했지만, 캠프 중에도 성적인 농담을 서로 주고받던 현지 학생들이 하나둘씩 건전해지며 절제력이 생기는 걸 볼 때에는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웃 주민들과 짧은 스페인어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척처럼 정을 나누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세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타리카를 여행했다. 그곳의 라티나Latina 대학교에서 현지 단원들과 함께 굿뉴스코를 홍보했다. 나의 어설픈 스페인어에도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주던 학생들이 참 고마웠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세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타리카를 여행했다. 그곳의 라티나Latina 대학교에서 현지 단원들과 함께 굿뉴스코를 홍보했다. 나의 어설픈 스페인어에도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주던 학생들이 참 고마웠다.
“교육센터에서 다른 단원들과 함께 클래식 무료 강습을 준비할 때였어요. 늦은 밤이었음에도 할 일이 많았는데 갑자기 동네 전체가 정전된 거예요. 할 수 없이 일손을 놓고 있는데 저희 중 한 명이 마당으로 나가서 하늘을 보고 ‘함께 보자’며 모두를 불러내 함께 구경했어요. 그때 빨강, 노랑, 초록 등 여러 색깔의 별이 밤하늘을 빽빽이 채운 모습이란! 저희는 절로 노래를 흥얼거렸지요(웃음).”
김태영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지낸 이야기를 할 때면 기뻐서 얼굴이 환해졌다. 수돗물이 수시로 끊기는 현지에서 매일 손빨래를 하고 먹을 게 귀해서 치킨 한 조각에도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지만, 마음이 행복했기에 그런 불편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고.
“저는 해외봉사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어요. 전에는 고민이 생기면 혼자 끙끙거리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친한 지인들에게 쉽게 털어놓고 마음을 나눠요.”
그는 귀국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도미니카 친구들과 수시로 연락한다. 친하게 지내던 에스떼반, 에밀리, 홀리오는 그가 취업 준비로 고민할 때면 현지에서 찍은 응원 동영상을 보내주기도 한다.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냈던 사이기에 SNS에서도 언제든지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는다.
“도미니카에서 환경이 열악해도 밝게 웃을 수 있는 마음을 배웠어요. 이런 마인드라면 앞으로 사회생활도 씩씩하게 해 나갈 수 있겠지요(웃음)?”
김태영은 누구에게라도 마음을 열고 나누는 해외봉사 마인드를 되새기며 2016년을 시작한다.
 

 
 
*도미니카 공화국_ 카리브 해의 이스파뇰라 섬에 있는 나라로 면적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이다. 콜럼버스가 15세기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최초로 식민 활동을 시작한 곳이다. 주민 대부분이 흑인과 남미 인디언 등이 백인과 섞인 혼혈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빈부 격차가 심해서 많은 국민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빠듯해 한다. 현지에 가면 동네마다 즐비한 복권가게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로또복권이 인기를 끌 듯 먹고 살기가 힘들수록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모델 | 김태영 (서울여자대학교 아동학과 4학년) 사진 | 홍수정 기자 진행 | 배효지 기자
의상협찬 | 아영한복 헤어&메이크업 | 차경희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