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신년맞이_독일

독일의 질베스터

독일의 연말은 회식과 음주가 잦은 한국과는 달리 꽤 조용하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갖가지 장신구와 형형색색으로 빛나던 독일 전체가 긴 연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독일은 기독교 국가여서 계절마다 기독교 기념일에 따른 연휴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일하는 것만큼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이맘때에는 시내에 가도 대부분 상점이 문을 열지 않는다. 새해맞이도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이 모여 가벼운 파티를 함께 즐긴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은 질베스터Der Silvester라고 부른다. 독일 사람들은 이날을 특별하게 여긴다. TV에서도 베를린 필하모닉이 매년 여는 질베스터 콘서트가 생중계된다.
질베스터의 하이라이트는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 0시 정각이다. 늘 아침 5~6시면 일어나 저녁 7~8시에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는 독일 사람들이지만, 이날만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새해를 축하하러 자정에 맞춰서 광장, 공원, 거리 등으로 나온다. 동네 골목에도 집집마다 사람들이 샴페인 잔을 손에 든 채 나와 건배하며 새해 덕담을 나눈다.

“5. 4. 3. 2. 1!”
초읽기로 새해가 시작되면, 여기저기서 폭죽과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불꽃을 하늘로 터트리며 새해 소원을 빈다.
“Frohes neues Jahr기쁜 새해 되세요!”
“Guten Rutsch ins neue Jahr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가족들이 서로를 안아주며 행복을 빌어주는 아름다운 광경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후로도 1~2시간 동안은 남은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에 동네가 아주 떠들썩하다.
나는 질베스터를 맞이해 니더작센주의 굿뉴스코 루드빅스하펜 교육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지부장님 가족을 비롯한 10여 명의 독일 단원들, 현지 친구들과 함께 한국·독일·아프리카 음식을 즐겼다. 식사 후에는 모두 정원으로 나가 불꽃놀이를 만끽했다. 처음에는 한순간에 사방에서 터지는 불꽃이 무서웠지만, 이웃과 맞장구 치듯이 폭죽을 터트리는 재미에 덩달아 신이 났다. 이후에는 다 함께 새벽까지 윷놀이도 했다. 윷놀이를 처음 접하는 독일 친구도 게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백도’가 나왔을 때는 마치 한국 사람처럼 허탈해하기도 했다. 한국에서처럼 명절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는 없지만, 나는 이곳 사람들과 어울려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

 
 
글 | 성주현(아우엘 빌둥스페어아이니궁 간호학교)
그는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온 천사'라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 13기 독일 단원으로 2014년에 괴텡겐에서 해외봉사를 하며 배운 희생정신이 그를 고된 병원 일에도 웃음 짓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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