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혁 쌤의 취업X파일

지금 추세가 ‘탈스펙’이라고? 스펙 쌓기로 걱정하던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정확하게 그 이유를 몰라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취업 컨설턴트 조민혁이 탈스펙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그가 알려주는 노하우로 내년에는 당당하게 취업성공을 달성해보자.

 
 
공부머리와 일머리는 다르다
그래서 지금은 탈스펙 시대

일부 기업들이 ‘스펙을 보지 않겠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나요? 이러한 ‘탈스펙’이 최근 취업계의 동향입니다. 열심히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던 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입니다만, 기업에서는 뜬금없이 ‘탈스펙을 하겠다’는 말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제가 입사했던 2005년도에는 채용 단계에서 뛰어난 스펙을 갖추는 것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시켜보니 공부머리와 일머리가 달랐던 것입니다. 오히려 좋은 학벌을 가진 사원들이 지방 근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처우에 불만을 갖고 퇴사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옛날에는 이러한 데이터가 굉장히 희귀해서 회사 내부에 ‘스펙이 무의미하다’는 목소리가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쌓인 자료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점차 스펙보다는 직무능력에 주목하게 된 것이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탈스펙을 믿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스펙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탈스펙이라는 취업계의 큰 흐름에 맞게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위의 조언에 겸손하게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 대부분이 자신의 부족한 역량을 어학점수와 같은 스펙으로 만회하려고 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잘못된 거예요. 겸손한 사람은 빈 컵과 같아서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입니다. 또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자기계발을 합니다. 그런 사람은 면접장에 가도 할 말이 있죠. 그런데 스펙으로 컵이 가득 찬 사람은 공백기가 계속 쌓이면서도 쉽사리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놓지 못해요. 나이가 들수록 고집도 세지고 스펙을 쌓는다며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애매한 건 물어봐!
Q. 마음에 덜 드는 회사인데, 가능한 한 살 더 먹기 전에 빨리 취업해야 할까요?
A. 네! 마음에 덜 들어도 취업을 하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20대 후반에 졸업한 지 몇 년 된 여성과, 이제 막 졸업한 남성이 있다고 합시다. 졸업한 지 몇 년 된 여성은 이미 출발선에서부터 뒤쳐져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자신이 경쟁력에서 밀린다면 그만 고집부리고 내가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대기업에 가고 싶어도 목표를 대기업으로 설정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기회는 이제 막 졸업한 남성에게 갈 가능성이 크니까요. 또 여성은 경력단절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멀리 내다보며 끈기를 가지고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갈수록 일할 수 있는 연령대는 높아지고 있어요. 70세까지는 일한다는 전제하에 생각하는 겁니다. 즉, 요즘은 첫 직장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괜히 남들과 비교해 스트레스가 배가 될 뿐입니다. 주변의 합격한 친구,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쉽게 이야기하잖아요? 제가 컨설턴트를 하며 약 5,300명의 취업준비생과 몇 달간 같이 준비하면서 느낀 건 모두가 힘들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냥’ 취업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조금 양보한다면 분명 취업의 문이 열릴 거예요.

Q. 면접을 보러 갑니다. 무엇을 준비할까요?
A. 자기보다 나이가 10살 정도 많은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세요. 여러분이 하는 고민은 윗사람이 볼 때는 그렇게 대단하고 엄청난 고민이 아니에요. 그래서 면접을 하면 면접관들과 대화가 잘 안 됩니다. 예를 들면, ‘상사가 부당한 일을 시켰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상사한테 밉보이면 안 되니 무조건 ‘네.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건 가당치 않습니다. 이 문제는 상사가 어떤 종류의 상사이냐에 따라 여러 가지 대처 방법이 나올 텐데, 이런 자세한 이야기는 여러분의 수준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직장 생활을 하신 아버지 혹은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취업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직장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과 자주 대화하다 보면 사회인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세를 배울 수 있습니다.

탈스펙 시대의 자·소·서 전략
깊게 생각하고 계획하라

학생들이 저에게 자기소개서에 대한 문의를 굉장히 많이 합니다. 저는 자기소개서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제 소원은 자기소개서 전형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노력에 비해 실제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소소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취업 경향이 탈스펙으로 바뀌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졌어요. 예전에는 스펙을 기준으로 자기소개서를 검토할 대상을 어느 정도 간추릴 수 있었다면, 지금은 스펙을 적을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의 자기 소개서를 검토해야 합니다. 그만큼 개개인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데 할애되는 시간도 줄어든 거죠.

그렇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잘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 전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는 상경계열을 포함해서 인문계열 전공자는 거의 채용하지 않습니다. 이공계열에서도 기계공학과, 전자전기과, 화학공학과, 산업공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전공자 역시 크게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 일을 시켜보면서 얻은 결론이겠죠. 졸업하기 전이라면 전과를 추천합니다. 만약 졸업이 임박한 상황이라면 힘들 것을 각오하고 구직활동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현 상황으로써는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입사지원서를 최소한 50개는 써야 합니다. 만약 자신의 취업 조건이 더 열악하다면 100개는 써야겠죠? 그런데 사실 50개면 많이 쓰는 것도 아니에요. 이틀에 한 개만 써도 한 달이면 15개, 3개월이면 45개거든요. 처음엔 힘들어도 10개, 20개를 쓸 때쯤이면 속도가 붙어서 더 잘 쓰게 됩니다. 하지만 보통 구직자들이 20개를 못 쓰고 포기해버립니다.

학생들은 제가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알려주면 정말 좋아해요. 문제는 제가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그들이 그런 자기소개서를 써내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효율적인 방법만 찾기 보단 지금 약간의 생각할 여유가 있을 때 자기소개서에 대해 미리 고민해두길 바랍니다. 또 자기소개서는 감성적이기 보단 이성적인 글이에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득하는 글입니다. 분위기 잡는답시고 밤늦게 카페에서 자기소개서를 썼다면 다음날 아침, 자기가 쓴 것이 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면접 대비책
전공 단속하고 대화를 많이 하라
인문계열 출신자가 회사에서 자신의 전공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전공을 소홀하게 여기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 있습니다. 전공 자체가 스펙은 될 수 없지만, 전공에 대해 심화된 지식을 갖고 있는지 면접관들이 점검하기 때문이에요. 가령 경영학과를 나왔다면 손익계산서를 볼 수 있는지, 영업이익이 무엇인지 등을 반드시 물어봅니다. 영문학과라면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나, 존경하는 작가가 있는지 물어볼 것입니다. 매일 토익공부만 하느라 자신의 전공을 소홀히 하는 구직자는 면접에서 계속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겠죠?

또한 요즘은 면접에서 지원자의 경험을 파헤칩니다. 경험한 것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야 합니다. 기업에서는 엄청난 경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한테 욕도 먹어보고 정말 고생했던 경험을 원합니다. 이 마저도 ‘그건 나중에 할 예정이니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 달라’는 학생도 있습니다만, 탈스펙에 맞춰 자신의 경험을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면접 준비를 위해 취업 스터디를 할 때도 정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해야 합니다. 같은 또래끼리, 같은 전공자끼리, 당장 다음 날 면접을 볼 사람끼리 모이면 서로를 객관적으로 봐줄 수 없어요. 여유가 있는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급해지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적으로 판단이 가능한 이때, 하고 있던 생각과 목표를 어딘가에 적어두거나 자신의 신조로 삼기 바랍니다.
 

 
 
조민혁
대한민국 대표 취업 컨설턴트로, 한국외대 법학과와 연세대 GMBA를 졸업하고 2006년 POSCO 채용팀에 입사하여 발표면접, 토론면접 등의 면접관으로 활동했다. 지난 10월부터 ‘구직자들을 위한 정신줄 잡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앞으로 매달 2회 현직자를 초청하여 취업에 있어서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12월 3일에는 신촌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하반기 합격자 스펙 공개’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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