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장학사업 우수사례 박현주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

통일과제 연구와 나눔·봉사정신 함양을 위해 한국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미래 통일리더 아카데미’. 이 프로젝트는 북한에서 건너와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 학생과 남한 학생이 1년간 팀을 이루어 진행된다. 과거에 길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학생처럼 이 시대의 산 지식인으로 불철주야 노력하는 학생이 되고 싶었던 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기를 쓰고 준비했다. 기말고사 기간에 이어진 서류 전형, 두 시간을 기다려서야 볼 수 있었던 면접,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긴장된 시간. 이 모든 것을 견딘 후, 새터민 대학생 2명과 함께 총 5명이 한 팀이 되어 통일리더십 향상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내가 진정한 지식인인지 돌아보기
처음엔 새터민 학생들과 함께 통일 사회와 찬란한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랬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나는 프로젝트 끝에 주어지는 명예, 취업의 기회, 상금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팀원들을 결과물 창출을 위한 목적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우리의 만남은 서서히 비즈니스 관계로 변형되었다. 새터민 친구들은 메신저 상에서 생소한 단어로 빠르게 오가는 팀원들의 대화를 따라오지 못해 흥미를 잃었고, 같은 한국인이지만 소외감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계획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프로젝트의 결과 창출에 급급했다.

이렇게 곯아있던 문제가 터지기라도 한 듯 지난 7월, 새터민 남학생이 점점 흥미를 잃는 듯 싶더니 메신저 상에서 회의 내용은 읽지도 않고 급기야 회신을 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날도 어김없이 답이 없는 그 친구를 질타하기 위해 나는 개인 대화를 요청했다. 나의 무심하고도 딱딱한 질문에 그가 답했다. ‘어머니가 응급실에 오셨어. 너무 위독하신데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너무 미안하다. 답할 상황이 아니야. 이해해 줘. 미안해.’

어떻게 작은 통일을 이루고 있는지, 통일을 대비하여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팀별로 자유롭게 공유하는 미래 통일리더 아카데미연수를 받던 중, 두 팀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떻게 작은 통일을 이루고 있는지, 통일을 대비하여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을 팀별로 자유롭게 공유하는 미래 통일리더 아카데미연수를 받던 중, 두 팀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는 어머니와 단둘이 북한에서 건너와 살고 있었다. 그 친구에게 의지할 가족이라고는 오랫동안 편찮으셔서 경제적 자립이 어려우신, 병들고 나약한 어머니밖에 없었다. 처음 프로젝트를 위해 팀을 결성했을 때 서로에 대해 자기소개를 했기에 그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사정에 관심을 가지거나 우려하기보다는, 일에 차질이 생길까 봐 메신저에서 대답하지 않는 그에게 불만을 품고 짜증을 냈다. ‘내가 미래 통일사회를 이끌어갈 지식인으로서 정말 자격이 있는 것인가’ 깊은 고민과 함께 자괴감, 회의감에 빠졌다.

미안함을 전하며 다시 한 번 협력하기
다음날, 팀원과 함께 그 친구의 어머니가 입원하신 병원으로 향했다. 어머니께서는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고, 요로 염증과 신장 결석으로 인한 통증으로 아파하셨다. 병상에 누워 계시면서도 병원에 와 있는 아들 때문에 일에 차질이 생겨서 어떻게 하냐며 오히려 우리 팀을 걱정하셨다.
“북한에서는 신장 결석이 죽을 병인데, 남한에서는 아프기만 하는 것이 다행이지. 우리 아들이 나를 걱정해서 울면서도 팀 회의를 해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걸 보았어. 다 같이 마음 맞추어서 잘 해보렴.”

어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시며 하신 마지막 말씀을 듣는 순간머리가 멍해졌다. 처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나는 통일 사회를 대비한 지식인이 되겠노라 스스로를 거창하게 어필했다. 내가 어필했던 목표 안에는 선진 시민의식, 통일된 사회의 안정화를 위한 치열한 고민,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내 욕심 채우기에 급급해서 우리 팀원을 상금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이 날, 우리 팀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나는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 협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우리 팀원 5명은 평가와 우승이 아닌, 팀원 간의 결속을 더 중요시하기로 다시 한 번 심기일전했다. 여느 때처럼 함께 식사했지만, 여느 때와 다르게 서로 많은 것이 오가는 느낌이었다. 단체 메신저에서 항상 말이 없던 친구도 그날 이후, 다시 적극적인 자세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성공적인 미래 사회를 위해 소통하기
한국장학재단의 이런 기부 사업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지금까지도 새터민 친구들을 향한 마음이 위선인지 진심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통일사회를 이끌어 나갈 인재로 자랑스러워하며 거만했을 것이다.

사회복지 전공 학도로서 내가 늘 고심하던 것이 있었다. ‘오늘날의 사회복지는 과연 대상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인가?’ ‘세금을 내는 사람과 대상자 양쪽이 모두 원하는 서비스를 하는 것인가?’ ‘사회복지 전공자들이라면 이런 고민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가?’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내가 고민하던 문제의 답은 통通, 바로 소통이란 것을 알았다. 나는 사회복지 전공학생으로서, 미래의 지식인으로서 초심을 되찾고 더 적극적으로 새터민 친구들과 통일 사회를 만들기 위한 소통에 힘쓰게 되었다. 팀원이 소통하면서 협력하고 답을 구해가는 과정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었다. 언젠가 내가 사회에 나가서 무언가를 이루어 나가야 할 때, 대상자들의 소리에, 사연에, 상황에 귀 기울이고 우수사례들어주는 것이 그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의 첫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자만과 위선에 빠져 단 한 번도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들을 도왔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새터민 친구들과 진심으로 통하는 법을 배우고, 느끼고, 반성하지 못했다면 평생을 고민과 번뇌 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내가 미래 통일리더 아카데미에서 얻은 수많은 배움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직접 경험하여 가슴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이 지난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의 경험이 생생히 떠올라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이런 기부 사업이 보다 활성화되어 많은 학생들이 진정한 화합을 할 줄 아는 참된 지식인의 길로 걸어가길 바란다.

박현주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

담당Ⅰ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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