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실제로도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귀염성 있는 외모, 방글방글한 표정, 화통한 말투…. 쉴 틈 없는 일정 속에서도 피곤을 참으며 인터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했다.
자신의 수식어가 된 ‘해피 바이러스Happy Virus’ 딱 그 자체였다.

저를 사랑으로 감싸 주세요
“저는 성격이 단순한 편이에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화나더라도, 격려 몇 마디에 얼마 못 가서 밝아져요(웃음). 무명시절에도 그랬어요. 힘들 때마다 ‘안 돼? OK! 그럼 더 해봐야지!’ 씩씩하게 방법을 찾았어요.”
그는 본래 댄스가수 지망생이었다. 이십 대 초반에 꿈을 이루기 위해 상경해서 대학로에서 아동극 단역부터 일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을 걸었던 건 ‘클럽 진’이라는 댄스그룹을 결성하면서부터였다. 소속사 문제로 데뷔가 무산돼서 이후 ‘핑크 스파이시’라는 팀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데뷔를 앞두고 팀이 해체됐다. 그는 회사를 옮긴 후 여성 4인조 그룹인 ‘스완’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걸그룹 홍수 속에서 인기를 얻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결국, 데뷔한 지 얼마 안 돼 고배를 마셔야 했다. 트로트는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 각종 오디션을 전전하던 중 우연히 시작한 것이었다. 한 오디션에서 장르별로 발라드, 댄스, R&B를 부르고 마지막에 잠깐 트로트를 불렀는데, 회사 대표가 몇 달 후 그 모습을 기억하고 활동을 제의했다. 처음에는 ‘내가 몇 달이나마 아이돌 가수였는데’라며 속상해했다. 1집 주제곡인 ‘사랑의 배터리’는 비교적 빨리 알려졌지만, 그는 행사뛰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 몇몇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에 어렵게 출연하며 매번 편집되지 않기 위해 과장스럽게 행동했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그렇게 되고 싶더라고요. 지금은 트로트를 부를 수 있어서 감사해요. 이 장르를 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는 지난해 여름 MBC <라디오스타>에서 ‘내 기사의 악성 댓글에 ‘사랑으로 감싸주세요^^!’라고 다시 댓글을 달았다’고 밝혀서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이는 오랜 무명생활을 했던 그의 낮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다. 대중은 그의 소탈한 면모에 신선해하며 호감을 표했다.

 
 
진정성은 나의 힘!
대부분 여자 연예인은 브라운관에서 예쁜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만, 홍진영은 이와 반대로 어디에서나 솔직하고 털털하다. 개인 블로그에 민낯을 찍어서 올리는가 하면, 다이어트는커녕 스트레스를 풀려고 좋아하는 고기와 초콜릿 케이크를 배부르도록 먹는다.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억지로 설정한 제 모습을 어필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대중에게도 이런 제 모습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졌으면 좋겠어요.”
이러한 그의 소신은 지난 해 출연했던 MBC <우리가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서도 크게 빛났다. 가상으로 신혼부부가 체험하는 내용에서 그는 연기하기보다는 ‘촬영하는 기간만큼 은 나는 새댁!’이라는 자세로 몰입했다. 그의 진정성이 녹아든 결과 3%를 웃돌던 우결의 시청률은 그해 5%(닐슨코리아 전국 일일 시청률 기준) 이상 껑충 뛰어올랐다. 인터넷에는 매회 방송 장면 사진들이 도배하듯 올라왔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영상 조회수는 무려 200만 건에 달했다.
“제가 연기자도 아닌데, 친한 척하는 건 티 나기 마련이잖아요. 노래하는 것도 똑같아요. 진심을 담아야죠. 저는 설운도 선배님을 정말 존경하는데요. 그분은 음악적으로도 그렇지만, 후배들을 진심으로 대해주세요. 한두 마디씩 조언하시는 게 아니라 정말 딸자식을 대하듯 ‘네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이 있을 거 아니니’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며 진지하게 설명해주세요.”
그는 대외행사에서도 관객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유명하다. 자신을 사진 찍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무대 아래로 내려온다. 또 카메라 플래시를 직접 얼짱 각도에 맞추고 관객들과 자유롭게 셀카를 즐기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무대 위 천막에서 나와서 관객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노래를 불렀다’는 기사가 언론을 장식했다. 이는 행여 봉변당할까 걱정해서 좀처럼 무대 아래로 오길 거리끼는 여가수들에게 보기 힘든 모습. 올해 1월부터 3, 4일을 겨우 쉴 만큼 열심히 활동하며, ‘행사의 여왕’ 으로 등극한 그의 비결은 다름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심성의껏 대하는 마음이다.

꿈꾸며 노력하는 게 행복이죠
그는 외형도 중요하지만 내면 관리에 훨씬 집중하고 있다. 화려한 조명 속에서 사람들에게 환호 받는 자신의 직업이 무대 아래서는 쉽게 외로워질 수 있기 때문. 원래 성격도 밝지만 더욱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한다.
“저는 혼자 있는 걸 싫어해요. 혼자 있다 보면 금세 우울해지잖아요. 그럼 우울증에 걸리기 쉬워진대요. 그런 건 사전에 방지해야 해요.”
현재 친언니랑 같이 살고 있다. 언니와는 어려서부터 절친한 친구처럼 지내서인지 못하는 얘기가 없어서 집에 가면 늘 웃고 떠드느라 외로울 틈이 없다. 그는 이런 자신의 밝고 명랑함이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으로 전달되길 되길 바란다.
“지칠 때 듣고 힘을 낼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것! 그게 제 진짜 꿈이었거든요. 실제로 많은 직장인이 퇴근길에 차 안에서 제 노래를 들으신대요. 트로트는 남녀노소 전 연령이 부담 없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분위기 띄우는 데도 최고의 장르랍니다.”

현재 그의 목표는 70세까지 활동하는 것이다. 나이 들면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기야 힘들겠지만, 원로가수로 후배 양성을 꿈꾼다.
“꿈을 계속 생각하고, 그리워하다 보니 어느새 제가 그 꿈과 닮아있더라고요. 2016년도 ‘기다리고 있다! 내게 오라!’고 할래요.”
그는 지금처럼 어떤 날은 전국노래자랑에 나왔다가 어떤 날은 인기가요에 나오면서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 한다.

 
 

사진 | 홍수정 기자 장소제공 | 카페 빈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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