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딱딱한 장소에서 딱딱한 의자에 딱딱한 자세로 앉아 책을 읽으니 마음까지 딱딱해지는 것 같다. 내 방처럼 마음 편하게 앉아 밤새 책을 읽고 싶어지는 곳이 없을까? 오늘같이 쌀쌀한 날에는 몸과 마음을 녹여줄 독서 힐링 공간이 필요하다! 24시간 무료로 개방되며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어볼 수 있고, 친구와 함께 독서토론도 하며 밤을 지새울 수 있는 곳이 있다. 깊어가는 가을밤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속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보자.

 
 
영국 웨일스 지방에 아름다운 강이 흐르는 그림 같은 헤이 온 와이 hay-on-wye 마을이 있다. 그 곳의 또 다른 이름은 세계 최초의 책 마을이다. 50년 전 한 청년이 세상 모든 책이 모인 책의 왕국을 만들겠다고 꿈을 꾸며 조그만 소방서에서 시작한 헌책방. 주변의 낡은 창고는 40여 개의 헌책방으로 변했고 작은 시골 마을은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거대한 책의 수도가 되었다. 한국에도 제2의 헤이 온 와이 책 마을이 있다. 출판 관련 기업들이 모여 독특한 컴퍼니 타운을 만든 파주출판도시의 신개념 독서공간으로 365일 24시간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는 지혜의숲이 그곳이다. 여기를 보통 도서관으로 취급하면 큰 오산이다. 책이 비치된 공간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지만 독서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자! 지혜의숲 문을 열어보자.

 
 
모든 서가는 기증받은 도서로 채워져 있는데 도서분류법이 색다르다. 종류별, 가나다 순이 아닌 기증자별로 책이 꽂혀 있다. 기증한 출판사 특유의 개성을 볼 수도 있고 개인 기증자 코너에 가면 그 사람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그럼 이 많은 책은 어떻게 관리될까? 관리 또한 평범하지 않다. 30명 정도의 권독사權讀士들에 의해 관리된다. 권독사들은 지혜의숲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안내하며 책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책을 아끼고 사랑하면 누구라도 될 수 있어서 은퇴한 분들, 퇴근 후에 오는 직장인들이 권독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서가의 높이가 8m라 마치 책 나무가 가득한 숲 속을 거니는 기분이다. 또한 조용히 책만 읽지 않고 이용객들끼리 자유롭게 모여 책을 읽고 내용에 대해 토론할 수 있고 매 주 인문학 북 콘서트도 열리는 문화공간이다.

 
 


진행 | 홍수정,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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