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이 즐거운 이소영

이소영은 재작년 초에 학교 수업 도중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다. 갑작스러운 두통과 발열…. 체력이 심하게 떨어지며 목 부위에 멍울이 만져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앓았던 임파선결핵의 재발이었다. 이 일로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학교가 있는 부산에서 고향인 창원으로 내려왔다.

“증상이 너무 심해서 집으로 온 뒤 매일같이 침대에 누워서만 지냈어요. 너무 허무하더라고요. 대학에 온 뒤, 기자라는 꿈을 갖고 방송아카데미까지 들어가 열심히 공부했는데 저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 같았어요.”
그는 5년 전 결핵이 처음 발병한 고등학생 때에도 건강상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모두 불참해야만 했다. 하나뿐인 그의 언니 역시 몇 년 전 그와 같은 병을 심하게 앓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가족들이 모두 외출한 텅 빈 집에서 홀로 남겨질 때면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울해했다.
“몇 달 후 가벼운 외출이 가능해져서 집 근처 서점을 다닐 수 있었어요. 아파서 그런지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같은 여행 에세이가 인상 깊게 다가오더라고요. 다시 건강해진다면, ‘나도 책 속의 주인공처럼 마음껏 도전하고 싶다!’고 되뇌었지요.”
그는 이듬해 병색이 완화되며 13기 굿뉴스코 봉사단에 지원할 수 있었다. 지원국은 인도나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 비해서 환경이 좋은 호주로 선택했다. 처음에 우려하시던 그의 부모님도 절절한 설득에 마음이 움직여 허락해주셨다.

 
 
도전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용기로 떠난 타국행은 그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여전히 약을 복용 중이었지만 그는 학업과 병치레를 반복하던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시드니대학교에 정식으로 등록된 굿뉴스코 동아리와 K-Pop 교실을 운영하는 일이 그에게 많은 추억을 남겼다.
“솔직히 처음 K-Pop 교실을 시작할 때에는 막막했어요. 저는 한국에 있을 때도 유행가에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현지에서 K-Pop에 대한 자료를 구해야 하는데, 인터넷이 한국보다 발전하지 않아서인지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이웃 동생인 버네사Vennesa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소영보다 두 살이 어린 버네사는 알고 보니 학업에 소홀해져서 부모님과 마찰을 빚을 만큼 한국의 아이돌에 심취해 있었다. 평소 그를 유난히 좋아하며 따랐던 이유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였다. 그가 K-Pop 교실을 준비하며 도움을 청하자 버네사는 ‘얼마든지 돕겠다’며 환호했다. 또 자신이 소장한 음악과 사진, 동영상 자료 등을 아낌없이 내주었다. 단원들에게 오렌지카라멜의 <까탈레나>, 샤이니의 <Everybody>, 원더걸스의 <Nobody>의 춤 동작도 직접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렇게 굿뉴스코 단원들은 모두 K-Pop 강사가 됐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시드니 대학에서 K-Pop 교실을 운영했다. 처음에는 겨우 열댓 명의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로 한류드라마 소개와 간식 시간 등 1시간가량 주어진 시간을 다채롭게 꾸미면서 여학생들 사이에 K-Pop 교실에 대한 입소문이 났고, 나중에는 100여 명에 가까운 참가자가 몰려 올 만큼 성황리에 강습이 진행됐다.
이때 만난 몇몇 학생들은 후에 단원들이 진행하는 한글 아카데미도 참가했다. 또 그들 중 몇몇이 굿뉴스코 프로그램을 지원해서 그가 그랬던 것처럼 해외봉사를 떠났다.
이소영은 호주에서 지내며 시간이 흐를수록 표정이 밝아졌다. 호주의 드넓은 초원과 맑은 하늘 속에서 갖게 된 도전정신과 성취감이 그의 속에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현지에서 익힌 영어로 호주인 친구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마음도 따뜻해졌다. 그가 호주에서 찍힌 사진들은 대부분 웃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다.

귀국 후 병치레로 중단했던 학업을 다시 이어갔다. 올해 여름에는 본지가 후원하는 2015 *세계청소년부장관포럼에도 봉사자로 참가, 피지Fiji 청소년체육부 라이세니아 투이투보Laisenia Tuitobou 장관의 수행원으로 활동했다.
“전에는 글쓰기를 좋아해서 기자가 되기를 꿈꿨는데요. 지금은 지구촌 곳곳을 다니며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기자가 싶어요.”
그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성장하고 있다.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_ 30세 아들과 60세 모친이 함께 중국, 싱가포르, 스리랑카, 중동, 런던 등 세계 일주를 다닌 에세이.
* 세계청소년부장관포럼_ 2001년 설립된 국제청소년연합(IYF)이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며 기획했다. 전 세계 정치경제인사들의 모여 청소년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한다. 올해에는 스와질랜드, 레소토, 키리바시공화국 등 19개국에서 온 장·차관들과 70여 명의 귀빈들이 참석했다.


모델 | 이소영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사진 | 홍수정 기자 진행 | 배효지 기자 촬영 장소 | lighthouse R 의상협찬 | Thursday Island 헤어&메이크업 | 이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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