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US 크리스마스 칸타타
뉴저지를 시작으로, 매도시마다 공연이 끝나면 바로 무대를 철수하고 버스에 올라타는 스태프들. 이동하는 시간은 밤11시경. 씻을 틈도 없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그들을 태운 버스는 칠흑같이 검은 어둠을 뚫고 다음 공연 장소로 달렸다. 밤새버스를 직접 운전했던 스태프 박은총 씨는 ‘밤샘 버스 운전이 쉽지만은 않지만 하늘이 돕는 것을 자주 목격 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한 바퀴 돌며 14,000마일을 달리면 빡빡한 일정 속에서 버스가 탈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버스가 훼손되는 일부터 타이어 손상, 부품 교체 등도로 위에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칸타타가 미국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기쁘게 한다는 사실 하나가 우리 스태프들을 하나로 만듭니다.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요? 순간순간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신기하게 해결될 때 는 전율이 흐릅니다.”
새벽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도착한 공연장. 간밤의 깊었던 어둠은 사라지고,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아름다운 선율과 관객들의 환호성, 뜨거운 기립 박수의 여운이 스태프들의 아침을 연다. 차에서 내린 스태프들의 10분간 스트레칭. 무대를 세팅하는 하루 노동을 풀어줄 아침 체조는 가뭄에 단비처럼 소중하다. 대형 버스에서 공연 세트를 내리고 무대를 설치하고 조명, 음향을 맞추면 어느덧 12시. 점심을 먹고 나면 무대 위에서 합창단의 리허설이 시작된다.
“제가 지금 무대 위에서 1초라도 맞추려는 것을 모릅니까? 단장님에게는 한 가지 기준만 있습니다. 세계 최고! 그 기준 앞에 부족한 단장님은 항상 ‘자만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어느덧 7년째 칸타타 스태프로 조명을 맡아 일하면서 지치고 때론 한바탕 잠과의 전쟁을 치르지만 하루하루 신기한 감동이 나를 최고의 스태프로 만듭니다.” _남재훈, 조명, 솔트레이크
“음악의 음을 조율하듯 우리 마음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조금의 오차가 있어도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에, 집중하고 들어야 합니다. 경험과 생각은 때로는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_정은석, 무대, 세크라멘토
작년과 올해 영상 스태프였던 박인호 씨는 “어떻게 그 많은 도시를 순회할 수 있는지 감격스럽지만 버스에서 쪽 잠을 잔 후, 새벽 4시까지 편집을 해야 할 때면 체력적인 소모와 창작의 고통이 따른다”고. “다른 선배 스태프들을 보면 정신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표현했다. “스태프도 세계 최고여야 하기에 단장님은 ‘안 된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으로 싸워주십니다. 그리고 작은 것 하나에도 생각하고 마음을 쓰며, 무대에 집중하기를 바라십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약점이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계속 생각하세요’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마인드를 이곳에서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_정대철, 음향, 덴버
크리스마스 칸타타 리허설 때마다 합창단원들이 1인 4역까지 맡으며 초스피드로 옷을 갈아입고 연기하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스태프 안동광 씨. ‘그라시아스 합창단이 세계에서 가장 옷을 빨리 갈아입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그는 의상을 담당했다.
“한번은 산타 옷를 입으며 단추가 하나씩 위로 밀렸는데 단숨에 모든 단추를 풀었다 새로채우는 테너 박경수 씨의 노련한 손놀림에 놀랐습니다.”
합창단뿐만 아니라 스태프도 무대 위에서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최고의 합창단이란 위상에 맞게, 최고의 스태프라는 자부심을 가진 그들은 무대 위 배우들의 걸음걸이, 표정, 말투, 발음, 입.퇴장에 맞춰 조명, 전환 등 모든 면에서 1초를 다투며 체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