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근로장학사업 우수사례] 박은철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4학년

“아싸! 시급 9,500원짜리 아르바이트다!”
국가근로 장학생으로 처음 선정되었을 때 나의 반응이다. 그저 돈에 끌려서 국가근로 장학생을 신청했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이렇게 기뻐했다. 나는 우리 집안에서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많았기에 그만큼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며 돈을 벌었다. 편의점, 뷔페, 도서관, 야구장, 고깃집, 초밥집, 공장, 공사장에서도 일을 했고, 전단지 돌리기와 택배 배달까지 해보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대게 4,500원~5,500원의 시급을 받았다. 택배 아르바이트는 한 군데만 배달을 가도 다음날 쓰러질 것처럼 힘들었다. 택배 일을 해본 사람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이렇게 힘든 아르바이트도 시급은 다른 아르바이트와 비슷했다.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국가근로를 하면서 받을 수 있는 시급 9,500원은 내게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고백하건데 이때만 해도 국가근로는 나에게 ‘돈 많이 주는 알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조금 더 부끄러운 마음을 고백하자면, 지난해 겨울방학 때도 고등학교에서 국가근로를 했는데, 업무를 마칠 시간만을 기다리며 시키는 일만 했다. 나는 그저 월급날만을 기다리며 영혼 없이 일하는 ‘노동자’에 지나지 않았다.

일하는 의미가 생기다
내가 근로하고 싶은 곳으로 희망기관을 선택할 때, 이전에는 우리 집에서 가깝고 일이 편해 보이는 기관만 희망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집과 가까운 기관을 찾고 있었는데, 유독 눈길이 가는 근로기관이 있었다. 바로 부산시 교육청 교수 학습 기획과. 이 기관이 내 관심을 끈 이유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부산에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강연단 ‘청춘어람’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나 또한 똑같은 고등학생 시절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잘난 것은 없지만, 지난 1년 간 멘토 역할을 해왔다.

교육시스템에 대해 알면 고등학생들에게 더욱 알차고 다양한 정보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교육청이 내 눈에 확 들어왔고,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할 만큼 멀지만 덜컥 1지망으로 신청했다. 그리고 2지망부터는 거리가 조금 더 가깝고 쉬워 보이는 곳에 지망했다. 그리고 국가근로 기관 선정 결과가 발표될 날 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1지망으로 썼던 교육청 교수 학습 기획과가 근로지로 배정되었다. 일단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고,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기뻤다. 이전에 나는 아르바이트에도, 국가근로에도 배움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배정된 기관은 어느 정도 나와 관련이 있어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다.

7월 1일, 앞으로 어떤 일을 배우게 될까? 기대감을 가지고 첫 근로 활동을 하였다. 안전교육을 받고, 가장 먼저 했던 것은 공부였다. 전화응대를 하기 위해서는 2015년 입시 제도를 공부해서 대답해야 했다. 내게 주어진 업무들이 일처럼 느껴지기보다는 재미있었다. 근로 내용을 보면서 ‘이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면 좋겠다!’라는 의미가 생겼기 때문일까?

입학설명회를 준비하면 많은 사람이 오는 만큼 해야 할 잡일들이 많았다. 게다가 내가 학교에 찾아가서 강연하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안면이 있는 선생님들도 오셔서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학생들의 고민에 대해서 듣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오래 서 있기도 하고 손도 많이 가서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이 일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활동과 국가근로 업무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일들이 점점 ‘누가 시킨 일’에서 ‘나의 일’이 되어갔다. 이전에는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장학사님들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어깨너머로 보게 되었고, 해야 할 일 이 또 없는지 계속 찾아다녔다. 퇴근을 해도 시간을 허투루 쓴 것 같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처음으로 일하면서 즐거움을 느꼈고 열정이 생겼다. 일하는 의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부산 동성고에서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해 강연했다. 이야기를 감명 깊게 들은 학생들은 강연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찾아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부산 동성고에서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해 강연했다. 이야기를 감명 깊게 들은 학생들은 강연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찾아와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근로 활동을 함으로 기회를 얻은 강연콘서트
내가 근로하는 교수 학습 기획과는 입시와 진로를 담당하는 부서다. 그래서 장학사님들께서는 내가 고등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들이 꿈을 갖도록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강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관심을 보이셨다. 교수 학습 기획과와 청춘어람 강연 활동은 공통분모가 많았고 서로 간에 도움이 될 여지도 많았다.
우리 단체는 강연만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한다. 마침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강연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었다. 강연콘서트는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강연과 더불어 공연, 영상 등을 보여줌으로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힘을 준다. 이미 한 번 성공적으로 개최한 적이 있고, 다시 한 번 하고자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다. 장소 대관부터 시작해서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각종 준비물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 없는, 오로지 열정밖에 없는 대학생들이었다.

나는 장학사님을 찾아가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곤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니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였다. 처음에는 아직 공인되지 않은 비공식 단체라서 많이 망설이셨다. 나는 장학사님을 설득하기 위해서 우리 단체 사람들과 일주일 내내 모여서 회의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인지, 기대효과는 무엇인지, 예산은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생각해 기획안을 만들었다. 신뢰를 주기 위해 기획안의 내용을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그렇게 잘 짜인 기획안을 드리며 다시 한 번 제안을 드리니 정말 감사하게도 승낙해주셨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후원을 해주신다고 약속해주셨다.
이 기쁜 소식을 안고 단원들과 본격적으로 강연콘서트 준비를 시작했다. 주제는 도전과 성장이었다. 학생들에게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일주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모여서 강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영상을 찍고, 홍보를 하고, 물품을 마련하는 등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우리의 열정을 모두 쏟아 부었다.

부산진여고에서 강연을 마친 후,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부산진여고에서 강연을 마친 후,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8월 23일, 드디어 부산외대 만오기념관에서 부산지역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강연콘서트를 개최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한 만큼, 학생들의 반응도 너무나 좋았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힘도 들었지만 너무 뿌듯했다. 우리들에겐 큰 도전이자 뜻 깊은 경험이었다. 근로를 통해서 이러한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너무나 감사했다.

무엇을 하든지 의미를 찾는 태도
이번 여름방학 교육청에서의 근로는 나에게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가져야 할 태도에 영향을 미칠만한 크나큰 교훈을 주었다. 그 교훈은 무엇을 하든지 의미를 찾는 태도이다. 이제껏 나는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의미 없이, 수동적으로 일을 해왔다. 그래서 모든 일이 재미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나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면 나의 태도가 바뀌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 그 태도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주어진다는 확신을 얻었다.

돈이 궁해서였을까, 내가 하는 모든 일의 목적은 돈이었다. 하지만 이번 근로의 경험은 나에게 돈이 아닌 다른 것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일하는 즐거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의 힘, 새로운 경험!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내가 잊고 살았던 것을 찾은 느낌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나니, 이제서야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 국가근로 신청을 할 때, 하계방학 집중근로의 목적 중 하나가 ‘다양한 경험 제공’이었다는 것. 그저 돈에 눈이 멀어서 이런 가치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나처럼 돈만 보고 근로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근로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의미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내가 다음에 할 강연 제목은 <의미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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