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코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지원해 1년간 해외봉사를 다녀온 젊은이들이 현지에서 맛본 행복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이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 등 방송장비를 가지고 전국을 누비는 그들의 이름은 핫닭이다. 밤샘도 마다치 않고 몇 년째 이 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만나 동아리의 이야기를 들었다.

팔방미인 이은주의 끝나지 않은 도전
그녀의 도전은 아직도 뜨겁다

3년간 핫닭에서 활동 중인 이은주 씨는 2011년도에 필리핀으로 해외봉사를 갔다 왔다. 생전처음 나간 외국이란 낯선 환경에서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준 사람은 현지인이었다. 그녀가 만난 필리핀 현지인은 심성이 밝고 순수했다. 처음 만난 그녀를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대해주었다고 한다. 먼저 다가와준 현지인들 덕분에 그녀도 자신감을 얻고 현지인에게 다가갔다. 한국에서는 낯을 가리던 그녀였지만, 필리핀에서는 외국인이라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더 자유롭게 행동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타갈로그어가 배우고 싶던 그녀는 현지 지부장님과 지인의 도움으로 타갈로그어를 배울 수 있었다. 그녀가 쓰는 서툰 타갈로그어를 들은 현지인은 마음을 열고 앞 다투어 그녀에게 타갈로그어를 가르쳐주었다. 그녀 또한 틈틈이 문법책과 단어장을 보며 부족한 부분을 공부 했다. 귀국한 뒤 그녀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필리핀선수단의 수행·통역을 담당했다. 필리핀선수단 통역원 중 타갈로그어를 아는 것은 그녀가 유일했다. 현지인들끼리 타갈로그어로 대화를 나눌 때면 전문 통역사들도 그녀 옆에 와서 ‘저 사람들, 지금 무 슨 이야기를 하느냐’며 물어보았다고 한다.
지난 1년간의 해외봉사를 뒤돌아보니 돈을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기회를 누리고 온 기분이란다. 문화공연, 클라리넷 연주, 포스터·현수막 제작, 영상편집은 물론, 조명 오퍼레이터, 사무 업무도 했다. “뒤돌아보니 어릴 때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필리핀에서 다 경험했어요.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사진 | 강윤진 캠퍼스리포터
사진 | 강윤진 캠퍼스리포터
그녀는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한국에 돌아와 필리핀에서만 찍은 사진과 영상을 확인해 보니 무려 180기가바이트가 넘었다고 한다. 사진 한 장에 담긴 시간과 추억 때문에 비록 사진이 흔들리고 초점이 맞지 않아도 쉽사리 사진을 지울 수 없었단다. 어린 시절부터 영상과 사진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대학시절부터 사진을 좋아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집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어린 시절 틈틈이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았고, 이미 초등학교 때 방과후 수업 에서 포토샵까지 배웠다.
봉사단원들이 필리핀에 온 지 6개월쯤 지났을 무렵 무전여행을 하러 갔다. 그녀의 팀 은 다른 팀에 비해 일찍 돌아왔다. 다른 팀 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그때까지 찍었던 사진을 엮어 영상으로 만들어 단원들이 돌아온 날 보여주었다. 그날 밤에 그녀와 동료단원들, 현지인들이 모여 앉아 그녀가 만든 영상을 보고 즐거워하며 지난 6개월을 회상했다. 자신이 만든 영상을 보고 다 같이 웃고 즐기던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처음 영상을 만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봉사단원들이 치르는 행사의 영상스케치를 제작하는 일은 그녀의 몫이 되었다. 그녀가 찍은 사진 중에 정작 본인이 나오는 사진이 많지 않아 가끔씩 속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며 즐거워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녀는 계속해서 그 일을 담당했다.

그녀는 핫닭에 들어와 선배를 도와 일본 문화댄스 야쿠도(약동躍動하다의 일본식 발음)의 인트로 영상을 함께 만들었다. 그 때부터 그녀는 본격적으로 영상제작 기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귀국발표회 때는 중국댄스 자시더러(복을 기원한다는 의미)의 인트로 영상을 제작했다. 핫닭에서 습득한 기술 덕에 그녀는 이제 방송 송출, 사진촬영, 포토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녀가 3년째 같이 영상제작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동료라고 한다. 마음을 하나로 맞춰서 같이 고민하며 밤새 영상을 만들고, 그 영상이 스크린에 상영되는 순간 핫닭은 그간의 수고를 보상받는다.
2년 전 3학년이 되면서 영상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울 요량으로 복수전공을 하던 문화콘텐츠학으로 전과를 했다. 올 해에는 중앙대학교 대학원에 진학 후 미디어아트와 의류학과 문화콘텐츠 간의 융복합을 시도 중이다. 지난 여름에는 포스터 발표를 위해 LA에서 열린 2015 HCII(Human- Computer Interac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학회)에 참석했다. 그녀는 앞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녀를 가장 속상하게 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력이 부족하여 표현할 수 없을 때란다. 그래서 그녀는 아직 배우고 공부하고 연구 중이다. 그런 그녀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런 열정과 마음 때문일 것이다.

 
 

Why 핫닭?

 
 
화학공학대학원생 하건수, 5년차 사진기자
영상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었지만 사진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영상팀에 지원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한 장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사진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핫닭에 들어왔을 때 전문용어는 물론 Premiere, After effect 같은 기초적인 영상편집 프로그램조차 알지 못해 동아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습니다. 영상을 만들다보면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조율해야 할 사항은 많아 늘 시간이 부족해 밤을 새는 경우가 잦습니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지만 그런 난관을 넘으며 한 단계 성숙한 제 모습을 발견하면, 아무리 힘든 만큼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곤 합니다.

 
 
직장인 조연출 허신혜, 5년차 자막·영상제작 프로듀서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가서 현지에서 UCC를 만들었습니다. 제게 소소한 추억거리들이 있는 해외봉사를 마무리 짓는 해외봉사단 귀국발표회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공을 살려 2010년 발표회 때는 자막을 담당했고, 2012년 발표회 때는 아프리카 영상을 담당했습니다. 영상학을 전공했지만 사실 핫닭 내에서 비전공자보다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비전공자들이 영상에 관심이 높아 독학으로 실력을 쌓아 핫닭에 들어온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에게 괜히 열등감이 느껴졌는데, 함께 밤을 새어가며 고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열려 친구에게 배웠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서로 도와주며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실제 공연에서 영상이 나오면 두근거리는 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들인 그간의 시간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요. 저희 마음이 그대로 영상을 통해 전달되고 관객들과 공연자들로부터 고맙다는 이야기들을 들을 때 보람도 느끼고 계속 영상을 만들게 돼요.

 
 
대학생 김진주, 6개월차 자막·사진슬라이드 담당
영상제작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핫닭에 들어왔습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선배단원과 함께 자막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연이나 행사시 화면에 나오는 공연 제목, 띠 자막 등을 내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팀에서 누군가 어려워하고 있으면 주위에 있는 몇 사람이 붙어 힘을 모 아 영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도 재미있고, 안 될 것 같은 영상이 팀원들과 함께 완성되는 것을 보며 놀랄 때가 있습니다. 아직 선배들에 비해 부족하지만 실질적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영상을 만들며, 좀 더 제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대학생 정소정, 2년차 자막담당, 영상제작 프로듀서
진주 씨와 함께 자막을 맡고 있으며 영상도 같이 제작해요. 처음 배우는 프로그램들도 많아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핫닭은 귀국 발표회 외에도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월드캠프, 해외봉사 단 프로그램, 학생캠프에 참여하여 영상, 사진, 애니메이션 제작 및 공연영상 송출, 자막 등 전문 인터넷 방송국의 전문장비 사용법도 배우며 전문가들과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있어요. 저희가 만든 영상이나 사진에 대한 궁금증을 바로 풀 수 있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 | 배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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