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원으로 시작하는 자기계발, 신문 읽기!

2006년 40.0%이던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종이신문 구독률이 2015년 20.2%로 급감하는 등 미디어 소비패턴이 종이에서 스크린으로 넘어오면서 신문은 하락세를 겪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신문은 스크린이 갖지 못한 장점을 발휘하며 미디어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한다. 알고보면 효율적이고 저렴한 자기계발 교재도 되는 신문의 가치를 파헤쳐본다.

최고의 인재들이 몰린다는 ‘하버드’에 입학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 까? 글쓰기다. 하버드에 입학하려면 학업 성적, SAT(한국의 수능), 대외활동, 입상경력 등이 뛰어나야 하는 것 외에 에세이로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사고력과 논리력, 표현력을 기르는 데 글쓰기만큼 좋은 트레이닝도 없을 것이다. 굳이 리더를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직장에 들어가 보고서를 쓰거나 대학원에 진학해 논문을 쓸 때, 개인사업을 하며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등 졸업 후 진로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요구되는 스킬이 글쓰기 능력이다.
이토록 유용한 글쓰기 능력을 어떻게 하면 터득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1호 책 쓰기 코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글쓰기 코칭 전문가 송숙희 씨는 조언한다. ‘1,000자 내외의 신문 칼럼이나 사설을 매일 한 편 씩 골라 베껴쓰기해 보라’고. 그런데 왜 하필 1,000자일까? 그 정도면 일반적인 독자들이 쉬지 않고 단번에 읽을 수 있는 최적의 분량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글쓰기 고수들이 있다.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하는 좋은 글을 쓰는 훈련법은 단 하나다.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것. 훌륭한 글을 쓰려면 크게 4가지 감각이 필요하다. 비슷한 단어라도 문맥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뉘앙스의 단어를 골라쓰는 어휘감각, 생각이나 논리를 정확한 문장으로 풀어 전하는 문장감각, 대중의 욕구와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보는 시대감각, 글을 통해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윤리감각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각은 이론이 아닌, 무수한 실전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다. 마치 피아니스트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고 모방하며 음감을 갈고닦아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듯이 말이다.
신문 칼럼과 사설은 준비단계부터 치열한 논의를 거쳐 글감과 주제를 선정한다. 그런 다음 수십 년간 ‘좋은 글’이라는 화두 하나만을 붙잡고 고민하며 자신을 단련해온 글쓰기 고수인 논설위원들이 글을 작성한다. 잘못된 정보는 없는지, 논리에 비약은 없는지 확인과 검증을 마치며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도 온갖 공을 들인다. 이렇게 완성된 칼럼과 사설을 베껴쓰는데 어찌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지 않겠는가?
여러분의 글쓰기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혹 인터넷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SNS에 사진을 올리며 몇 자 끼적이는 것이 여러분 글쓰기의 전부는 아닌지? 그렇다면 오늘부터 당장 베껴쓰기를 시작하라. 베껴쓰기는 글 잘 쓰기로 소문난 최고의 칼럼니스트와 기자들을 개인교사로 모시는 것과 같다. 자꾸 베껴쓰다 보면 그들의 훌륭한 문체와 탁월한 어휘력이 여러분의 것으로 흡수될 것이다. 어느 글이 좋은 글인지 가려내는 안목이 생길 것이다. 베껴쓰자, 자꾸 베껴쓰자.

 
 
오늘 신문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신문을 활용한 교육을 영어로는 Newspaper In Education, 줄여서 NIE라고 하는데, NIE 전문가들이 흔히 권장하는 것은 신문 스크랩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신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여러 면에 걸쳐 다뤄진, 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건이나 본인이 관심 있는 기사를 잘라서 파일철이나 노트에 모으는 것이다. 빈 병 한두 개는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수천 수만 개가 모이면 자원이 되고 돈이 되는 법. 기사도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이면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하루에 3~5개만 스크랩해도 충분하다. 도움이 될 만한 기사라고 닥치는 대로 스크랩하다가는 자칫 필요없는 정보까지 수집해 희소성과 분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인 용궁의 창고에서 여의봉 하나만을 챙겨 나온 손오공이 된 심정으로 기사 선택에 신중을 기하자. 최근에는 구독자들이 홈페이지에서 지면 PDF 를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신문사가 늘면서 ‘디지털 스크랩’을 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반면 스크랩보다는 읽고 메모하기를 권장하는 이들도 있다. 인재서비스 업체인 (주)스탭스의 박천웅 대표는 ‘스크랩이야말로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대표적 사례다. 스크랩한 기사를 다시 보는 경우가 얼마나 되냐?’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읽기-메모하기-생각하기’의 3단계 신문 독법을 적극 권장한다. ①신문 전체를 읽어나가며 관심 가는 기사, 기억하고 싶은 기사를 고른다. ②그 기사를 읽어나가면서 핵심적인 단어나 표현을 3개 정도 골라 밑줄을 친다. ③그 단어를 연결해서 정리한 뒤, 그 기사의 내용 이 자신이나 사회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적어본다. ‘이렇게 하면 사회현상이 자신에 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고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물론 박 대표 본인도 신문의 수혜자다. 1998년 삼성에서 독립해 스탭스를 설립했을 당시, 스탭스의 주요 사업분야는 인력 아웃소싱이었다. 하지만 어느 경제신문에서 비정규직 논란에 대한 기사를 읽은 그는 사업분야를 취업지원과 인력관리 대행 전문으로 재편했다. 그 덕에 스탭스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박 대표의 말이다. 지금도 그는 하루 두 시간씩 신문을 읽고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신문 읽기를 강조하는 명사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원칙이 있다. 첫째, 오늘 읽을 신문을 내일로 미루지 말 것. 둘째, 이념적·정치적으로 정반대 성향을 지닌 신문을 구독 해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할 것. 셋째, 신문 읽기가 정 힘들면 1면만이라도 볼 것. 아버지는 집에서 신문을 읽으시는 것도 세상의 트렌드를 읽고 최신정보를 접하려는 아버지 나름의 자기계발이다. 신문 읽기야말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진짜 공부인 셈이다.


도움말 | 김택환(전 한국언론연구원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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