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혁 쌤의 취업X파일

막막했던, 혹은 아쉬웠던 상반기 공채 모집이 끝났다. 하반기 공채 모집까지 두 달 남짓 남은 지금, 취준생들은 어떤 고민을 갖고 있으며 또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공한 선배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것이다. 취업 컨설턴트 조민혁과의 솔직하고 과감한 취업토크로 이번 여름방학 동안 하반기 취업 제대로 준비해보자!

 
 
취업을 했다고 한 번 생각해봅시다. 여러분들이 아무리 싫어도 한 직장에 몇 년간 다닐 생각인가요? 첫 직장에서 최소한 2~3년은 일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대학에 들어갈 때도 꽤 오랜 기간 고민을 합니다. 2~4년이란 긴 시간을 한 대학에서 보내야하기 때문입니다. 취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구직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굉장히 힘들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이 과정을 마라톤처럼 느끼기 때문에 힘들고, 빨리 끝내고 싶은 겁니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제게 조언을 구한다면서 자신의 스펙을 줄줄이 읊어줍니다. 저는 사실 여러분들의 스펙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이 친구는 무엇을 좋아하지?’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이런 것들이 알고 싶은데, 그런 이야기는 잘 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상담을 하다보면 종종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본인이 원하는 직장은 적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고, 주말 출근이 없고, 서울 근교에 위치한 회사라고 합니다. 이런 분에게는 제가 조언을 해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직장은 없거든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답변을 남기면, 질문한 분은 제가 성의 없이 답변한 것으로 오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숨기는 것 없이, 마음속에 미리 답을 정해두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영업직을 희망하는 공대생B군

Q1. 요즘 학생들이 취업 잘된다고 부러워하는 전기전자과에 다니는 남학생입니다. 저는 공대를 다니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취직 이후 일하게 될 공장의 분위기가 저와 맞지 않는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영업직에서 종사하고 싶어서 영업 쪽으로 인턴사원으로 지원했습니다. 영업직은 점심을 먹은 뒤 외근을 나갈 수 있어서 좋아 보입니다. 주변에서는 제게 일단 전공 분야에 취업하여 어느 정도 일을 하다가 영업직으로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1. 지금 B군이 하고 있는 고민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와 실제 갈수 있는 분야 두 가지 길에서 서로 어긋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굉장히 쉽고,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마음만 바꾸면 되거든요. B군이 생각하는 것처럼 직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습니다. B군이 전기전자를 전공했다면 전기전자 전공자로서의 B군이 가야되는 길이 정해져 있습니다.
인문계 졸업자에 비해 공대 졸업자는 졸업 후 진로가 명확합니다. 공대의 학업 성격상 어렵게 공부했기 때문에 취업을 할 때 그에 따른 적금을 탄 것과 같습니다. 그런 적금과 같은 기회를 잘 살릴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기로에 B군이 서있는 것입니다.
혹시 스스로를 봤을 때, 현장 문화가 힘들어서 영업직으로 피해가려는 것인가요? 하지만 영업직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Q2. 영업직이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자격증이 없고 학점도 좋지 않지만, 동아리활동과 대외활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영업직에 종사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습니다.
A2. 인사팀에서 전기전자과 학생에게 기대하는 것은 자격증이나 영어 성적이 아닙니다. 학교도, 성적도 좋지 않지만, 전기전자 전공자라는 이유 하나로 합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조언을 드리고 싶은 점은, 직장을 선택할 때 본인이 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반드시 이직하게 되어있습니다. 자신이 원했던 직장의 모습과 실제 직장생활은 전혀 다르거든요. 자기를 중심으로 직장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직장에 들어간 뒤 많이 혼란스러워 합니다. 본인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전기전자 전공자가 해야 될 일과 회사에서 본인에게 기대하는 것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공과대학 관련 분야에 취직을 하셨을 때 감수해야 할 것들이 있겠죠. 그 부분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 길을 포기한다면 계속 미련이 남습니다. 인문계 졸업자들에 비하면, B군은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데 그 무기를 쓰지 않는다고 하니 답답하네요.

조 쌤’s Coaching
B군이 전공을 살리는 길을 포기하고 영업직으로 취업을 했을 때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회사는 잘하는 사람을 뽑습니다. 보통 영업하는 사람이 출장을 갈 때면 제품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기술자를 데리고 다닙니다. 그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기회비용이 많이 발생하는데 엔지니어 경험이 있는 사람이 영업직을 하게 되면 상당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테크니션 세일즈’인데 지금 현장 근무를 하지 않으면 그 길로 자랄 수 있는 싹이 잘립니다.
주위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하고 싶다’ ‘하기 싫다’를 결정하기 보다는, 30살 전까지는 고생을 많이 하더라도 엔지니어로서 성과를 내면 자연스레 본인이 하고 싶었던 업무의 요청도 들어올 것입니다. 본인의 경쟁력이 갖추어져 요청이 들어오고 자신이 스카웃될 수 있기까지의 시간을 단축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원하는길을 가면 그 경력이 누적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힘들어도 조금 참고 전공분야로 진입하는 것이 좋을 것같습니다. 또 전공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도저히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매진하다 보면 분명 남는 것이 있습니다.

◎기획MD를 꿈꾸는 디자이너 전공 여학생P양

Q1. 저는 의류디자인학과를 졸업했고, 패션 관련 회사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건 기획MD(그 중에서도 오프라인 기획MD)인데, 제 주변에서는 디자이너가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해서 고민 중입니다. 제일모직과 LF등에서 1년 반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하반기 공채 시작까지 3개월이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토익이나 자격증 같은 스펙 쌓기에 더 집중을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A1. 홈쇼핑이나 온라인MD에 지원하는 것은 어떠신가요? 의상과 관련된 업종은 특화된 분야이기 때문에 동종업계이면 그 안에서 이직이 많습니다. 디자이너든 뭐든 가리기보다는 일단 의류업계로 뛰어들어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성분들은 구직할 때 나이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는 남성과 달리 여성분들의 나이가 많으면 잘 뽑지 않습니다. 근무할 수 있는 나이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죠. 33살이넘으면 결혼과 출산으로 여성분들의 수가 확 줄어드는 만큼, 입사가 늦어지면 근무기간도 줄어드니까요.
옛날에는 첫 직장이 중요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직장의 우선순위를 정하기보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획’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직무는 처음부터 신입사원을 뽑지 않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가능성 1%만을 보고 준비를 한다면나중에 후회하게 됩니다. 여성분들은 28살이 넘으면 취업하기가 거의 어렵습니다.

조 쌤’s Coaching
기획MD라는 목표를 향해 가기 앞서 본인이 하고자하는 것과 자신의 능력, 이력에 대한 전달력을 키우세요. 자신이 주로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를 정리하세요. 토익도 중요하지만, 제일모직이나 LF에서 일했던 경험들은 특별한 것입니다.
* MD: 머천다이저Merchandiser의 약자. 상품의 계획과 구입, 가공, 판매 등의 전 과정의 책임자를 의미한다.

해외영업을 원하지만 상반기 공채 전부 불합격한 S양

Q1. 저는 화학과 경영을 전공했고, 27세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직무의 제1순위는 해외영업입니다. 중소기업에서 해외영업 인턴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상반기 모집에서 지원한 기업 40군데에 다 떨어졌습니다. 인터넷 상담에서는 제가 지원한 직무가 잘못됐다고 합니다. 대기업에는 화학계열 기술로 지원했고요, 영어를 좋아해서 해외영업 파트에 모두 지원했습니다.
A1. 이 문제는 본인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면 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 메뉴가 많은데 꼭 김치찌개만 먹겠다는 사람은 만약 김치찌개 주문이 밀려있다면 먹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김치찌개를 먹어도 좋고, 된장찌개를 먹어도 좋은 사람은 금방 먹을 수 있죠. 사실 해외영업도 국내영업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국내영업을 하던 사람이 해외영업을 하는데, 신입사원이 바로 해외영업부서에서 일을 시작하면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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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에서 운영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아카데미 SCSA에 지원해보는 것은 어떤가요? 전공무관으로 들어가서 전공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 분야에 대해 문외한이라도 그곳에서는 전공자만큼 훈련을 시켜줍니다. 만약 지금 본인이 하려고 정해놓은 직무가 없다거나 모호하다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해외영업은 주로 해외에서 살다온 사람을 뽑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해외영업부서에 이공계열 출신을 뽑을 이유가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관련 직무도 추천해드립니다. 앞으로 5년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공무관으로 비교적 쉽게 취업할 수 있습니다.
* SCSA: 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 인문계 전공자들을 채용해 교육 과정을 거쳐 소프트웨어 산업에 투입시키는 삼성의 새로운 채용 프로그램.

◎엔터테인먼트회사에서 인턴 생활한 E양

Q1. 저는 미디어과를 졸업했고, 25살입니다. 저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인턴을 했습니다. 마케팅 본부에서 9개월 동안 일했는데, 일을 하면서 제 전공이 저와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다른 직무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원하던 일이 정작 저와 맞지 않으니 꿈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꿈이 없는 사람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 선 것 같습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A1. 왜 자신이 전공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시죠? 그 부분을 정리해두세요. 25세에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한 것은 굉장히 차별화된 경험입니다. 면접관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이 사람이 신중하게 고민을 했는지를 봅니다. 대학생활 때 여러 경험을 하고 싶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갔지만 자신과 맞지 않아 힘들어서 나왔다는 것도 훌륭한 경험입니다.

조 쌤’s Coaching
같은 마케팅이라 하더라도 분야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리조트 마케팅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마케팅에 비하면 정말 단순합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근무하며 얻은 역량이 다른 마케팅 분야에서도 충분히 사용될 수 있습니다.

조민혁
한국외대 법학과와 연세대 GMBA를 졸업하고 2006년에 POSCO 채용팀에 입사하여 발표면접, 토론면접 등의 면접관으로 활동했다. 퇴사한 이후 현재 (주)윈스펙 아카데미의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스펙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꿈과 비전을 잃고 방황하는 이 땅의 수많은 구직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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