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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명강의_서울여대 <국제매너를 갖춘 대학 지성인>인생 선배가 전하는 생생 글로벌 마인드 강연
김성훈 기자 | 승인 2015.06.26 21:59

바야흐로 세계를 무대로 뛰어야 하는 글로벌 시대, 살아온 환경·사고방식·기호嗜好 등 모든 것이 다른 세계인들과 한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의 본질은 뭘까? 그 답을 ‘나눔과 소통’에서 찾는 서울여대 전혜정 총장과 김찬란 교수는 매주 한 차례 각계 명사를 초청해 그들이 삶 속에서 일관해 온 마인드를 제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지식과 기술 전에 됨됨이부터 갖춰야 한다’
서울여대의 교양수업 <국제매너를 갖춘 대학지성인> 취재차 학교를 찾은 날,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정문 옆 울타리에 걸린 현수막이었다.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상 수상’
2013년부터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는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상’은, 학교·가정·사회 등 각 분야에서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기여한 바가 큰 개인이나 단체를 포상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서울여대는 지난해 12월, 교육부장관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우수학생을 모집하기 위한 대학 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높은 취업률이나 정부예산 유치 등 가시적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먼저 인성을 갖춰야 지식도 기술도 올바르게 쓰인다’고 강조하는 서울여대 특유의 학풍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울여대가 대학 최초로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상을 수상한 것은 개교 이후 꾸준히 실시해 온 인성교육의 결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동문과 재학생, 교직원들의 자부심이 크다”는 게 이 학교 김헬레나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7월로 다가온 인성교육진흥법 시행을 앞둔 요즘, 교육계의 화두는 단연 인성교육이다. 가천대는 인성·교양 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인성교육 전담교원을 두는 한편, 인성과목인 ‘생명과 나눔’ 수업을 전교생 필수 참여로 확대시켰다. 광주여대 또한 지난 3월 ‘마음교육 헌장’을 발표하고 재학생과 교직원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선서식을 실시하는 등 실천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부도 대학입시에 인성평가를 반영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기업들 사이에도 인성을 중시하는 채용문화가 확산되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실력 못지않게 됨됨이를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것. 이 같은 상황에서 오래 전부터 인성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구체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세워 실천해 온 서울여대의 사례는 각 대학에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92년 서울여대 의류학과 교수 임용 후 대외협력처장, 사무처장, 학생처장 등을 역임한 전혜정 총장은 재학생들에게는 68학번 선배이기도 하다. <국제매너를 갖춘 대학지성인>의 한 시간은 반드시 전 총장의 강연으로 채워지는데, 이는 세대차를 넘어 학생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매주 강사가 바뀌는 명사초청 특강식 수업
서울여대 인성교육의 역사는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1년 초대 학장으로 취임한 바롬 고황경 박사(바롬은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그의 교육철학을 담은 호號)는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지智, 덕德, 술述을 갖춘 여성리더 양성’을 목표로 내걸고 생활교육과정인 ‘바롬 인성교육’을 창안했다. 이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바롬 인성교육은 서울여대만의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이자 트레이드마크로 정착되며 오늘에 이르렀다. 바롬 인성교육을 모두 이수한 3학년 학생들은 한국사회교육진흥원의 인성검사 결과 전국 대학생이나 기업체 평균보다 우수한 수준을 보였으며, 2013학년도 대학기관 인증평가에서 모범사례로도 선정되는 등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매너를 갖춘 대학지성인>은 이 바롬 인성교육과 맥락을 같이하는 교양수업이다. 이 강좌의 개설을 주도한 이는 바로 전혜정 총장과 김찬란 교양학부 교수다. 서울여대 의류학과 68학번으로 1992년부터 의류학과 교수로 재직해 오던 전 총장은 2013년 2월 취임 이후 ‘학생들에게 우리 학교의 건학이념인 바롬정신을 심어줄 강좌는 없을까?’를 놓고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치·경제·문화·과학 등 사회 각계의 유명인사를 매주 한 명씩 초청해 그들의 삶의 이야기와 정신을 들어보는 명사초청 특강식 수업을 떠올렸고, 김찬란 교수의 도움을 받아 2014년 1학기부터 <국제매너를 갖춘 대학지성인> 강좌를 개설했다.
흔히 국제매너 하면 외국인과 만난 공식석상에서 지켜야 할 예의나 에티켓 등을 떠올리지만 김찬란 교수가 추구하는 국제매너의 개념은 좀 다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지금은 다른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오픈 마인드’를 갖춰야 하는 시대라는 것.
“사람들은 저마다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야 하는 오늘날, 그 재능을 기꺼이 모두와 함께 나누며 세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야말로 글로벌 매너라고 생각합니다.”
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매주 화요일 낮 10~12시 강의가 끝나면 SNS에는 서울여대 학생들이 작성한 그날 강의에 대한 소감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답안지에는 가장 인상 깊었던 강연과 수강소감을 함께 적게 했다.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평소 접하기 힘든 분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 ‘매사에 도전정신으로 임하는 강사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등 호평이 이어졌다.

   
 
유창한 언변 아닌, 삶으로 말하는 명사들이 섭외 1순위
김영란 전 대법관,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 위원장,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기석 국경없는 교육가敎育家회 대표, 노정혜 서울대 교수, 가수 션….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들이다. 아울러 <국제매너를 갖춘 대학지성인> 강단을 거쳐간 명사들이기도 하다. <열정락서> <강연 100도씨> <세바시> 등 ‘강연 프로그램의 춘추전국 시대’로 불리는 요즘은 TV나 인터넷만 켜면 특별한 이야깃거리와 포맷으로 무장한 명강사들의 강연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 강연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치도 자연히 높을 수밖에 없고, 그에 걸맞은 명사들을 초청하고자 애쓰는 김찬란 교수의 고심도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항상 최고를 지향하며 1분 1초를 쪼개가며 사는 명사들에게 두 시간짜리 강연을 요청하기란 녹록지 않은 일이다. 본인이 하고 싶어도 스케줄과 날짜 등 조건이 맞아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이 수업을 개설한 총장님과 저의 취지에 공감하시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와 주고 계십니다. 서울여대의 바롬정신을 학생들보다 더 잘 아시고,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분들이지요.”
한 학기 동안 매주, 그것도 특정분야에 치우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섭외하려면 몇 달 전부터 고민을 거듭한다는 게 김찬란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가 강사를 선정할 때 철저히 고수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유창한 언변보다는, 본보기가 될 만한 인생을 삶으로써 긍정적인 마인드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수 있는 사람들을 강단에 세우자는 것.

   
김찬란 교수가 강사를 선정하는 원칙이 하나 있다. 유창한 언변보다, 본보기가 될 인생을 삶으로써 긍정적인 마인드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일깨워줄 수 있는 사람들을 강단에 세우자는 것.
그런 스승의 정성이 마음으로 전해진 덕일까. 250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수업임에도 <국제매너를 갖춘 대학지성인> 수강생들의 분위기는 시종 진지했다. 대부분 정자세로 강연을 경청하며, 졸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학생은 거의 눈에 띄지않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누구나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강연을 통해 쏟아내고픈 열정에 사로잡힐 것 같았다. 취재 후 만난 어느 학생은 ‘초청된 강사들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만나기가 매우 힘든 분들인 만큼 매 시간을 멘토링의 기회로 생각하고 수업에 임하는 학우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수강인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첫 학기인 2014년 1학기에 120명이던 것이 2학기에는 180명, 이번 학기에는 250명으로 늘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수강하면 좋겠지만,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해 더 이상 인원을 늘리기도 곤란하다’는 것이 학교 측의 행복한 고민이다.
노원구 화랑로에 자리잡은 서울여대는 꽃과 나무가 풍성한, 캠퍼스가 아름다운 학교였다. 주말이면 인근 주민들의 단골 나들이 장소가 될 정도다. 하지만 캠퍼스 못지않게 아름다운 것은 어떻게든 제자들에게 귀감이 될 마인드를 찾아 심어주고픈 스승의 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새 1학기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새로운 2학기에는 또 어떤 새로운 인생 선배들이 자신이 삶 속에서 일관해 온 정신을 후배들에게 전하게 될지 벌써부터 자못 기대가 되었다.

Mini Interview

   
 
김찬란 교수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에서 노년학을 전공했다.
현재 <노인교육론>, <현대사회와 자원봉사> 등의 수업과,
해외봉사 프로그램인 ‘세계문화 체험과 봉사’를 담당하고 있다.

성공은 이해와 사랑에서 비롯된다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꼭 배웠으면 하는 마인드는 무엇입니까?
오늘날 젊은이들의 특성을 가리키는 말 가운데 ‘쿼터리즘quarterism’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한 쿼터, 즉 15분도 채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지요. 그만큼 이 시대가
‘빠름’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의 해결을 위해 깊이 생각하기보다 ‘대충, 적당히’ 넘어가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수강생들이 명사들의 삶과 인생철학을 들으면서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형편과 타협하지 않은 그분들의 정직과 성실을 배우길 바랍니다. 매사에 도전하는 자세로 정진하는 사람은 결국 성공할 수 있습니다.

명사들을 섭외하기란 쉽잖은 일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클 것 같습니다.
수강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변화된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는 소감을 가장 많이 남깁니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를 이해하며 보다 넓은 안목을 갖게 되었다고 메일을 보내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또 명사들의 도전정신에서 힘과 용기를 배웠다고도 하고요. 그럴 때면 감사한 마음과 함께 더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강생들과 <투머로우> 독자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도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전하기에 앞서 자신의 삶에 대해 충분히 계획을 세우고 도전하기를 권합니다. 또 밝은 마음으로 늘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사는 삶을 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이디어 발상법 중에 “Other People’s Shoes’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라는 것입니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를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삶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줄 믿습니다.

김성훈 기자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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