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이다. 봄의 청명한 빛처럼 20대 젊은이들의 마음도 청명한지 점검해봐야 할 시기이다. 친구들끼리, 가족간에, 사제지간에 의무적인 대화가 아닌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상만 있더라도 심적 고통을 줄일 수 있다. 그처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몸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심신요법을 생활 속에 잘 적용하면 큰 효과가 있다. 이번호에서는 심신요법에 대해 소개한다.

마음의 상태가 곧바로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늘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기쁠 때는 얼굴에 웃음이 번지지만 슬플 때는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화가 나면 손이 떨리고 얼굴이 빨개지며 혈압이 오르기도 한다. 심한 공포를 느낄 때는 식은땀이 나고 더러는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이처럼 마음의 상태가 육체의 생리나 병리에 직접적이고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예로부터 의학자들은 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어떻게 마음을 조절할 것인가에 대해서 탐구하여 왔다. 이런 의학 체계를 근간에는 심신의학心身醫學, Mind-Body Medici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마음이 산란하면 병이 생기고, 마음이 안정되면 있던 병도 저절로 좋아진다.”고 심신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시대 세조 때 간행된 <팔의론八醫論>에서는 의사를 여덟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4등급 이하는 옳지 않은 악의惡醫라해서 경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앞의 세 등급의 의사 중에서도 약만 쓰기를 좋아하는 약의藥醫보다는 음식의 섭생을 통해서 병을 고치는 식의食醫를, 그보다는 마음을 잘 다스려 병을 치유하는 심의心醫를 가장 높게 평가하였다. 서양의학 역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의사로 평가받고 있는 히포크라테스나 파라셀수스도 이와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많은 의학자들이 마음으로 병을 고치는 심신요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시작하였다. 그 대표적인 의사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데이비드 슈피겔David Spiegel이다.
1976년 그는 전이된 유방암 환자 86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쪽 실험 대상 그룹에게는 마음을 변화시키는 심신요법을 받게 하고, 대조 그룹에게는 받지 않게 하였다. 10년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심신요법을 받은 그룹이 대조 그룹에 비해서 평균 생존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한 원래의 목적은 환자의 마음 상태가 암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이와 같은 연구 결과가 나타나 이 실험이 오히려 심신요법의 탐구열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프린스턴공대 교수 로버트 잔Robert G. Jahn과 심리학과 교수 브렌다 듄Brenda Dunne은 1976년부터 20년간 전자난수 발생기RNG를 사용하여 마음의 에너지 상태를 시험하였다. 그 결과 “마음은 아주 미세한 입자로 되어 있으며, 이것은 물리적 입자와 동일하므로 입자로 존재할 때는 일정한 공간에 한정되어 있지만 파동으로 그 성질이 변하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동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양자생물학자로 유명한 글렌 라인Glen Rein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자가 배양 중인 암세포를 대상으로 ‘원래의 정상적인 세포로 돌아가라.’고 마음을 집중하면 암세포의 성장이 40%나 억제되었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사람의 마음이 다른 생물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진통 효과가 전혀 없는 가짜 약 placebo을 주면서 통증에 특효가 있다고 믿게 한 다음 투여하면 실제로 40~50%에서 통증이 사라지는 효과가 관찰된다. 이는 치료 된다고 믿는 마음이 뇌에 작용하여 통증을 없애는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자율 훈련법’이라는 치료법을 개발한 정신과 의사 요한네스 슐츠Johannes Schultz는 마음을 고요하게 진정시킨 상태에서 나무젓가락을 뜨거운 쇠젓가락이라고 믿게 한 뒤 그 나무젓가락을 손에 쥐게 했을 때 금방 화상을 입은 것처럼 피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였다. 또 발바닥이 따뜻해진다고 스스로 말하면서 그렇게 믿으면 실제로 발바닥의 체온이 올라간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이런 결과들은 마음이 몸의 각 장기와 연결되어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눈을 감게 한 상태에서 사과를 복숭아라고 믿게 하고 그 사과를 피부에 문지르면 금방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이것은 마음이 면역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험을 근거로 하여 심리학자 로버트 아더Robert Ader는 마음은 뇌신경계와 연결되어 있고, 뇌신경계는 면역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이라는 새로운 의학 체계를 정립하였다.
미국의 방사선치료 의사 칼 사이먼튼Carl Simonton은 부정적인 마음 상태가 암세포를 방어하는 NK, Natural Killer세포를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증식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마음 상태를 긍정적인 쪽으로 전환함으로써 NK세포를 강화시켜 암을 치유할 수 있는 ‘긴장이완과 상상법’이라는 치료법을 개발하였다.
칼 사이먼튼은 1971년 미국 오리건대학병원에서 절망적인 후두암 환자(61세 남자) 한 명을 만났다. 그 환자는 거의 삼키지 못하면서 극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였다. 항암제나 방사선치료에 반응이 없는 상태였는데 긴장 이완과 상상법을 시행한 결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내 몸의 암 조직이 아이스크림 녹아내리듯이 다 사라져 버리고 건강한 세포만 남았다.’고 환자가 믿고 상상하였더니 약 1주 후에는 호흡곤란과 통증이 현저히 줄어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으며, 2주 후부터는 체중과 힘도 늘어나게 되었다. 2개월이 되었을 때 이 환자의 암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경험이 칼 사이먼튼으로 하여금 방사선치료 의사의 길을 접고 본격적으로 긴장 이완과 상상법을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도 출신 의사 디팍 초프라Deepak Chopra도 비슷한 사례를 보고하였다. 40대 여성 폐암 환자에게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를 하였으나 경과가 좋지 않아 긴장이완과 상상법을 시행했더니 경이로운 반응을 보인 경우이다. 그녀는 눈을 감고 앉아서 ‘나는 반드시 낫는다. 이미 완쾌되었다.’라고 진심으로 믿으며 자신의 암 덩어리가 모두 녹아 없어졌다는 것을 하루에 수차례씩 상상하였더니 약 3년 후에는 암의 임상적 흔적이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마음의 변화가 몸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마음의 변화가 몸을 변화 시키는 원리와 그 작용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서 그동안 많은 의학자들이 연구하였다. 그중에서도 하버드대학의 허버트 벤슨 교수, 메서추세츠주립대학의 카바트 진Kabat Zinn 교수를 비롯하여 프란츠 알렉산더Franz Alexander, 닐 밀러Niel Miller, 존 보리센코Joan Borysenko, 마거릿 케머니Margaret Kemeny 등이 주요 연구자들이다. 모든 심신의학 관련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심신의학의 키워드는 ‘믿음’이다. 마음 가운데 믿음이 가진 확실성의 정도가 몸을 변화시키는 척도라는 것이다.
<신념의 생물학The Biology of Belief>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미국 위스콘신의대 생화학 교수 브루스 립튼Bruce H. Lipton의 연구에 의하면, 유전자는 세포 내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그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사물에 대한 지각, 곧 개인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가 자기 자신의 유전자를, 그리고 자기 신체를 조절하는 핵심적 요인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리의 신념과 지각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유전자의 활동성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결과적으로 유전자 코드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마음이 닫혀 두려움 가운데 있다면 신체 시스템도 닫히며 결국 질병으로 가게 될 것이고, 반면에 우리 마음이 열려 건강하고 긍정적인 신념과 지각 상태로 변환된다면 우리 신체와 삶도 건강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브루스 립튼 교수는 세포생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세포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생물학적인 방법을 쓰는 대신에 마음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개발해서 더 유명해졌다. 육신의 세포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음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 결과는 경천동지할 만한 생물학적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홍준
전인치유 의학 권위자인 그는 지난 30년 동안 만성질환을 앓는 수만 명의 환자들을 약물을 거의 쓰지 않는 생태주의적인 의료, 자연식, 곡채식 위주로 치료를 하며 자연의 질서에 맞는 생활습관을 따르도록 가르쳤다. 통합의학 클리닉을 개원하여 환자를 진료하고 조선대학교 보건대학원 대체의학과 초빙교수, 한국통합의학포럼 상임대표,굿뉴스의료봉사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호 칼럼은 그의 저서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에서 발췌했다.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에디터 출판사)는 문화체육 관광부와 출판산업진흥원이 2014년 우수교양도서(2014 세종도서)로 선정한 바 있다.


디자인 | 전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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