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되살아난 전시

매그넘의 역사를 바꿔놓은 전시가 나타났다. 1956년 쾰른의 포토키나 박람회에서의 전시를 매그넘의 첫 번째 전시로 알고 있었는데 2006년 봄 진짜 첫 번째 전시가 발견된 것이다.
1955년 6월부터 1956년 2월까지 오스트리아 5개 도시를 순회한 후 인스브루크 프랑스문화원으로 반환된 뒤 반세기 동안 잠들어 있던 전시 <시대의 얼굴>. 당당히 첫 번째 전시임을 공포하는 <매그넘스 퍼스트>란 전시명으로 바뀌어 아시아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날짜 8월 15일까지
장소 한미사진미술관
문의 02-418-1315
관람요금 성인 6,000원, 학생 5,000원

 
 
전시장 중앙에 놓인 두 개의 낡은 나무 상자. 이 상자의 숨은 사연은 매그넘의 역사를 바꾸었고 2008년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6년 어느 봄날 인스브루크 주재 프랑스 문화원이 신관으로 이전하면서 지하 창고에서 두 개의 나무 상자를 발견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먼지와 곰팡이 냄새와 함께 발견된 건 다름아닌 매그넘 초창기 회원 여덟명의 오리지널 흑백 프린트 83점과 전시 포스터, 매그넘 명판, 그리고 전시 설치에 관한 설명서였다. 베르너 비쇼프,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에른스트 하스, 에리히 레싱, 장 마르키, 잉게 모라스, 마크 리부의 40년대부터 50년대 초반의 작품들이었고 50년동안 잠들어있던 이 작품들은 2년 동안의 복원과정을 통해 2008년 다시금 세상에 나왔다.
전시된 사진의 특이한 점은 사진이 붙어 있는 파이버보드의 간격이 불규칙적인 것이다. 잘려 있는 것도 있고 숫자가 써 있기도 하며 선이 그어져 있기도 하다. 첫 전시 때 작품 하나하나가 전시된 것이 아니고 큰 파이버보드에 3, 4개씩 사진을 붙여 전시하고 전시 후에 상자 안에 넣기 위해 보드를 자른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사진미술관은 발견된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자 잘려진 파이버보드를 그대로 전시해 관람객들은 첫 전시 당시의 실제감을 느낄 수 있다.
 
 
오리지널 포스터 또한 흥미롭다. 당시의 전시명과 일정, 장소, 관람요금이 표시되어 당시의 전시의 내용을 추측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단서가 된다. 사진의 내용은 <시대의 얼굴>이란 원래의 전시명처럼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담았다. 1955년은 선정적인 내용을 다뤄 대중의 시선을 끌었던 시대였지만 매그넘답
게 독보적으로 그 안에 내재된 사람들의 일상과 휴머니즘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특히 전쟁사진가로 알려진 로버트 카파의 사진은 바스크 지방의 축제 일상을 담았으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간디의 생애 마지막 모습과 장례식을 담았다. 특히 간디의 모습을 연작 18점을 전시한 건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당시 유일하게 여성회원이던 잉게 모라스의 에빌리히 내시 부인의 수줍은 모습이 담긴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매그넘 포토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와 데이비드 시모어, 조지 로저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표어를 내걸고 설립한 국제 자유 보도사진 작가 그룹이다. 초현실주의적인 사진보다는 이것이 바로 현실이라고 일깨워주는 보도사진들을 촬영하기로 유명하다.
당시 언론에 공개되는 보도사진은 사진가들의 의도보다 편집자 중심으로 게재되어 사진가들에게 제약이 심했다.
그래서 사진가들은 자신의 창의성이 발휘되고 개성을 반영하고자 매그넘 포토스를 창설했다. 정회원이 되려면 까다로운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야 하며 우리나라에는 아직 회원이 없다. 1958년, 1993년, 2001년 등 한국에서 매그넘 포토스 전시는 열릴 때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디자인 |김진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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