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것도 놓여서는 안 된다. 작품에는 어떠한 설명을 달아서도 안 된다. 내 작품 앞에서 해야 할 일은 침묵이다. 그림은 사람과 교감함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며, 감상자에 의해 확장되고 성장한다’고 말하는 마크 로스코.
그는 사물의 형태로는 마음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만의 추상세계의 문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마크 로스코의 전 생애를 다루는 기념비적인 전시로 그의 회화와 나와의 만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날짜  6월 28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1F
문의  02-532-4407
관람요금  성인 15,000원, 청소년 10,000원

지하철 판타지 1940년경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지하철 판타지 1940년경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애플의 스티브 잡스, 삼성미술관 리움의 홍라희 관장 등 세계의 리더와 부호들이 주목한 그림.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울리기도 하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게 만드는 그림. 마크 로스코의 작품에는 무엇이 있길래 그토록 많은 영향력을 가진 것일까?
그는 스스로를 추상 미술가가 아니라고 한다. 그는 단지 비극, 황홀경, 파멸 등 인간의 기본 감정을 표현한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환경도 중요해 그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워싱턴내셔널갤러리에서 직접 디스플레이에 관여하여 벽의 색, 그림의 높이, 조명 위치, 감상자의 거리까지 지정했다. 이에 따라 커다란 그의 그림 앞으로 다가가 몰입하면 마치 거대하고 따뜻한 느낌의 색덩어리가 나를 감싸 안아 위로하기도 하고 어두운색이 내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메마른 감정이 움직이기도 하고 내 삶을 각성하게도 한다. 멀리서 보면 네모 안에 네모를 그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앞에 다가갔을 때 그림은 나와 대화하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총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초기작을 전시한 ‘신화의 시대’에서는 그의 철학적 작품과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 판타지>는 그가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는 감정이 드러나며 2차 세계대전을 남일 보듯 무심하게 살아가는 미국인의 각성을 유도하는 듯하다. ‘색감의 시대’에서는 2차 세계대전도 끝나고 아내 멜의 존경, 포용이 그의 정신적 치유에 도움을 주어 그림에도 큰 변화가 나타난다. 구성적 요소가 사라지고 색 자체를 이용해 자신만의 명료함을 찾아가고자 한다. 황금기에서는 더욱 명료해진 그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색들이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며 어떤 이는 음악이 느껴지고 떨림을 발견한다고 한다. 로스코가 관람객에게 ‘그림 가까이 가서 귀를 기울이고 대화해 봐. 뭐라고 이야기하니’ 라고 말하는 듯하다.

무제 1970년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무제 1970년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벽화의 시대’에서는 시그램 빌딩의 벽화시리즈와 그에 얽힌 일화를 알 수 있고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이 재현되어 다크 페인팅 7점과 대면하여 어둠 속에서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마지막 ‘부활의 시대’에 걸린 그림은 로스코가 사망 전 그린 유작으로 자신의 작품의 순수성을 지키려 한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마크 로스코(1903~1970)

 
 
러시아에서 유대인 부모 밑에 태어나 10살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예일대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하는 등 명석했지만 인종차별로 인해 학교에서 나와 미술을 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그의 철학이 담긴 그림이나 신화에서 영감을 얻은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1940년대 초부터는 색채의 투명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1947년부터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1960년대는 그의 황금기였다. 후에 그의 삶을 의미하는 단어로는 ‘비극’이란 단어가 가장 먼저 꼽힐 정도로 그는 점점 어두운 색채의 절망적 감정을 담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그린 그림은 그 어둠 속 한줄기 소망을 표현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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