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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시대의 수출입전략가, 관세사를 아십니까?FTA 시대의 떠오르는 일꾼 관세사
고태진 | 승인 2015.03.28 21:10

자원이 부족한 대신 우수한 인력과 뛰어난 기술을 갖춘 우리나라는 국가 수입의 대부분이 해외 무역을 통해 발생한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속속 체결되면서 상품과 서비스가 드나드는 문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반면 능력 있는 관세사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러분, 혹시 ‘관세사customs broker’라는 직업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변호사나 변리사, 세무사 등 이른바 ‘사士’자 돌림인 만큼 전문직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막상 관세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지금부터 그 관세사에 대해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특히 ‘관세關稅’는 자유무역 시대인 오늘날 어느 분야에 종사하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개념인 만큼 꼭 읽고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역의 길을 터주는 가이드, 관세사
관세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통관 절차를 대신해 주거나 관세법상의 쟁의, 소송 따위를 대신해 주는 전문 직업인’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통관通關이란 말 그대로 관문을 통과한다는 뜻으로 법에서 정해 놓은 상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에서 만든 물건이 외국으로 나가거나, 반대로 외국에서 만든 물건이 우리나라로 들어올 때면 정부의 과세관청에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합니다. ‘A회사가 만든 B라는 물건 몇 개를 개당 얼마씩 받고 C나라의 D회사에 보낸다’ 식으로 말이지요. 만약 신고도 하지 않고 물건을 보낸다면, 이는 우리의 국부國富를 정당한 사유도 없이 해외로 유출한 셈이 되므로 처벌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해외의 물건을 무분별하게 들여온다면 이 또한 국내시장 질서를 크게 어지럽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관세법을 통해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물건에 대해 세금(관세)을 매김으로써 상품의 통관을 적절하게 조정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수출품은 관세를 매기지 않지만, 수입품은 관세를 매깁니다. 여러분은 뉴스에서 ‘2014년 무역수지 474억 달러 흑자’와 같은 뉴스를 자주 보셨을 것입니다. 올해 무역수지가 흑자냐, 적자냐를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바로 관세사들이 관세청을 통해 수출입 신고를 한 내역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나라살림을 기획합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 사상 최대치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분명 잘된 일이지만 과세 측면에서 봤을 때에는 수입이 줄어든 만큼 관세 수입도 줄기 때문에 나라살림에는 손해가 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과세의 기준이 되는 환율과 관세율 등을 조정하여 관세 수입이 발생하도록 조치합니다. 하지만 환율과 관세율을 지나치게 올릴 경우 수입업자들이 역차별을 받게 되기 때문에 관세사들은 수입업자들을 보호해 줘야 합니다. 복잡하지요? 이 복잡한 통관 절차를 대신 처리해 주는 것이 저희 관세사의 주요업무 중 하나입니다.

FTA로 시작된 관세사 업계의 지각변동

   
고태진 관세사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부터 관세사로 활동했다. 현재 관세법인 한림의 대표 관세사로 재직 중이며 인천상공회의소 및 한국표준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컨설턴트로 FTA의 중요성과 활용방안을 전파하는 데도 열심이다.
제가 수습 시절을 거쳐 2005년 개업했을 당시만 해도 관세사 업계는 이른바 ‘레드 오션’이었습니다. 관세사의 주요업무인 통관은 이미 저보다 훨씬 먼저 개업한, 경험 많고 노련한 선배 들이 꽉 잡고 있어 저 같은 신참은 설 자리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관세사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국가 간 무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호혜평등’ 기조, 즉 회원국 모두가 똑같은 관세율을 적용시켜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마다 경제규모나 산업구조, 문화 등이 전혀 다른 160개 회원국들에게 일괄적인 원칙을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에 따라 나라 대 나라 사이에 체결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대안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FTA이란 두 나라 사이에 상품이나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완화함으로써 상호간 무역을 촉진하는 협정입니다. 쉽게 말해 A나라와 B나라 사이에 ‘우리가 너희 나라에서 수입한 너희 나라 산産 물건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배타적으로 특혜를 주겠다. 그러니 너희도 우리 나라에서 수출한 물건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특혜를 베풀어 달라’는 약속을 맺는 것이지요.
FTA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분분하지만, 우리가 국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FTA를 통해 외국과의 교역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도 좁고 인구도 적어 내수 시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FTA를 통해 훨씬 넓은 수요의 해외시장이 개방되어야 교역이 활발해지고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첫 FTA는 2004년 4월 1일부터 발효된 한-칠레 FTA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FTA가 무엇이며 발효될 경우 우리 산업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칠레산 포도나 가오리를 싸게 사먹을 수 있다더라’ 식의 가십거리로 삼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주무 관청인 관세청이나 정부 공무원들도 ‘어떻게 하면 FTA를 잘 활용해 우리 기업의 활동무대를 넓힐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과도 차례로 FTA가 타결되어 발효되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거나 교역 규모가 미미한 나라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2011년 7월 발효 예정인 한-EU FTA를 앞두고 우리 산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EU 회원국은 27개나 되는 데다 그 면면도 세계 최강대국들이었으니까요. GDP나 기술력, 국민 교육수준 등도 월등하게 앞서 있었습니다. 또 이미 1971년부터 FTA를 시행하는 등 역사도 깊어 준비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해외시장을 쉽게 개척하기 위해 체결한 FTA 때문에 되려 안방시장을 고스란히 내어줄 상황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도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는 EU와 교역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듬해인 2012년에는 경제규모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면서 수출입 전문가인 관세사들에게 컨설팅 요청이 밀려들었습니다. 관세사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지요. 저는 어땠을까요? 신참 시절 그렇게 업무량이 많지 않았던 저는 FTA협정문을 탐독했습니다. 처음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고, 그렇다고 주위에 물어볼 사람도 없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새로 FTA가 발효될 때마다 협정문을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서로 다른 FTA 협정문의 의미와 맥락이 서로 연결되었고, 이를 어떻게 실제 기업현장에 적용시켜 컨설팅을 해 줘야 할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차츰 경험도 쌓이면서 컨설팅 내용도 체계를 갖추어 나갔고요. 무엇을 하든 준비되어 있으면 변화가 찾아왔을 때 두렵지 않은 법입니다.

   
 
관세사는 ‘애정남+컨설턴트’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러분 중에 이런 의문을 품을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FTA는 관세 등의 무역장벽을 완화 내지는 철폐하자는 취지로 맺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관세사라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FTA가 타결된다고 해서 상품이 제집 드나들 듯 편하게 드나들고 관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FTA 타결 즉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품목이 있는가 하면, 예를 들어 10%였던 품목이 2%로 낮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10년 동안 매년 관세율이 낮아지다가 완전히 철폐되는가 하면, 쌀 같은 국민정서에 민감한 품목은 관세를 종전대로 유지합니다.
또한 상품이 어느 나라 산産인지 결정하는 일은 어찌 보면 참 애매한 일입니다. 여러분 주변을 보십시오. 상품, 특히 공산품은 100% 한국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 회사가 베트남에 세운 공장에서 만든 책꽂이인데 나무는 동남아산, 나사못은 중국산입니다. 이 책꽂이는 과연 어느 나라 제품일까요? 정확한 기준이 없으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같은 ‘원산지 결정 기준’은 FTA 협정문에 모두 명시되어 있습니다. 가령 한국 사람이 호주에서 살아 있는 송아지를 수입해 어미소로 키워 도축해 EU 국가에 팔았다면 EU는 이 쇠고기를 한국산으로 간주할까요, 호주산으로 간주할까요? 한-EU FTA에 따르면이 쇠고기는 한국에서 키워 도축했더라도 호주산이 됩니다. 그런데 한-미 FTA에 따르면 이 쇠고기는 한국에서 도축했기 때문에 한국산이 됩니다. 따라서 실제 기업현장에 있는 분들은 FTA 규정을 잘만 활용하면 생산비용 및 원가 절감, 관세 면제 등의 효과를 거두어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관세사는 단순히 통관업무만 하던 과거와 달리, 기업의 생산 프로세스 및 경영 전반에 걸쳐 조언을 할 수 있는 컨설턴트의 역할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중소기업을 서포트하는 데서 얻는 보람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FTA와 원산지 확인에 대해 우리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의 인식이 미흡한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지난 2006년 9월, 우리나라와 EFTA 사이에 FTA가 발효되었습니다. EFTA는 유럽자유무역연합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의 약자로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이 이에 해당합니다.
특히 정밀화학이 발달한 스위스는 남아공에서 생산된 금을 정련해서 순도 99.9%의 골드바를 제작해 해외로 판매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어느 수입업자가 이 골드바를 수입해 판매했습니다. 당시 한-EFTA FTA의 원산지 결정 기준에 따르면 이 골드바는 스위스산이 아닌 남아공산이었지만, 수입업자는 이를 알지 못하고 골드바를 스위스산으로 신고해 관세를 면제받았습니다. 그런데 대구세관에서 이 사실을 알고 수입업자에게 그간의 관세는 물론 가산세에 벌금까지 부과했고, 결국 그 업자는 도산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매주 수요일 인천중소기업청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FTA 상담을 하고 상공회의소와 관세청 등을 통해 컨설팅 및 강연을 하는 이유도 그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는 협력업체들이 원산지 확인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수출길이 막힐 위기에 처한 어느 업체를, FTA 규정을 활용해 구제한 적도 있습니다. 인력과 자금이 열악한 중소기업을 도왔다는 데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카톡 대화명을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로 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콜롬비아,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과 FTA를 타결하여 현재 발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이 참여하는 RCEP FTA도 한창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이에 따라 관세사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관세사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보람도 클 뿐 아니라 각종 매체에서 발표하는 직업별 소득 순위에서도 상위에 랭크되는 직종이기도 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관세사에 꼭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담당 | 김성훈 기자

고태진  kimkija@itomorro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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