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절제해야겠다는 지난 겨울의 계획을 잘 지키고 있다면, 새롭게 만물이 움트는 봄에 증가하는 식욕을 조심해야 한다.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바짝 긴장하고, 그동안 굳어진 습관을 체크해보자. 습관이 된 모든 행동 패턴에는 에너지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의학계의 보고다. 우리 몸을 소리없이 병들게 하는 것도 잘못된 습관이다. 이번호에서는 의학계에 만연해 있는 습관에 대해 소개한다.

 
 
생태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야생동물에게는 어려운 질병이 거의 없다. 이 자연계에는 사람과 사람이 기르는 동물에게만 만성질환과 난치성 질환이 많이 있는데, 사람들이 자연의 질서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있기 때문이다.
생태관리학을 살펴보면 야생동물에게 생긴 질환이라 해도 사람들이 오염시킨 환경이 원인이 되어 생긴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의 중독, 기생충 감염, 몇 가지 세균성 질환을 제외하면 만성적 질환은 거의 없다. 사람들에게 흔한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 비만 같은 병이 없으며, 관절염이나 중풍에 걸려 절룩거리고 다니는 야생동물은 볼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고혈압 환자가 약 1000만 명, 고지혈증 환자 700만 명, 당뇨병 환자 500만 명의 비만 환자가 있고, 성인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마치 난치병 환자의 대량생산 공장과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야생동물들에게는 병이 거의 없는데 왜 사람들에게만 이처럼 병이 많을까? 야생동물들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고 사람들은 거스르며 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에 가 보면 낮에는 새가 날아다니고 동물들이 뛰어놀지만 날이 저물어 밤이 되면 산속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야행성 동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온전히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낮에는 바빠서 운동할 겨를이 없고, 밤에도 온전히 쉬지를 못한다. 게다가 밤늦게까지 음식을 먹거나 활동을 하고 특히 온갖 생각과 번민 때문에 마음이 편히 쉬지를 못한다. 밤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감신경이 흥분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혈액이 오염된다.

만병의 원인, 지나친 과식
야생동물들은 조물주가 지정해 놓은 음식물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사박물관에 가 보면 소, 말, 코끼리와 같은 초식동물은 그 이빨이 풀을 먹도록 맷돌처럼 생겼고, 호랑이나 사자처럼 육식동물의 이빨은 고기를 먹도록 갈고리처럼 생겼다. 이들의 창자 구조와 기능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그들은 굶어 죽을지언정 절대로 다른 것은 먹지 않는다. 사람들의 치아 구조는 주로 곡식과 채소, 그리고 과일을 먹도록 만들어져 있다. 오늘날 사람들에게서 생기는 많은 난치병은 동물성 식품, 화학식품의 과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야생동물의 내장을 조사해 보면 결코 과식하는 일이 없는 것으로 관찰된다. 또한 그들은 상처를 입거나 병증을 느낄 때는 본능적으로 굶는다. 동굴이나 나뭇잎 속에 몸을 감추고 절식과 휴식, 온열요법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피가 맑아져 자연치유가 일어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과식을 하는 습관에 젖어 있으며, 절식은커녕 한 끼만 굶어도 큰일 나는 줄로 여긴다. 사람들의 이런 과식 습관이 만병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야생동물들은 조리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식을 하지만, 사람들은 불로 익히고 수많은 화학 첨가물로 조리한 음식을 섭취한다. 이 또한 피를 오염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이다.
야생동물들은 옷을 입지 않으므로 피부호흡이 활발하다. 온전히 자연과 하나가 되어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옷을 두껍게 입고 밀폐된 공간에서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살므로 피부호흡이 퇴화되어 있고, 그것도 오염된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서 체내 산소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요약하면 야생동물들은 낮에는 즐겁게 운동을, 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음식물은 조물주가 지정한 것만 먹되 그것도 자연식과 소식을 하며 병증이 느껴질 때는 본능적으로 절식을 한다. 그리고 피부호흡을 통해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고 충분한 산소를 취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생동물들은 근심과 걱정이 없으며, 마음이 온전히 쉬고 있다는 것이다. 병이 없는 이러한 야생동물들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 있던 병도 저절로 좋아진다는 것이 자연치료 의학의 핵심 사상이다.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분수를 벗어나서 무리한 생활을 하는 것, 곧 자연스럽게 살지 못하는 것이 만병의 원인이다.

 
 
의학 정보, 끊임없이 변한다
수천 년 동안의 의학 역사 속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교훈은 건강과 질병을 규정하는 단일 이론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만이 옳다는 생각에 묶이면 다른 많은 가능성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산 정상에 도달한 사람은 산에 오르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산 중턱에 있는 사람은 지금 자기가 걷는 그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질병의 치유에 이르는 길도 이와 같이 여러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의학 역사 속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우리가 지금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의학적 정보 중 많은 부분이 결코 불변의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1990년대 초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의학사교실에서 의학사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의학사도서관에서 약 150년 전에 창간된 외과 계통의 학술지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오늘날 우리 외과 의사들의 눈으로 보면 초창기 외과 의사들의 수술 방법이나 치료법들 중에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다. 오늘날 많은 의사들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암에 대한 3대 요법인 수술, 항암제, 방사선치료 또한 수백 년 후의 의사들 눈에 그렇게 비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의학 발전의 적
이 자연계의 모든 것은 한시도 머무르지 않고 변화한다. 다만 변화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틀림없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의학적 진실이 다음 시대에는 미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이것만이 옳다고 고집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것에서 한 발 비켜서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더 다차원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살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제2의 히포크라테스 또는 의학의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파라셀수스Paracelsus는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의사이자 의학 사상가이다. 그는 기존의 의학 사상과 지식 체계를 과감히 던져 버리고 혁신적인 의학 이론과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근대의학의 시조가 되었다. 바젤대학에서 첫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1000년 동안이나 서양의학을 지배해 왔던 갈레누스 의학의 교과서를 학생들 앞에서 불태우면서 ‘의사들이 보고 배울 유일한 교과서는 오직 환자뿐이다. 낡은 고정관념과 전통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사실과 진리에만 접근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정통 의학이야말로 의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라고 가르쳤으며, 오로지 ‘자연의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파라셀수스는 자연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원리 아래에 다양한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독창적인 의학 체계를 세웠는데,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그의 의학 사상을 높게 평가하고 다라 배우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다.
파라셀수스의 많은 가르침 가운데서도 다음 이야기에는 환자나 의사가 함께 생각해 봐야 할 깊은 뜻이 있다.
“의술은 자연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의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의사는 열린 마음으로 자연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홍준
전인치유 의학 권위자인 그는 지난 30년 동안 만성질환을 앓는 수만 명의 환자들을 약물을 거의 쓰지 않는 생태주의적인 의료, 자연식, 곡채식 위주로 치료를 하며 자연의 질서에 맞는 생활습관을 따르도록 가르쳤다. 통합의학 클리닉을 개원하여 환자를 진료하고 조선대학교 보건대학원 대체의학과 초빙교수, 한국통합의학포럼 상임대표,굿뉴스의료봉사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호 칼럼은 그의 저서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에서 발췌했다.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에디터 출판사)는 문화체육 관광부와 출판산업진흥원이 2014년 우수교양도서(2014 세종도서)로 선정한 바 있다.

담당 |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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