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는 병이 아니라 자기 치유 과정이다

현대 서양의학에서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설사나 열, 통증 같은 증세를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증세를 없애는 것을 치료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설사에는 지사제를, 열이 나면 해열제를, 통증에는 진통제를 쓰는 것과 같은 처치를 당연한 치료법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증세’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정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겨울철 감기 증세에 대해 현명한 대처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부패한 음식을 먹게 되면 복통이나 구역질, 설사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설사란 부패한 음식이 위장관으로 들어오면 세균이나 독성으로 우리 몸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그런 부패한 음식물을 빨리 몸 밖으로 배출해 우리 몸을 보호하게끔 조물주가 만들어놓은 치료법인 것이다.
대부분의 증세란 스스로를 치료하고 있는 과정이므로 그것을 바로 알고 그 증세를 존중하고 따라가면 대개는 저절로 좋아지게 되어 있다. 어떤 약이나 음식물도 섭취하지 말고 더운물에 염분이나 설탕을 조금 섞어서 마시면 부패한 음식이 설사를 통해 다 배출될 때쯤 저절로 증세가 좋아진다. 그런데 설사라고 하는 자기치료 과정을 병으로 잘못 생각하여 곧바로 지사제를 쓰면 어떻게 될까? 부패한 음식이 배출되지 못하고 장내에 남아 있기 때문에 고통이 장기화되거나 병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꼴이 되고 만다.
감기에 걸리면 흔히 열이 나고 입맛이 떨어진다. 열은 백혈구가 몸에 침입한 감기균을 잡아먹기 좋도록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치료법 중의 하나이다.

 
 
자연 치유, 불의 작전
열이란 세균을 비실비실하게 만들어 힘을 쓰지 못하도록 공격하는 일종의 불火의 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같으면 화력으로 적을 집중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균을 섬멸하기 위해 백혈구들이 집중적으로 불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때 해열제를 써서 열을 꺼 버리면 죽기 직전의 세균을 살려 주는 꼴이 되고 만다. 마치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어서 불을 꺼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해열제를 쓰면 일시적으로 열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거의 틀림없이 다시 열이 오르는 이유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그 세균이 섬멸될 때까지 불 작전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맛이 없다면 밥 대신에 과일 야채 주스나 더운물만 마시고, 열이 날 때는 오히려 열을 더 올리기 위해 각탕법 등으로 땀을 흘리는 식으로 증세를 존중하고 도와주면 하루나 이틀 사이에 대부분의 증세는 다 사라지고 활기를 되찾게 된다. 생체의 자기치료 과정을 앞당겨 끝내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처음부터 해열제와 항생제 따위로 증세를 억압하는 반생리적인 치료를 함으로써 병을 오래가게 하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현대 의학의 많은 의사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고혈압이라는 증세를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혈압이란 병이 아니고 생체의 자기치료법이다. 피가 맑고 혈관이 깨끗하여 탄력성이 있으면 혈압을 높일 필요가 없을 텐데 피가 탁해지고 혈관 통로가 좁아지면 어쩔 수 없이 심장과 혈관은 피를 전신에 흐르게 하기 위해 혈압을 높이는 자기치료법을 써야만 한다. 서양의학 교과서에도 본태성 고혈압의 원인은 잘 모른다고 되어 있다. 이는 고혈압을 병이라고 생각하고 원인을 찾으니까 원인이 잘 보이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만성 통증이라는 증세도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신체 부위에 피를 통과 시켜 세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자기치료 과정이다.
오늘날 많은 통증 환자들에게서 약물, 수술, 물리치료와 같은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잘 안 되는 이유는 혈액순환 장애라는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병의 원인을 찾아야
이처럼 증세란 인체가 세균이나 독성, 물리적 침해와 같은 악조건에 놓일 때 생체 스스로가 자신을 정상화하기 위해 취하는 자기치유 과정이다. 따라서 이런 증세들을 무조건 없애려고 하는 것은 자기치유 과정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증세를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언제나 옳다는 말은 아니다. 가령 몸에 가벼운 열이 날 때는 이열치열 방법이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극심한 고열이 지속될 때는 발작 등을 일으켜 뇌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일시적으로 해열을 하는 요법을 써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통증 자체가 자기치유 과정이다’ ‘아프면 낫는다’는 말도 맞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심각한 통증을 방치하면 쇼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진통 치료가 꼭 필요하다.
고혈압의 경우도 그렇다. 피의 오염이라는 원인은 그대로 둔 채 혈압만 낮추는 약을 쓴다면 말초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고혈압을 무조건 방치하는 것이 꼭 옳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심장이나 혈관이 지금 압력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그대로 방치하면 심장이나 혈관 벽을 손상시킬 수 있고, 높은 압력을 못 이겨 뇌혈관 파열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피를 맑게 하는 원인 치료를 당장 하지 못할 경우라면 혈압을 낮추는 대증요법을 일시적으로 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므로 증세를 없애고 억압하는 방법이 반생리적이라는 이유로 증세를 무조건 방치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증세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경우를 잘 살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세 자체가 곧 병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증세란 몸의 자연치유 시스템이 나에게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세요’하고 호소하는 신호인 것이다. 그러므로 피를 맑고 깨끗하게 해 주는 것과 같이 근본 원인을 해결해 주면 우리 몸의 증세는 곧 사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병의 원인이 해결되니까 우리 몸은 ‘증세’라는 이름의 비상 치유 대책을 더 이상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홍준
전인치유 의학 권위자인 그는 지난 30년 동안 만성질환을 앓는 수만 명의 환자들을 약물을 거의 쓰지 않는 생태주의적인 의료, 자연식, 곡채식 위주로 치료를 하며 자연의 질서에 맞는 생활습관을 따르도록 가르쳤다. 통합의학 클리닉을 개원하여 환자를 진료하고 조선대학교 보건대학원 대체의학과 초빙교수, 한국통합의학포럼 상임대표,굿뉴스의료봉사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호 칼럼은 그의 저서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에서 발췌했다.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낫는다>(에디터 출판사)는 문화체육 관광부와 출판산업진흥원이 2014년 우수교양도서(2014 세종도서)로 선정한 바 있다.


담당 |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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